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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암사 연등길

윤고방 2011. 05. 09. 오후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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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암사 연등길




말없는 범종루

돌탑은 머물라 하고

홍교(虹橋) 아래

물소리는 길을

재촉합니다

날은 저물고 하나 둘씩

연등이 켜지는 시각

인생은 답사(踏査) 길인가

낮은 발소리를 밟으며

돌길을 내려오는데

봄 하늘이 말하기를

인연 짓기는 어렵고

벗기는 더욱 어렵다

일러 줍니다


댓글 16개

박종영 2011. 05. 10. 오전 11:12

오늘은 석가탄신일입니다. 염화시중(拈華示衆), 마음에서 마음으로 전하는 인자한 미소가 법당에 넘치는 오늘입니다. 풍경은 맑은 소리공양으로 온 생이 환해지게 합니다. 귀한시 감사드리며 오월에 늘 푸른 시간 되십시오.

김현배 2011. 05. 10. 오전 11:35

인연에 집착말고, 범종루, 돌탑에 머물러보고, 또 홍교 아래 물처럼 길을 재촉해보라. 그렇습니다. 인생의 참모습을 발견하는 것이 먼저 선행되어야 되겠지요, 좋은 시 감사드립니다.

윤고방 2011. 05. 10. 오전 11:44

박종영님, 김현배님 안녕하세요. 제 시보다 더 깊고 좋은 마음으로 감상해 주시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저는 어느 종교에 특별히 기울어 있지는 않습니다만, 성인께서 주신 귀한 가르침을 혹시라도 흐려 놓지나 않을까 큰 걱정입니다.

민순호 2011. 05. 10. 오후 05:27

<'기다림~' .. > - 모윤숙 - 천년을 한줄 구슬에 꿰어 오시는 길을 한줄 구슬에 이어 드리겠습니다. 하루가 천년에 닿도록- 길고 긴 사무침에 목이 메오면 오시는 길엔 장미가 피어 지지 않으오리다. 오시는 길엔 달빛도 그늘지지 않으오리다. 먼 먼 나라의 사람처럼~ 당신은 이 마음의 방언(方言)을 왜 그리 몰라 들으십니까? 우러러 그리움에 꽃피듯 피오면 그대는 저 5月강 위로 노를 저어 오시렵니까? 감추인 사랑이 석류알처럼 터지면 그대는 가만히 이 사랑을 안으려나이까? 내 곁에 계신 당신이온데 어이 이리 멀고 먼 생각의 가지에서만 사랑은 방황하다 돌아서 버립니까? .. ~

양미선 2011. 05. 10. 오후 11:56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아침 일찍 절에 다녀왔습니다. 불교 신자는 아니지만 편안한 마음으로 연등을 달고 왔습니다. 향내음이 은은한 절 풍경이 마음을 가라앉게 해줍니다 부처님의 깨달음을 느끼게 해주는 하루였습니다

윤고방 2011. 05. 11. 오전 12:01

하늘이 구름 짓지 않아도 당신에게는 내 마음 속 그늘 이내 들켜 버립니다 구름이 눈짓하는데도 나는 왜 당신의 깊은 마음자리에 오래 머물지 못하는가요 하늘도 구름도 세월 안에서는 한 티끌이라는 것 깨우칠 날이나 행여 있을런지요

윤고방 2011. 05. 11. 오전 01:10

누구나 마음 속에는 등불 밝힌 길 하나씩 있지요 비바람 거셀 때마다 불빛도 흔들립니다

박성실 2011. 05. 11. 오전 11:27

말 없는 범종루/돌탑은 머물라 하고/홍교 아래/물소리는 길을/재촉합니다 재밌습니다. '홍교 아래 물소리는/길을 재촉합니다' 가 아니네요. 이는 물소리가 재촉하는 것이 아니라 홍교 아래 물소리가 재촉하는 것이네요. 홍교는 선암사 나들목이지요. 홍교 아래로 내려와 보면 다리 밑이 절경이라 하더니 물 소리가 매혹적이네요. 선암사에는 범종루의 소리가 해탈문 대신 불이(不二)의 도를 깨우치는 것을 돕는다고 하네요. 이별도 거슬러 올라가면 만남과 닿아 있다 하는데 범종이 말이 없어 그런가 깨달음은 어렵기만 하네요. 해가 지도록 머물고 싶은 마음이야 돌탑에 깃든 것이겠지만 홍교 아래 물소리는 나를 매혹하며 발길을 돌리라 합니다. 햇살 대신 켜진 연등아래 올라왔던 길을 밟으며 돌아가는 이에게 들리는 봄의 되내임이 마음에 퍼져옵니다. 인연이라는 것이 만남과 헤어짐이라고 한다면 그 연이라는 것은 짓기도 벗기도 힘들다고, 실로 인생은 답사네요. 올라와 봐야 알게 되는 것이 있으니 말입니다. 윤고방님, 시가 참 좋습니다. 윤고방님 덕분에 봄날 선암사에 다녀온듯 합니다. 선물 받은 듯 즐겁습니다. 옛 터나 절에 가면 마음에 울림이 생기는 듯 합니다. 여백에서 오는 것일까요, 어려있는 삶의 흔적이 이야기로 다가오기 때문일까요, 봄비가 나무와 더불어 마음까지 부풀게 하는 날에 건강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최정아 2011. 05. 11. 오후 04:50

