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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

유민자 2011. 07. 13. 오전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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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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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 민 자 

 

 

 

    꽁무니바람이 춤을 춘다.
   
스산한 소소리바람 되어, 내 살속으로 파고든다.
    그루잠에서 깨어난 사람처럼 맹하고 멍하다. 30여분이라는 시간의 얼굴이 보인다. 매섭다. 황홀하다. 그저 흠흠 거리다가 맥을 놓는다. 숨이 턱 막힌다.

   그리운 얼굴이 스쳐 지나가고 노을빛이 알 수 없는 어제라는 그림자 속으로 지나간다. 매분 매초간극으로 순식간에 뒤바뀌는 노을빛이 눈앞으로 너울거린다.
  
희로애락. 노을이 노르스름하고 붉은 듯 열정으로 오롯한 사랑을 닮아있다가도, 한 순간에 검으틱틱하기도 하고 푸르스름한 상처가 되어 코끝에서 아롱진다. 왠지 스멀대는 독성을 품은 듯 가슴으로 서서히 밀려든다. 그 노을 결이 삶의 바오맛을 품고, 내 마음결로 와락 쏟아져 내린다.

    저녁노을이 인생을 닮아있다. 다양한 우리네 생활의 빛깔을 닮았다. 노을빛이 우리네 생을 닮은 깊디깊은 복합색이라며, 단순하게 마음을 내리고 하심으로 살고 싶은 나를 가르친다. 외친다. 너는 왜? 노을빛이 아름답기 만하냐고 곁 사람에게 묻다가, 왜라는 물음을 뚫고 나오는 내 젊은 날의 그리움들이 왕왕거린다. 누군가 나에게 툴툴대며 되묻는다.

  \"노을이 아름답기만 한대……. 왜 그래? \"

    아마도 그것은 시계추처럼 흔들흔들 살아가는 것이 싫증이 많이도 난 듯하다. 어제라는 시간 속에 그윽하게 남겨진, 아름다운 자연처럼 노을처럼 그 평화로운 사람들이 그립다. 유독, 한 사람이 눈물겹게 그립다. 그 날의 환영인가 .

  울음보를 허리춤에 찼던 그 날. 궂은 날 구름사이로 잠시 나타난다는 여우별 하나가 내 가슴으로 떨어졌던 그 날. 토요일 봄날 오후, 병실창가에 기대어 밖을 본다.

  \"1시간 후면 인공호흡기를 빼겠습니다.\"
    의사선생님의 말이 귀청을 때리며 마음을 닫게 한다. 나지막이 서있는 소나무 두 그루는 마치 앉음뱅이 인 듯 보인다. 흰 목련 한 그루가 소나무의 초록빛을 누른 채 흰빛 세상을 자랑하며 서 있고, 화사한 목련 한 송이마다 커다란 눈물을 매달고 흰빛 속에 또 검은 빛이 어른거린다. 내 곁에 어머님이 아직은 숨을 내쉬며 가슴은 따뜻한데 주사자국인 멍으로 온통 손과 발은 검붉은 보랏빛이다.

   왜? 라는 물음표의 응원군을 불러 세웠던 그 날.
 
나도 모르는 사이, 멍든 마음을 시나브르로 내린다. 어머니의 몸인 보랏빛은 살색 빛이 감도는 빛으로 만들고 싶고, 목련의 흰빛은 있는 그대로 소박한 빛으로만 보고 싶었던 그 날. 모든 자연의 조화로움 속에 이탈을 하고픈 강한 욕구를 애써 눌렀던, 혼잣말의 낙서가 여기저기 언 땅위를 나뒹군다.

   나는 많은 것을 바라지 않아, 그냥 꽃 피는 봄 날, 한번쯤 깨어나 내 이름을 한번만 불러주시기만을 소망해. 중환자실의 어머니. 자식의 번거로움을 시키지 않으려는 듯 딱 한 달을 채운 채 하늘가로 오르기전 나를 알아보는 양 고개를 끄덕였지. 맞아. 긍정의 그 끄덕임은 내일을 앓지 말라는 신호였던 거야. 
 
한 층에 신생아실이 있고 그 옆자리에 중환자실이 함께 하고 있던 그 병실배치가, 삶의 풍경이 되어 내 눈물 속에서 아롱진다. 끈끈한 생명줄은 생과 사의 이음줄인 것인가. 또 한 조각의 낙서가 눈 안으로 들어선다.
 
병원 창가에서 놀던 흰 목련 잎 하나가 내 머리 위에 내려앉은 듯, 흰 꽃핀을 꽂고 어머님의 상중을 생각한다. 떠난 분 그리움을 등 뒤에 편하게 얹고 내가 가진 욕심이라는 언어다발을 다 가져가시기를 소망한다. 모든 삶의 호수를 다 뺀 정지 상태에서 이틀을 버틴 채 강인한 몸매로 따뜻한 가슴을 보여주셨던 어머니.
   차가운 손마디 끝마다 보랏빛 제비꽃으로 다소곳이 피어올랐고, 가슴만이 남겨진 온기로 신호음을 보이던 어머니의 숨결은 욕심주머니를 달랑 메고 잰 걸음으로 하늘로 올랐다.

