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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이 내게 !

유민자 2011. 06. 27. 오후 0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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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이

내게 안부를 묻다

 




   

     '잘 지내지?'

    햇살이 먼저 나를 보더니, 곰살맞게 안부를 묻는다.   따사로운 볕이 눈부셔, 그저 고개를 끄덕인다. 창의 커튼을 걷고 빛살을 온 몸 구석구석 받는다. 빛들이 저 멀리 능선 따라 피고 지는 새순을 어르고 있다. 눈을 감는다. 고개 숙인 들녁과 논이랑 사이, 햇살의 늪으로 빠져든다.

   햇살은 눈 부비고 깨어난 새벽빛을 좇아 아침볕으로 들어서고, 한 낮의 땡볕을 만들고 저녁노을 속으로 매일 쉬러간다. 해는 노을이라는 그늘 속에서 밤새 푹 자고 벌떡 일어서, 또 다른 세상을 비추고 품으며 떠오른다.
   그 빛은 어둠을 깬 사랑의 빛이다. 말 없는 사랑이다. 햇살은 이렇게 사랑 무늬를 여기저기 그리며 시간 따라 흐른다. 얼굴에 와 닿는 해바라기 느낌이 늘 다르게 내리쬔다.


  
 
  햇살의 늪이다.
  저 너머 건조한 모래땅사이로 분홍빛 꽃 잔디 무리가 땅에 내린 볕을 즐기며 낮은 키를 키우고 있고, 습지를 사랑하는 흰빛 해오라비 난초는 입술꽃잎을 쩍 벌린 채 해마중 한다. 행여, 축복의 그늘인가? 
   살다보니, 고마운 세상이 곁을 스친다. 살다보니, 미쳐 보지 못했던 세상이 '삶의 연금술'을 부리며 가슴으로 느껴진다. 머릿속 차창 속으로, 햇살이 소나기처럼 쏟아져 내린다.

  어깨 위로 햇살이 지나간다.
  고마움이라는 언어가 곁을 스친다. 미쳐 깨닫지 못한 축복이다. 부산스러이 아침상을 차린다. 아침 6시 40분이다.    배추 겉저리를 무치고 만두 국을 끓이면서 딸아이가 좋아하는 생과일 쥬스를 준비한다. 쥬서기에 딸기꼭지를 다듬어 넣고 저지방우유를 들이부은 후에, 장에 좋다는 요플레 한통까지 냉장고에서 가져와 생과일 쥬스 석 잔을 완성한다. 
  나름대로 웰빙쥬스다. 남편 딸 둘 엄마인 나 이렇게 네 사람인데, 생 딸기 쥬스 석 잔만을 꽃잎이 나풀대는 식탁 위로 올려놓는다. 엄마 몫은 제외다.
   먹지 않아도 배부른 엄마는 하우스 딸기 값이 비싸다는 이유답지 않은 이유가 존재하기에, 가족 앞을 지나며 벌써 먹었다고 능청을 떤다.

  푼수 사랑이다.
  아이를 보기만 해도 배부른 엄마는 아침상 앞으로 모이라고 재촉한다. 이제는 이 방 저방을 떠다니는 건강한 소리만이 존재한다. 빨랑 와서 먹으라고 고함치는 소리와 괜찮아 안먹어도 돼 늦었어 그냥 가야 돼 하는 소리들이 맞부딪히며 쩡 갈라진다. 기어이 한 수저라도 먹이려는 엄마의 입씨름 소리와 먹거리 한 입 가득 들이키며 쌩 달려 나가는 딸아이들 사이로 아침햇살이 쏟아진다. 축복 중에 제일 고마운 햇살은 가족이다.


  오후 2시쯤이다.
  갑자기 정신이 아찔했다. 머리카락이 쭈빗거렸다. 아이쿠! 자전거 한 대가 내가 모는 자동차 1M 앞으로 획 스쳐갔다. 벌써, 빨간 모자를 눌러 쓴 할아버지는 자전거를 몰며 저 만치 가고 있다. 등마저 오싹하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자전거를 몰고 가는 할아버지의 뒤꼭지에는, 아직도 놀란 토끼마냥 콩닥거리는 내 가슴이 메달려 있다. 
 
