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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라가는 낙하산
올라가는
낙하산
유 민 자
자유를 그린다. 세상 속에 둥둥 떠 있는 자유의 얼굴. 그 자유라는 이름을 따라간다. 나만이 할 수 있는는 생각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사색의 섬’이 되어간다. 나 홀로 사색하는 것들이 내 그림자가 된다. 그 섬은 생각의 집이다. 생각이 쉬어가는 외딴 집이다.
후회와 실수 그리고 회한덩이가 서로의 등짐을 나누어지고 정겨이 오밀조밀 살고 있다. 어제와 같은 오늘, 생쇼를 하는 생각 넝쿨들이 이리저리 뒹굴 거린다.
고장 난 일상이다.
가끔은 수평으로 맴돌던 ‘삶의 낙하산’이 날개가 찢겨져 우지끈 수직으로 떨어진다. 내 생각의 집도 따라 찌그러지며 쿵 소리를 낸다. 생각의 그 집. 미소 짓는 일상이 집주인인 그 집. 그 집에서 쫓겨나는 꿈을 꾼다. 나도 나다운 꿈이라도 꾸고 싶다.
꿈 하나가 어른댄다. 풍자적인 눈빛 하나가 자유를 부르짖는 듯 하늘로 향해있다. H 초등학교 안 아득한 세상 너머에 살고 있는 그 어떤 향기가 내 앞으로 불뚝 일어선다. 온몸으로 내뿜는 알 수 없는 향취, 죽은 나무 한 그루가 얼굴을 삐쭉 내밀고 서 있다.
꽃무리 속에서도 조화로움으로 서성이는 장승. 어린 인간 무리 속에서 인간다운 향기를 뿜어내는 장승. 사라진 생명체인 죽은 나무에 다소곳이 내려앉은 나무의 옷을 빌려 입은 혼령을 본다.
누구를 기다리는 것일까? 장승은 두리번거리다 씩 웃는 폼으로 나를 내려다본다. 비아냥거리는 웃음인가? 헛헛한 헛웃음인가? 숨소리마저 막혀버려 헉헉대는 함박웃음인가?
생각하기 나름이다. 왠지 뻣뻣한 두 장승의 모습에서 우리네 삶의 일상이 보인다. 이중적인 세상 물결의 모순 덩이리가 아롱댄다. 머리에 틀어 올린 나뭇가지 왕관은 고통덩이를 이고 힘겨워하고, 환히 웃는 검디검은 이빨은 곪아 터진 생이빨들은 다 뽑아내고 웃는 너털웃음을 닮았다. 마치 동글동글 웃음 끼를 매달은 눈동자는 세상을 향해 연신 이렇게 중얼대는 듯하다.
“나요, 죽은 나무야. 예술작품으로 되살아났지. 새 생명으로 태어난 거야.\"
\"나요, 자유로운 영혼이야. 나를 잘 보라구.”
장승의 재롱이다. 흥얼거리는 그 말맛이 젊은이들의 자유로운 랩을 닮았다. 장승의 빈 나뭇가지마다 높바람이 부는 대로 방향을 틀며 건들거리더니, 정령이 빠져나와 연기처럼 푸른 창공을 휘젓는다. 나무 정령이 올라가는 낙하산인 양 서서히 하늘로 신 나게 오르다가 자유로이 되돌아온다.
자유를 즐기는 영혼이 되어간다. 비바람이 흔들거리는 날에는 찢겨진 낙하산이 하늘가에서 날아와 장승의 팔뚝을 툭 친다. 때린다. 그래도 자유를 즐기는 장승. 죽은 나무 영혼의 몸을 빌려 입고 아프게 후벼 파고, 쪼고, 패인 장승의 구멍들이 소탈하게 웃어댄다. 그 구멍들이 찢겨진 낙하산의 상처까지 어루만지며 또다시 랩으로 흥을 돋운다. 이렇게 노래한다.
“나요, 성형미인이야. 눈, 코, 입, 이마 그리고 턱선을 모두 모두 성형한 것뿐이라구. \"
\"젖가슴도 키웠어. 너도, 성형해!”
혹, 장승은 아픔이라는 단어를 부화시켜 세상에 내어놓은 웃음꽃은 아닐까?
땅 끝에 뿌리를 내리고 당당히 서 있는 장승이다. 그가 아픔이라는 이름으로 새로이 태어나게 하는, 생명수를 닮은 언어는 용기일 것이다. 아픔을 딛고 일어선 장승의 웃음 하나가 하늘을 맴맴 도는 잠자리 날개에 앉아 하늘로 차오른다. 또 다른 웃음짓거리가 비행기 날개 위로 내려앉는다.