   해밀 이다. 그 날 새벽녘. 천둥 번개를 지닌 빗소리로 소란스러웠지만, 세상먼지가 씻겨 말간 햇살을 따라 나섰다. 어떤 환영 하나가 뿌리는 비를 멈추게 했다. 나는 아침이 띄운 햇발을 가슴으로 내려 받으며, 두 손을 모으고 여민다. 비와 햇살이 뒤서거니 앞서거니 자연 속에서 밀려가고 밀려온다.

 

 세상이 동화 같니?

 

                                                                                                         삶. 그 일상이 자석이다.

                                                                                      밀고 당기는 남극과 북극.
    어느새, 왜 그래? 하고 부정으로 되묻던 고약한 말씨가 괜찮아로 바뀌어간다. 인간 품성의 단계를 한 뼘 두 뼘 서서히 높인다. 성의껏 다듬는다. 자석처럼 끌어당기는 은혜로운 사람소리에, 가슴으로 들어서는 훈훈함을 손끝으로 모아 꽉쥔다.

    '부모는 땅에 묻고 자식은 가슴에 묻어야 한다.'…….

    누군가의 말을 되씹는다. 땅 밑에는 작은 풀꽃들이 요동을 치며 올라서고, 가슴은 떨어진 목련 잎보다 남겨진 초록 잎의 흔들림으로 요란하다. 오래도록 슬퍼하려던 내 몸속으로, 세상사가 또 밀고 당긴다. 밀려든다. 
   자잘한 풀꽃사이로 내 엉덩이를 들이밀고 풀썩 편하게 앉아, 우르르 피었다가 지는 철쭉나무를 올려다본다. 단단한 가지에서 떨어져 나온 꽃잎들이 내 시야 속으로 나뒹군다.

   남실바람이 내 곁을 스친다. 바람결이 내 등을 감싸 안아주는 듯, 따뜻한 손길이 느껴지고 만져진다. 살랑거리는 세상사가 어린아이 눈빛을 닮았으면 한다. 동화 같은 해맑은 그림 속에 내일이 살았으면 한다. 내가 나에게 실없이 반문한다.

   세상이 동화 같니?

    올리사랑 이다. 무덤가에 쭉 늘어선 등굽은 소나무가 서 있는 도래솔 곁으로 바짝 붙어 앉는다. 늙어가는 내가, 더 늙어서 고인되어 사라진 엄마를 찾아 헤맨다. 누군가의 엄마라는 호칭이 싫어서 누군가의 아내라는 별명이 싫어서 지금의 이름을 지우며 어제의 세상에서 퇴근한다. 세상에 태어나던 날, 진실한 내 이름을 지어주신 부모를 부른다. 내 곁에 부르면 달려 나오던 평생지기 내편. 울 엄마가 있을 듯 한 그 동화 같은 세상 속으로 내달린다.

   동화를 닮은, 세상 그늘 속으로! 철부지처럼 어리광속을 뛰어다녔으면…….

    로켓이 발사되는 우주시대. 행복한 날의 그림이 맑음을 자처하며 환히 웃는다. 우주 속으로 빨려 들어가 빨주노초파남보 비눗방울을 두둥실 날린다. 
   내가 무선인터넷을 연결시켜서 신데렐라가 사는 동화의 집으로, 안테나가 메어 달린 자동차 날개위로, 우뚝 선 느티나무 위로, 사람들이 오고가는 다님 길에도 그린 나래를 달아 인사하는 행복을 쏘아 올린다. 노을에게 목련에게 풀꽃에게도, 햇살 한 뭉치를 무료로 던진다.

    라.온.하.제.
   
즐거운 내일이 내 안으로 발그스레 달뜬다. 응석부리던 내가 투정의 끝자락에 쭈그리고 앉아, 먼 마루를 보고 양 팔을 흔든다. 고함도 친다. 그 외침에 불쑥 달려 나오며 나를 보고, 인사하는 행복! 믿음직한 햇살도 비나리를 외치며 내 곁을 스친다.

    라온제나, 기쁜 우리. 질라래비 훨훨!

댓글 14개

박성실 2011. 07. 13. 오전 11:09

제목이 참 좋습니다. 동화, 저도 비슷한 생각을 했었어요. 부모님 그늘에서 나는 핑크빛 꿈을 꾸는 소녀였거든요. 수필가님의 글은 언제나 느끼듯 시 같습니다. 의식의 흐름을 따라 문장 문장을 이렇게 돌볼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할 뿐입니다. 스물스물 올라오는 습기가 마음까지 축축하게 만드는 계절입니다. 오늘은 볕을 좀 쪼이고 싶은데요...