  다행이다. 자동차 창문을 크게 연다. 거리의 햇볕이 창안으로 쏟아진다. 차창 밖으로 고개를 내밀고 하늘이 주는 내 몫의 행운을 우러른다. 기분좋은 볕이다. 그까짓거, 별거 아니다. 그 어떤 원망이 세상 풍경사이로 손을 흔들며 지나간다. 머리위로 햇살이 스치고 지나간다.


  가슴으로 맑은 언어가 지나간다.
  벌써 핸드폰 시계가 9시 40분이라는 저녁시간을 가리키고 있다. 4시간이라는 긴 강의를 마치고 신발 끈을 질질 끌고 나가면서 , 대형 쓰레기통 문을 한 손으로 삐죽 열고 커피를 마신 구겨진 종이컵을 휙 던진다. 왠지, 구석진 곳에서 향내음이 느껴온다. 뒤죽박죽 엉킨 재활용 쓰레기더미 위로 꽃다발이 눈에 띈다. 미처 피지도 못한 꽃봉오리 얼굴들이다. 누가 이런 짓을 했을까 하고 생각하면서 어느 새 해맑음이라는 단어가 가슴으로 밀고 들어온다.

  가벼운 발걸음을 부른 그 꽃.
  집으로 가져와 금이 간 크리스탈 병에 푹 꽂기만 했는데, 온 거실이 환하다. 샛노란 튤립, 흰빛과 분홍빛이 어우러진 카네이션 막 피어오른 양귀비 향 좋은 프리지아 그리고 동백잎맥들이 밝은 형광 빛을
향해 송이송이를 벌리며 웃는다.
  어둠속에서 시무룩한 꽃송이들이 이제는 쾌활하게 웃는다. 꽃의 웃음짓이, 봄날인양 따사롭다. 지친 마음 풍경사이로 꽃내음이 내린다. 마음밭으로 해맑음이라는 언어가 쉬어가며, 햇살이 가슴안으로 오래도록 앉아 있다.

   빛이 구름속으로 도망친다.
  빗살이 거친 호흡으로 내 머리 위를 내려 쬐이다가, 갑자기 꽁무니를 빼며 슬며시 사라진다. 가끔 나는, 소나기를 닮은 햇살을 종종걸음으로 만나 서로가 길벗이 되어 숨박꼭질을 즐길 때가 있다. 왠지, 햇발에 눈을 맞추려 찡그린 얼굴이 되어 시린 하늘을 우러를 때가 있다. 문득, 햇살의 추녀 밑에서 쉬어간다.


  
   햇살을 닮아가는 세상을 꿈꾼다.
  지구를 껴안은 빛. 햇살은 전세계 지구인들이 아무리 써도 줄지 않는 화수분이다. 그 존재만으로 세상의 기둥이다. 하루 풍경사이로 '햇살의 질서'가 오늘이라는 시간따라 흐른다. 
 
  햇살은 거침없이 달려드는 어둠이라는 침입자를 토닥이며 밤샘을 한 후에, 먼동을 따라 흙빛을 서서히 털어내며 부지런히 눈을 뜬다.

  빛살이 내 눈속으로 쏟아져 들어와 앉던 날. 
  햇살이 내게 안부를 또 묻는다.
글과 영상/ 유민자드림

댓글 12개

김문숙 2011. 06. 27. 오후 10:24

행복의 향기 향기롭습니다

유민자 2011. 06. 28. 오전 07:23

부족한 제 곁에서, 늘 이렇게 향기롭다고 말씀해 주시는 김문숙시인님. 너무 오랫만에, 졸필의 글로 인사를 드려요. 시인님덕분에, \"행복의 향기\"가 맴도는, 지금 이 시간 !

포아풀 2011. 06. 28. 오전 10:11

햇살이 안부를 묻듯 저도 안부를 물어요. \"잘 지내셨지요?\" 시 같은 수필... 요즘 수필은 과거 우리가 일상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써 나가는 것에서 많이 발전한 것 같아요. 아름다운 수필, 시 같은 수필에 저도 요즘 매력을 한껏 느끼고 있답니다. 글을 읽으며 유민자 선생님을 떠올려요. 행복한걸요.