하늘 밖으로 오르는 자유인이라고 고함치는 장승. 세상 밖으로 비린 기억이여 가라고 떠들어댄다. 붉은 열정이 박힌 백화등 열매로 영글어가라고 호령하는 장승. 그 괴성에 놀라 슬픔이 숨고 아픔도 뒷걸음친다. 자유도 덩달아 영글어간다. 풀숲 저 너머 꿈꾸는 듯이 피어오른 꽃의 얼굴이 올망졸망 모여 있다.
영글어가는 그 꽃. 풀 섶에서 그 고함을 고요한 몸짓으로 듣고 있는 야생화. 별안개다. 멀리서 보는 그윽함으로 가까이서 보는 작은 꽃의 탐스러움으로 피워올린 꽃망울. 무엇이 그리 바쁜지 환히 피어올라 오래 머무르지 못하고 떠나는 그 꽃. 별안개다.
다음 생을 예약하는 들풀이지만, 많은 가지치기로 늘릴 수 있다는 들꽃이다. 햇살이 쏟아지는 여름의 끝을 서성이는 그 꽃이 참 자유로이 노닌다. 여전히 고운 빛으로 기억되는 그 꽃은 자신의 생을 펼쳐 보인 채 자유로이 오고 간다. 꽃망울은 왜 그다지 짧은 생을 살까, 생각한다.
기다란 자유를 버리고 화들짝 영글어 피었다가 자신이 태어난 땅으로 돌아가는 그 꽃. 별안개꽃을 가만가만 들여다보면, 패랭이꽃을 닮았다. 그리고 조금 더 크게 더 크게 꽃송이를 늘리면 어버이날 진분홍빛과 흰빛이 어우러진 겹꽃으로 어머니 가슴에 메달아 드리는 카네이션을 닮았다.
가슴으로 은밀히 숨어들어 어머니 빛으로 녹아든 엔젤 카네이션을 닮았다. 그냥 이렇게 꽃 얼굴을 떠올려 마음 가득 그려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
새벽이슬이 내 발걸음에 묻어와 송글거리는 별안개. 아침을 닮은 꽃. 작은 별꽃. 쪼그만 그 꽃이 참 맑고 좋다. 내 의지대로 바람 따라 자유로이 흔들리는 그 꽃. 내 뜰에서도 방실대던 별안개의 미소가 가슴 안에 피고 진다. 그 미소가 내 마음속으로 파고든다.
어른 아이가 높다란 자유를 던진다. 갑자기 기억 하나가 야생 바람을 타고 와서 내게로 흥과 끼를 부추긴다. 5년 동안 숨겨왔던 미공개 비밀 동영상, 세상을 내려다보며 하강을 즐겼던 스카이다이빙을 특별히 보라 한다. 자연의 풍요로움이 승리한 땅인 호주의 케언즈 지방. 딸아이는 만 사천 피트 하늘 속을 독수리 몸짓으로 날고 있다.
“자유다아.”
외마디로 소리치는 입 모양이 보인다. 딸아이 얼굴은 입꼬리를 올리고 웃고 있지만, 얼굴의 살들은 하늘 바람에 날려 울퉁불퉁 터져 괴이한 표정이다. “내가 독수리다.”라고 외치는 아이 모습이 보인다. 마구잡이로 웃기며 행복의 싹을 심는 코미디언의 몸짓이다. 아이는 낙하산을 펴기 직전 일분의 시간은 엄청난 두려움이었고, 낙하산이 펴진 그 이후의 순간순간은 신비로움으로 하늘로 올랐다고 말한다. 말하는 눈빛이 생기발랄하다.
지금도 딸아이는 기억 하나에 날개를 달고, 이미 눈빛이, 가슴이, 팔다리가 하늘로 오르고 있는 듯하다. 생각 하나가 ‘올라가는 낙하산’인 것이 다.
날개를 품고 있는 듯해도 결코 날 수 없는 인간이 만들어 낸 레포츠 스카이다이빙. 스카이다이빙은 아주 특별한 하강인 듯하다.
장승, 별안개들꽃, 하늘 그리고 희망하는 내 모습이 닮았다. 사색의 섬을 닮아간다. 내가 장승이 되고 싶어 하늘로 박차고 오르고 싶어 ‘생각의 집’ 속으로 그들을 초대한다. 나는 장승이 아니다. 들풀처럼 바람 따라 하늘거릴 수도 없다.