별안개 2011. 07. 13. 오전 11:27

이렇게 빠르게, 부족한 제 글에 정겨움을 묻혀 주셨네요. 지금 제가 마음으로 가슴으로, 박성실님께 햇살 &#9728; 한 웅큼을 보내드려요. 진실로 은혜로운 오늘이예요. 졸필의 제글을 향해 좋은 느낌으로 함께 해 주셔서 참 고맙습니다. 답글이 달려서 제 글의 수정이 안되는걸요. 후훗! *^_^* 졸필의 \"동화\" 하단에 이렇게 우리말 해석을 달으려고 했어요! &#9730; \"동화\"에 나오는/ 순수한 우리말 바오- 보기좋게 시니브르 - 모르는 사이에 조금씩 조금씩 해밀 - 갑자기 폭우가 내리다가 순식간에 파란 하늘이 뒤이어 나오는 상태 라온제나- 기쁜 우리 나빌래라 훨훨 - 어린아이에게 새가 훨훨 날듯리 팔을 흔들라는 뜻으로 하는 말

이윤영 2011. 07. 14. 오전 11:02

항상 아까워서 천천히 꼭꼭 읽게되는 유선생님 글이예요. <그년이 이년이예요>를 먼저 읽은 다음인데, <동화>,,,,,, 아니나 다를까 유치원 친구들이 \"선생님 왜 그래요?\"하네요, 코가 멩~~ 하고 빨개져서, 이제 유치원 친구들과 동화속으로 들어가 봐야겠네요.

별안개 2011. 07. 14. 오전 11:18

정말로 제가요. \"코가 멩....\" 하게 만들었나요? 하지만요. 그 알수없는 슬픔의 뒤안길에는, 꼭! '희망이라는 아이'가 '기쁨이라는 소녀되어' 곁으로 다소곳이 다가서는걸요. 왜냐구요? 세상 밖으로 희노애락이 돌고 돌거든요. 진심이 느껴지는 윤영님 *^_^*

김현배 2011. 07. 14. 오후 11:38

저녁 노을을 닮은 동화의 힘은 우리를 저편 너머로 가게 해줍니다. 행복의 섬으로. 행복의 섬에는 우리의 모든 인연이 있습니다. 좋은 글 감사드립니다.

별안개 2011. 07. 14. 오후 11:50

\"행복의 섬\"이란 그 말맵씨에 빨려 들어가는 지금 이 순간. 어쩐지 동화의 나라에서 쉬어가는 철부지 아이처럼 방방뛰어도 아무도 나무라지 않을 그 섬의 풍경화 한 폭을 그려보는 오늘인걸요.....^^

박종영 2011. 07. 15. 오후 03:01

동화를 닮은, 세상 그늘 속으로! 철부지처럼 어리광속을 뛰어다녔으면// 로&#53017;이 하늘을 날고 수많은 사람이 모여 아우성치는 거리에서 바라보는 동화같은 세계, 감명을 안고 읽습니다. 감사합니다.

별안개 2011. 07. 15. 오후 03:20

누군가에게 어리광을 피우며 은근 슬쩍 기대고 싶은 날.... 이렇게 이런 글이 튀어 올랐어요. 가슴으로 감성을 두드렸어요. 단단하게 버티던 이성은 어른인데 여린 감성은 아직도 철부지지요. 고맙습니다.이렇게 세상을 동화처럼 함께 바라보아주셔서요.....

주몽의 활 2011. 07. 15. 오후 09:53

갑자기 소낙비가 내리더니 검은 하늘에 무지개 동산이 생겼어요 무지개 동산을 바라보다가 무지개가 갑자기 싫어져서 그냥 집으로 왔어요 동화처럼 살아가는 세상이 있었으면 좋겠네요.

별안개 2011. 07. 16. 오전 03:23

아, 왜요? 조금더 그 무지개 동산에 놀다 쉬다 오시면 좋았을텐데요....... 가끔 동화책을 옆에 끼고 보고 느낀다면, 동화처럼, 비슷하게 살아질 듯도 한걸요.^^

김문숙 2011. 07. 16. 오후 10:34

제가 가끔 클릭하지 않고 넘어가서 --ㅎ 지워 졌네요 동화의 주인공 우리 유민자님 동화도 아름답고 작가님도 한창 어여 쁘십니다

주몽의 활 2011. 07. 17. 오전 12:26

인생은 무엇을 이루기 위한 수단이 아닙니다. 인생 자체가 이미 목적입니다. 아니, 누군가의 일침처럼, 목적과 수단은 분리불가능한 일자(一者)입니다. 목적과 수단은 하나로 통일되어야 합니다. 잊을 수 없는 순간들이 모여 바로 우리들의 삶이 한 바느질, 한 땀, 만들어져 갑니다. 당신들을 알게 되고 당신들과 함께 하는 이 시간들이 바로 제 자랑스러운 인생입니다.

별안개 2011. 07. 17. 오후 12:24

삶을 만들어가는 지금 이 시간, 바로 전에 그 지금이라는 시간도 흘려갔어요. 맞는걸요. 주몽의 활님의 삶의 이야기들. 진실된 언어들... 부족하지만, 늘 이렇게 자랑스런 인생을 되도록 열정을 쏟는 오늘이예요.

별안개 2011. 07. 17. 오후 12:25

지금 이순간도 은근히 웃고 계실 글선배님... 늘 바라보는 시선이 고운 분, 김문숙시인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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