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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데기
향나무 2011. 06. 30. 오후 10:35
4908
향나무 2011. 06. 30. 오후 10:35
4908
- 구데기 -
여행으로 한 달여 집을 비우고
다시 돌아와 문 앞에 섰다
그제서야 아차, 하며 떠오른
미처 설거지하지 못하고 내버려두었던 냄비
열쇠를 찾아 집어넣고 손잡이를 돌린다
문을 연다
바로 보이는 것은 부엌, 그 부엌 위의 가스레인지, 그 가스레인지 위의 냄비, 마침내 냄비 속을 들여다보니
이거시야말로 고요한 전쟁터로다
꿈틀꿈틀 냄비속에서 자신들만의 세상을 일구어놓고 있었다
그런데 가만보니, 이미 그네들이 먹을 양분은 한줌의 흙이 되어
더이상 먹을 것이 없었다
어림잡아 절반은 이미 그들의 세상안에서 안녕을 고하고 새카만 좁쌀이 되어있었으며
남은 이들은
조금이라도 살기위해 빨아들일 것을 찾아 꿈틀꿈틀 헤맸으며
산자들의 소수는 뚜껑덮인 냄비밖을 빠져나가기위해 안간힘을 쓰고있었다.
아, 구데기 철학에 심취하던 차
이건 도대체 어떻게 할 수가 없다
주인집 아주머니에게 도움을 청하기 위해 발걸음을 옮긴다.
댓글 3개
주몽의 활
2011. 07. 01. 오후 03:50
구데기로 구데기 철학을 쓸 수있는 그런 모습이 참 좋습니다.
김현배
2011. 07. 05. 오전 12:47
구데기가 남긴 흔적, 거기서부터 이야기는 시작되네요.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 무척 궁금해지는 군요. 좋은 글 감사드립니다.
별안개
2011. 07. 08. 오후 07:35
\"더이상 먹을 것이 없었다\" 라는 싯귀의 뒤안길을 더듬었어요. 왠지 \"안간힘\"이라는 그 단어가, 제 심장에 꽂혔어요. 졸필의 제게, \"구데기철학\" 이라는, 그 철학의 맛과 멋이 참으로 신비롭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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