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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말을 할까.

미오새 2011. 05. 14. 오후 1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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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슨 말을 할까.
 비가 내리는 날이면, 우산을 씌여 달라고 하였을까.
 아니면, 지어미를 구해 달라고 읍소하였을까.
 그도 아니면,
 
생명의 땅을 딛고 섰으면서도,
 햇살 가득한 들판에 함께 섰으면서도,
 
벼 이삭은 알알이 영그는데,
 
뿌리가 없어 열매 맺지 못한 처지를
 
서럽도록 탄식하였을까.

 동작을 멈춘 한 자세,
 탈바꿈이 정지 된 한 모습,
 눈 길 마저 한 곳에 머문 채,
 
우두커니 서 있는 허수아비도
 말씀, 한 마디쯤 할 수 있다면...


 *
* 후기 
 
지난 주에는 도시의 회색빛 그림자가 미치지 않는, 하늘 낮은 땅을 찾아
 
바람 부는대로 발길 가는대로 쏘다니다가, 어느 부지런한 농부의 논가에서
 때 이른 모심기를 구경하던 중에,
새참으로 곁들인 막걸리 한 사발 얻어 마시고는,
 낮술에 취기가 올라 논둑에 철버덕
주저앉아 너른 들녁 그저 바라만 보고 있는데
 
문득,
 
사람은 모름지기 멀리 볼 줄 알아야 한다는 말이 떠올랐습니다.
 
그래서, 햇살 좋은 땅, 잔물결 찰랑이는 논에 이제 갓 심은 한 뼘쯤 되는 모,
 
바람에 살랑대는 들녘을 바라보며 4~5개월 후의 가을들판을 그려보는데
 그만,
 
이삭 영그는 벼들 사이에 홀로 서 있는 허수아비와 눈길 마주쳤습니다.
 
재미라고는 쥐꼬리 만큼도 없는 세상살이 탄하는 듯,
 
심드렁하고 무료한 표정 짓고 있던 허수아비는
 그 애절한 눈빛으로 무슨 말을 하고 싶었을지...

댓글 21개

김정흠 2011. 05. 14. 오후 01:10

허수아비는 아무런 말도 생각도 못하겠지만, 그 허수아비를 바라보고 쓴 심상은 정말 멋드러집니다. 허수아비를 통해본 세상 .. 미오새님의 심정이 머금은 말만큼이나 깊음이 느껴집니다. 행복하세요. *^^*

박동수 2011. 05. 14. 오후 02:27

\"참새와 허수아비\" 언제 적 이야기일까 극성스러운 참새 때문에 모처럼 휴일 날에도 아버지의 호령에 휴일을 바친 체 아침잠부터 설치고 허수아비와 함께 종일 전투를 벌렸다 그래도 사는 형편이 빠듯했다 지금 세상에는 참새가 없어 새 쫓는 일 없고 들판에는 허수아비도 없고 딱총도 없다 허수아비가 없는 들엔 참새가 없다 허수아비는 모두 여의도로 갔다네 여의도로 가 손만 드는 허수아비는 말끔한 정장에 금붙이 장식에 바람이 불고 비가와도 온몸은 기름 끼가 번들번들 하다네 그래서 참새 때는 모두 여의도로 나가 조잘대며 허수아비 발밑에서 먹이를 찾느라 들녘은 잊어버렸다 들녘은 한가하고 새 쫓던 아이는 허전한 가슴을 안고 하늘 저 먼 어느 곳에 계실 논매던 주름진 아버지의 슬픈 모습에 긴 숨을 들이 키고 있다 ........................................................ 얼마전에 어느 사이트에 올려준 글입니다. 지금 참새는 들녘에 벼 까먹는일은 하지않는답니다. 배 부른데 언제 그걸 까먹느냐고 여의도에 가면 허수아비가 손 한번 드는데 얼마나 많은 먹이가 돌아오는데 하며 들녘 새들을 조롱한다고 합니다. 무수한 소문들을 풍자적 언어들을 엮어본 글이지요 우리의 가슴에서 울렁거리던 말들말들 미오새님의 글을 읽다가 생각나서 이곳에 옯겨 봅니다. 이해하고 갑니다. 감사

김현배 2011. 05. 14. 오후 08:15

허수아비처럼 말없이 우두커니 서 있는 존재를 생각해봅니다. 그와 대화하고, 그와 노래하고, 그와 함께 빠져들고 싶습니다. 좋은 글 감사드립니다.

