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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갠 오후 산책

김봉길 2011. 06. 30. 오후 0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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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갠 오후 산책

 

긴 우산으로
땅을 짚습니다
왼손
오른손 번갈아
내 다리인 듯
지긋 짚은 우산
갈 곳 없을 때
조금 짧아도
길어도 괜찮은
나 대신
내 땅인 듯
짚는 우산입니다
믿어도 될까요
쓸모 없는 우산도
지금 내 것이라는 

내 몸 또한
지팡이일 거라는
구겨진 전설을

댓글 5개

정상근 2011. 07. 02. 오전 09:32

내 몸 또한 지팡이일 거라는 구겨진 전설을.. 예전에 혜암종정께서 열반에 드시기 전에 후사들이 하도 간청하여 한 마디 남기고 가시라는 간청에.. \"그렇게 살다가 그렇게 가노라\" 하고 눈을 감으셨다고 합니다. 삶이란, 지금 제 창 밖에 키 큰 은행나무의 은행잎처럼, 빈 가지에 소리없이 와선 긴 여름 따가운 햇살과 비바람을 견디어내며 은행열매를 만들어 놓고는 홀연히 사라지는 은행잎의 그것 처럼.. 그렇게 왔다가 그렇게 가는 것이 아닐런지.. 그 삶의 운명을 헤쳐나와 펼쳐진 우산의 쓰임새처럼 험한 세상의 방패막이..........

김봉길 2011. 07. 03. 오전 10:11

열심히 몸과 마음 움직여 살다가 제 힘을 다할 때 쯤, 지나간 모든 것은 추억이 된다. 나나 모든 사람들이나 또한 우산과 다를 바 없는 듯. 추억이란 저마다 가진 쓰일모 없는 전설일 것 같은데, 그나마 내 몸이 뉘 지팡이가 되어야 한다는 말에 고개 숙여 새로운 순간마다 맑은 침 만들어 삼켜보는 비 오는 오후 산책길은 어느새 개여 있었다.

김현배 2011. 07. 05. 오전 12:42

살아가는 우리들은 어디까지가 나이고 어디까지가 밖인지 모르죠. 그냥 여기까지가 몸이다 라고 가상의 선을 그을 뿐이죠. 세상은 저 낮은 수준에선 자타의 구별이 없죠. 모두가 사는 큰 바다라고나 할까요. 그 바다에 외로이 떠가는 우리 존재는 많은 문제를 안고 있죠. 그러하기에 몸안과 몸밖의 경계를 매순간 숙고해야 할 듯합니다. 존재의 생존을 생각합니다. 좋은 시 감사드립니다

별안개 2011. 07. 08. 오후 07:38

\"믿어도 될까요\" 부족한 제게도, 누군가의 신뢰의 시선이 그리울 때가 있습니다. 왠지모를 \"구져진 전설\" 밑자락으로 구져졌을지라도 환한.... '구겨진 햇살 한줌'을 놓고 갑니다.

김봉길 2011. 07. 08. 오후 09:29

따뜻한 햇살, 감사합니다. 우리 모두는 햇살을 따뜻하다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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