짓고 벗기에 어려운 인연이요.. 잘 살아야 할텐데.. ......... 알고 모르고 잊고 하는 사이에, 새여 너는 낡은 목청을 뽑아라. 살아서 좋은 일도 있었다고 나쁜 일도 있었다고, 그렇게 우는 한마리 새. 사람들은 이남자(?)의 웃음이 천진하다 하는데 저는 왜 항상 가슴이 아픈지 모르겠습니다. 인생은 답사길인것도 같고,구비돌때나 잠깐 호흡 가다듬을 수 있는 쉼 없는 물길 같기도 합니다. 언제나 선생님 앞에선 어릴수밖에 없는 어설픈 인생론에 모니터 너머로 웃고 계신가요? 어쩔 수 없답니다. 여기까지구요. 문학기행 무사히 다녀오세요.

윤고방 2011. 05. 12. 오전 12:57

박성실님, 최정아님, 다녀 가셨군요. 저는 요즘 시골집에를 매일 다니면서 부지런한 농부 행세를 하고 있습니다. 먹기 위해 눈독 들이는 청상추 홍상추며 쑥갓에게는 온갖 정성을 다 바치면서, 목숨 줄기 붙잡고 탐스럽게 자라는 잡초들에게는 이 놈 저놈 하면서 잡아 뽑습니다. 잡초들아 미안하다는 되뇌임도 공염불이고 호사겠지요? 지난 겨울 영문 모르는 수백만의 착한 짐승들을 보내면서 받은 슬픔, 쓰나미에 휩쓸려 지극한 고통 속에서 순식간에 고혼이 된 목숨들. 살아남은 목숨들끼리 늘 부대끼고 눈 흘기는 업보의 짐이 무겁기만 합니다.

포아풀 2011. 05. 12. 오전 11:32

답사를 다녀오셨군요. 저도 다시 선암사에 가보고 싶네요. 유월 문학기행에는 기필코...

윤고방 2011. 05. 13. 오후 11:38

포아풀님, 네 답사 부산물이라 해 두죠. 유월에는... 정말요? 평론집<이 시인을 조명한다 1>의 출간을 거듭 축하 드립니다. 부드러운 시 감성에다 날카로운 평론 지성에까지 최 시인님의 세계 확장에 아낌 없는 박수를 보냅니다.

미오새 2011. 05. 14. 오후 05:55

*윤선생님.. 안녕하세요. 인연 짓기는 어렵고 벗기는 더 어렵다는 봄하늘의 가르침 따라 선생님의 존함 아래 잠시 머물다 가는 것도, 선생님의 시상에 잠시 젖어보는 것도 인연 짓는 첫걸음이지 싶어 안부 여쭙니다. 그리고, 짓고 벗기 어려운 인연의 뜻 먼저 깨닫고 결혼하는 순서가 있다면, 이 사회의 이혼율은 많이 낮아졌을것 같은 생각도 해봅니다. 항상 평안하시기 바람니다.

윤고방 2011. 05. 15. 오후 03:33

@미오새님, 오랜만입니다. (미오새님의 댓글 첫 마디에 붙이는 *표가 좋아서 저는 골뱅이@로 하려 합니다. 벤치마킹료는 연말 지불제로...) 어제는 강원도 정선에 갔다가 마음 구석구석에 아리랑 물이 흥건하게 들어서, 마음도 몸도 온통 느긋한 행복감에서 아직 깨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근육마다 관절마다 욱신거리는 피로감이 곧 행복감이라는 걸, 얼마 전에 비로소 깨달았을 만큼 저는 형광등을 안고 삽니다.

정상근 2011. 05. 16. 오후 12:05

'인생은 답사길....인연짓기 어렵고 벗기는 더 어렵다'.. 어렵습니다. 오는 인연 막지말고 가는 인연 잡지 말라시던 부처님 말씀도 어렵고 길마다 밝혀놓은 연등에 타는 촛불의 의미도 어렵고 높은 산 올라 갈 때 어렵고 내려 올 땐 더 어렵고.. 생각에 잠기어 봅니다. ^^

윤고방 2011. 05. 17. 오전 12:56

정상근님, 반갑습니다. 인연 짓고 벗는 일에 매어 있는 저의 세속적인 욕심이 엿보였습니까? 오는 인연도 가는 인연도 어디 제 마음대로 할 수 있겠습니까? 정상근님 말씀 마따나 세상 일 쉽지 않구나 하고 고개 끄덕이면서, 멀고도 먼 길을 가깝고도 가까운 듯이 갈 수 있어야 하는 건데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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