민순호 2011. 05. 14. 오후 09:21

<'말없는 사랑~' .. > - 드라이든~ - 나를 괴롭히는 불길이 있어 가슴은 아프면서 마음은 기쁘구나 이다지도 즐거운 아픔이라 사랑도 하는 것을 그 아픔 버릴양이면 차라리 죽을것을 하지만- 내 슬퍼하는 걸 그이는 모르노라 내 혀가 말하지 않고 내 눈이 그런체 않으니 한숨도 눈물도 내 아픔 보이지 않건만 그래도~ 이슬이 장미에 지듯 말없이 지는도다. 내 사랑 녹슬지 않도록 하기위해- 내 가슴은 희생이 되고 땔것이나 되는 듯이 이렇게 괴로우면서 사랑은 입다물도록 믿음이 사랑에 싹을 준다 사랑은 받지 않건만 그이의 눈매를 보고 그것으로 즐거우리다 사랑을 감추었으니 찌프린 상인들 두려울 건가 이 보다 더한 행복을 바라 동경하지 않고 더 낮게 내리지도 더 높이 오를줄도 나는.. 모르노라~

박종영 2011. 05. 15. 오전 12:51

깊게 생각하고 읽는 좋은 시 머물다 갑니다 어느새 오월이 중순에 접어 들었습니다 건필하십시오.

윤고방 2011. 05. 15. 오후 03:42

허수아비에게 말을 걸고 무표정한 그에게서 읍소와 탄식을 읽어내고 끝내는 허공 중에 뱉어낼 한 마디 말을 듣고야 말 당신이 아름답습니다.

포아풀 2011. 05. 15. 오후 08:22

미오새님, 토라졌다는 말씀에 달려왔어요. 요즘 뜸했지요? 날씨가 좋아서 봄바람이 났나봅니다. 저 아래 어디쯤 정상근님 멘트 읽고 웃었네요. 글에 대한 감상은 차차 하겠습니다. 편안한 휴일밤 보내세요.

정상근 2011. 05. 16. 오전 09:34

시인님은 상상으로 4,5개월 후 쌀곡이 익었을 때를 보시지만,,, 저는 쌍안경으로 10년 후를 내다 봅니다.^^ 시인님은 허수아비를 보시며 답답해 하시지만,, 저는 허수아비를 보며,, 도를 다 닦아 사유의 끝에서 침묵에 머물러 있는 무심도인으로 보지요.^^ 좋은 글 잘 감상했습니다.^^

박성실 2011. 05. 16. 오전 09:51

허수아비 뱃속에서 귀뚜라미가 울고 있네 <이싸> 아리네요. 허수아비, 미오새님 대신 오늘은 시인님이라고 불러야 할 것 같습니다. 님의 시는 황혼에 잠겨 침묵으로 말을 하는 들판의 수아비를 연상하게 합니다. 저의 감상평은 위에 옮겨 놓은 이싸의 하이쿠 한 소절로 대신하겠습니다. 어느날 돌아보니 제가 매일 다니는 길에서 저를 지켜 보는 이들이 있더군요. 이팝나무라던가, 시각장애인을 위한 신호등 탐지 신호, 버스를 기다리며 툭툭 걷어차고는 했던 버스정류장 보도 블록 사이 개미, 그 앞에서 나를 올려다 본 민들레, 그래서 외롭지 않다는 생각 밀려들더라고요. 찬찬히 보아야 보이는 일상의 아름다운 것들, 그것을 볼 수 있는 시선이 삶을 풍요롭게 만들까요? 그럼 오늘은 그 침묵 속에 들어 찬 읍소하는 소리 들어봐야겠습니다.