박성실 2011. 06. 28. 오전 10:36

님의 수필 앞에 오면 일단 숨을 고르게 되요. 시같은 수필 때문이죠. 위에 포아풀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시같은 수필, 수필같은 시. 이거 참 매력있어요. 햇살이 담뿍 고여있는 글 안에 머물며 축축했던 마음 쪼이고 갑니다.

주몽의 활 2011. 06. 28. 오후 04:13

어디를 갖다 오셧나요? 또 아름다운 햇살과 환상적인 글을 가져오셨네요. 언제나 아름다운 단어들을 창작하며 쓰여지는 글 솜씨가 부럽습니다. 오랜만에 오셨네요. 저도 다시 여기온지 얼마 되지 않지만요. 잘 지내시지요? 항상 건강하시고 행복만드세요.^^*

유민자 2011. 06. 28. 오후 11:37

\"잘 지내셨어요? \" 왠지 저도, 포아폴님따라 햇살따라 고운 안부를 되묻습니다.^^ 가끔은 이렇게, 안부를 주고 받는 정겨움이 그리운 때가 있어요. 그 정겨움 속으로 사랑이라는 씨앗을 뿌리고 심으면서 같이 웃고 싶은 날이 있어요. 그 눈부신 햇살을 닮으신, 포아폴님과 함께!

유민자 2011. 06. 29. 오전 12:04

'아, 또 수필적 문체에 무슨 문제가 있나? '...... 졸필의 제가 \"시 같은 수필\"이라는 말을 들으면, 일단 이렇게 긴장 해요. 그저 이렇게 하나의 주제를 껴안고 흔들거린, \" 햇살이 내게\".... 참 다행인걸요. 제가요. 박성실님의 정겨운 멘트덕분에, 온 몸을 따사로이 쪼입니다.

유민자 2011. 06. 29. 오전 12:09

후~훗! 철부지처럼 길게 웃어요. ^____^ 글솜씨가 있다고 추켜주시는, 주몽의 활님덕분에 환한 미소를 짓습니다. 부족한 제가, 이렇게 반겨주시는 고마운 배려심에...... 고개를 푹 숙입니다. 참으로 고맙습니다.

주몽의 활 2011. 06. 29. 오전 03:58

*^} ㅎ~~~~~~~~~~~~ㅎ 저도 철부지처럼 길게 웃지요. 우리가 일생을 살아가는 동안에 하게 되는 가장 먼 여행은 머리에서 가슴까지의 여행이라고 합니다. 그것은 냉철한 이성보다는 따뜻한 애정이야말로 진정 우리를 힘 있게 지탱하게 한다는 사실입니다. 이론을 말하기는 어렵지 않지만 그것을 인간적 품성으로 감싸서 함께 걸어가는 일은 결코 쉽지 않음을 이야기 해줍니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반갑게 맞아 주시니 제가 더욱 고맙게 느낌니다. *^} ~~~ 항상 건강하시고 행복을 만드세요.^^*

유민자 2011. 06. 29. 오전 11:32

같이 이렇게 더불어 길게~~~ 웃어주셔서 참 고마운 오늘이예요. ^^ 오랜만의 발길이 웃음을 전해주는걸요. 역시 사색의 향기가 감도는 이 자리는 참 좋은 자리 아름다운 동행인 듯해요. 이성과 감성을 지닌 우리, 하지만 오늘은 그저 감성을 번쩍 들고 빗소리에 귀를 세웁니다. 혹시요.... \"씻김\"이라는 언어를 가슴에 껴안은, 빗님의 그 나들이 자태를 새로이 힐끔 보실래요? 주몽의 활님께도 세상사의 정겨움을 모아모아 짧게 길게 두드려대는 그 빗소리가 들리시나요.... ...웃는 오늘. 건강한 하루!

김현배 2011. 07. 04. 오후 11:51

햇살 가득한 나날에, 그 빛을 구하고, 그 속에서 살아있는 나. 그속에 존재하는 나. 햇살의 찬연함에 빠져들어 봅니다

유민자 2011. 07. 06. 오전 11:41

오늘은 그저, 김현배님의 글귀를 속엣말로 따라따라 해 봅니다. \"햇살 가득한 나날에, 그 빛을 구하고, 그 속에서 살아있는 나. 그속에 존재하는 나. 햇살의 찬연함에 빠져들어 봅니다.\" 햇살의 고마움을 함께한 시간에 이렇게 감사인사를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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