하늘 향해 높이뛰기 하고 싶다고 고함쳐도, 내 손으로 일곱 뺨 이상을 뛰어오를 수 없다. 하지만, 그들의 얼굴을 자주 마주하며 생의 가치를 배운다. 감동이 살아 있는 느낌표로 만든다. 질척거리는 생각 모음의 찌꺼기를 거른다. 허공에 내걸던 생각들이 머리로 내려와 앉았다가 또다시 따뜻한 가슴의 문을 열고 산사의 풍경소리를 낸다.
소박한 바람이 꿈을 흔든다. 잔바람 따라 흔들거리는 세상 구경이 재미나다. 멋스럽다. 세상 풍경 아래 동서남북으로 올라서는 것들이 모두 사랑스럽다. 시간이 느릿느릿 걸어간다.
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을 둥글게 말아 올린다. 생각 넝쿨들이 담장을 타고 오른다. 고개 숙인 내 그림자를 타고 하늘로 차오른다. 내가 그리는 대로 나답게 서 있는 착한 그림자가 태극문양의 낙하산을 타고 저공비행을 한다. 하늘의 품속에서 드넓은 여유를 배운다.
혹 그 여유는 ‘올라가는 낙하산’이라는 문화 아이콘은 아닐까?
창공에서 떨어지는 낙하산. 가끔은 날갯짓하는 낙하산이 되어 푸르게 날고 싶다. 꿈이다. 꿈이면 어떠한가. 행복이 바람을 타고 꽃을 피운다. 내일은 나도 ‘올라가는 낙하산’이고 싶다. 꿈에 젖은 희망 사항이 낙하산 꼬리에 매달려 뽀송뽀송하다.
낙하산 꼬리에 매달린 그 꿈 그리고 그 자유를 한 움큼 훔치고 싶다. 내가!
유민자 수필집 / <내일은 괜찮을거야 라온하제>, 73쪽에 실린 글
글과 영상/ 유민자드림
댓글 8개
자유를 지키믄 영혼, 소박한 일상에서 경험하는 자유는 오랜 시간이 지나도 더욱 빛나는 생활의 철학입니다 귀한 수필을 읽고 새로운 내 자신의 지유를 선택합니다. 감사드리 지루한 장마철에 건승하십시오. 유민자 작가님.
희망하는 내 모습이, '즐거운 내일'을 그려감을 알아갑니다. 정겨운 멘트, 박종영시인님의 생활 철학! 제게는 라.온.하.제인걸요. 세상 밖에서 '즐거운 내일이라는 순수한 우리말', 그 '라온하제'를 향해, 삶의 자유로운 영혼을 들고 예그리나(사랑하는 우리사이)를 외쳐요. '사어(死語)인 우리말사랑'을 고함 치고픈 오늘인걸요.^^
글을 따라 가다보니 잠시 행복했습니다.^^
자유롭지 않다고 느끼는 상처입은 영혼이, 도전하고 스스로 용감함을 느끼고, 순수함으로 돌아가는 경험을 통해 어떻게 치유되는 가를 그린 글로 보았습니다. 그렇습니다. 자유로운 자가 된 그 사람은, 이제 나아감에 걸릴 것이 없겠죠. 새로움이란게, 다가오리라 생각해봅니다. 좋은 글 감사드립니다.
낙하산 꼬리에 매달린 그 꿈 그리고 그 자유를 한 움큼 훔치고 싶다. 내가! 저도 그 꼬리 만큼 아니, 개미만한 자유라도 훔치고 싶습니다. 제가!!!!!!!!!!!!!!!!!!!!
\"잠시 행복했습니다.\", 인생에서 필요한 삶의 단맛인 그 말 한 마디! 왠지 오늘은. 졸필의 제가요. 김은순님께서 흘러주신 '행복이라는 언어가 주는 맛난 향'때문에, 졸필의 제가요. 온 종일토록 제 가슴으로 마음으로 물결칠 듯해요. 참! 고맙습니다. ^^
삶은 이렇게 사람향기가 뿜는 사람내음속에서, 환하게 웃음 짓는 듯해요. 졸고의 글을 써 내려가는 제가요. 일상의 쓴맛들이 세상밖으로 파고 들다가, 제 글 속에 숨어들다가 이렇게 순수한 자신으로 돌아가는 듯 느껴지는 지금이예요. 자유로운 영혼 그 장승, 함께한 시선. 김현배선생님께 감사인사 올립니다!
이왕이면, 낙하산 꼬리에 메어달린 그 꿈. 많이 많이 훔쳐 가실래요? 정겨운 분, 주몽의 활님 ! 즐거운 내일로 향한 , 뽀송뽀송한 그 꿈. 진정 무료인걸요. 부족한 제가 세상 밖으로 드리는 공짜 선물이예요. ^____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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