미오새 2011. 05. 17. 오후 02:34

*김 정흠님.. 안녕하세요, 오랫만 입니다. 언제인가 어머님이 주고가신 반지를 교회에 바쳤다는 이야기가 아직도 기억에 남아 있습니다. 오래도록 어머니를 기억할 소중한 물건으로 간직하셨으면 더 좋았을걸하는 아쉬움으로 그때 그 글을 읽었기 때문인지 지금까지 기억에 남는것 같습니다. 정흠님..씨뿌리는 봄 날에 알찬 계획 세우셔서 올 해에도 많은 결실 맺으시기 바람니다. 그리고, 꽃피는 봄 날처럼 언제나 행복하시기를...

미오새 2011. 05. 17. 오후 02:37

*박 동수님.. 안녕하세요, 인사가 많이 늦었지요. 작은 글에 머물러 주시고, \"참새와 허수아비\" 귀한 글까지 여기에 소개시켜주시니 감사합니다. 박선생님의 격조 높은 풍자에 여의도의 허수아비들도 귀가 열리기를 기대해 봅니다.

미오새 2011. 05. 17. 오후 02:40

* 김 현배님.. 안녕하세요, 이렇게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변변찮은 글앞에 머물러 주시고 격려의 말씀까지 주시니 감사합니다. 세상길가는 지혜를 김선생님의 글에서 많이 배우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미오새 2011. 05. 17. 오후 02:44

*민 순호님.. 안녕하세요, 오랫만에 뵈니 더욱 반갑습니다. 드라이든 의 \"말없는 사랑\"을 전해 주셨지만 미오새는 웅변으로 전해 듣습니다. 민 순호님의 소통을 위한 열정이 돋보여서... 민 순호님 가시는 길 항상 자유롭고 평안하시기를... 감사합니다.

미오새 2011. 05. 17. 오후 02:52

*박 종영님.. 변변찮은 글 앞에 다녀가신 선생님의 자취가 향기롭습니다. 감사합니다.

미오새 2011. 05. 17. 오후 02:55

*윤선생님.. 인연의 귀함을 아시는 좋은 벗들과 어울려 다녀오신 문학기행의 여운으로 기분좋은 피로감에 젖어있는 모습처럼 보입니다. 윤선생님 머물러 주신 흔적으로 남겨주신 글에 취하니, 농로에서 마셨던 막걸리 몇사발보다 더 기분을 상승시켜주는군요. 감사합니다.

미오새 2011. 05. 17. 오후 03:00

*포아풀님.. 억지 투정이라도 부려야 그 모습 뵐 수 있을 것 같았는데...적중했군요. 악동들의 장난이 성공했을 때, 웃는 모습처럼 기이하게 웃고 있는 이 웃음소리가 포아풀님에게 들릴 수 있다면 좋으련만... 억지 투정에 예까지 오셨으니 아무래도 가시는 길은 미오새가 배웅해 드려야 겠습니다, 한 점으로 멀어지는 뒷모습 오래도록 지켜볼 수 있는 동구 밖 작은 언덕까지... 포아풀님.. 이왕 봄바람 나셨으면 쉬 사그라들지 마시고, 세상여인 모두에게 그 봄바람 전해 주십시요. 여인들이 신바람 났을 때 역사는 발전한다고 했으니...

미오새 2011. 05. 17. 오후 03:08

*정 상근님.. 무심도인의 경지에 이르기 위하여서는 먼저 침묵을 배워야 할 것 같습니다. 빈손으로 왔으니 빈손으로 돌아가는 게 정한 이치이겠지만, 무심도인의 경지에 이르지 못한 중생들이라 이런저런 생각이 많은게지요. 멀리 보는 법을 깨우치기 위해서는 망원경이 필요하다는 말씀에 공감합니다. 감사합니다.

미오새 2011. 05. 17. 오후 03:13

*성실님.. 소리를 잃어버린 입이라 귀뚜라미가 대신 울어주는 것인가요? 성실님을 통해 처음 접하게 대는 이싸의 글입니다. 모 심으면 벼 나오는 땅에 함께 섰으면서도, 햇살의 구애도 함께 받았으면서, 아무것도 거둘 것 없는 허수아비는 무척 슬펐을 것 같아요. 우리들의 삶도 이와 비슷할 것 같은 생각에 몇자 끄적거려 본 것인데 너무 과분한 대접을 받는 기분입니다. 허수아비의 쭉 뻗은 양팔이 머나먼 여정에 오른 철새에게 잠시, 쉬어갈 수 있는 횃대가 되어주는 아름다운 세상을 꿈꿉니다.

최인구 2011. 05. 18. 오후 01:01

논두렁에 앉아 모심기를 구경하며 막걸리 한 사발 얻어 마시는 미오새 님의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궁금한 것은 넉살좋게 한 잔 주십사 청하셨나요? 아니면 인심 좋은 농부가 ‘이리와 한 잔 하실라우’ 하시던가요.ㅋㅋ 미오새 님~! 제가 다니는 산책로도 농로입니다. 막 논갈이를 마친 논의 잔물결을 보며 사색에 젖어들곤 하지요. 아무래도 오늘 저녁에 막걸리 한 잔 해야 되겠습니다. 간만의 뵙는 미오새 님의 글이 반갑습니다. 아래 글은 몇 해 전 시월의 들녘을 바라보며 써 보았던 글입니다. (이심전심, 以心傳心) 난 지푸라기 허수아비 (9행시) 난데없는 참새 떼의 습격에 지게 맨 농부가 작대기 치켜들고 훠이~ 훠이~ 고함지르며 푸념 섞인 넋두리를 토해낸다. 봄바람에 실려 온 라일락 향기가 교태를 부리며 밀짚모자 눌러 쓴 사내를 유혹해 보지만 기척도 하지 않는 그의 무심한 냉대에 이내 어디론가 사라져 버린다. 허기져 보이는 모습이 안쓰러워 새참 지고 온 아낙이 손짓으로 불러보지만 수수께끼 같은 참을성으로 오늘도 그는 황금물빛 들녘에 서서 두 팔 벌려 노래 부른다. 아파할 것도 투정할 것도 없이 그저 우두커니 서 있을 뿐이다. 비야 눈이야 마음껏 내려라, 그렇게 쌓이고 쌓여 그의 힘든 두 팔 한번쯤 쉬게 해주렴.

미오새 2011. 05. 19. 오후 02:36

*인구님.. 노년의 부부가 새참에 곁들인 막걸리를 마시는 모습에 절로 군침이 돌았지요. 한 잔 생각이 이심전심으로 전해졌는지 인구님 말씀에 토 하나 틀리지 않는 표현으로 \"이리 와 한 잔 하실라우\" 노인의 말 떨어지기 무섭게 예의상 거절할 틈도 없이 본능적으로 오른손이 먼저 나갑디다. 새참으로 마시는 막걸리 맛이 그렇게 입에 당기는지 예전에 미처 몰랐습니다. 살랑대는 봄바람에 써레질 끝난 논, 잔물결은 찰랑대고, 신혼여행이라도 떠나는지 짝을 이루어 날고 있는 백로의 날개짓, 들판의 고요를 가르는 뻐꾸기 울음소리...어느 것 하나 빠뜨릴 수 없는 5월의 들녘이였습니다. 인구님의 \"난 지푸라기 허수아비\"의 9행시 속에 남자들의 무뚝뚝함이 숨어 있는 것 같아요. 무심한 냉대로 라일락 향기의 교태를 외면하면 평생을 함께 할 지어미는 언제쯤 구할수 있을지... 감사합니다, 인구님..!

김정흠 2011. 05. 25. 오전 10:26

서른 다섯살 적이었을 거에요. 어머니께서 저 장가가면 해주실거라고 금붙이를 간직하고 계셨다가, 이제는 포기다..라고 반지 다섯돈을 해주셨지요. 그걸 손에 끼고 다니다가, 장농속에 넣어두었었는데, 이렇게 장속에 넣어두는 거나, 땅속에 묻어두는 거나, 무엇이 다를게 있으랴.. 싶어서, 그것조차 집착이다..이런 생각이 들어서, 어머니께는 무..척 죄송했지만, 그걸 팔아서 헌금을 했더랬습니다. 다 까먹었던 기억이었는데.. 그걸 미오새님께서 기억해주시니, 가슴이 뭉클해집니다. 감사합니다. 제 가슴 한 켠을 기억해주셔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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