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글

게시물 상세보기

\"내가 저것이로구나\"

주몽의 활 2011. 08. 30. 오전 12:15
4330
서산대사西山大師가 묘향산 원적암圓寂庵에 있을 때 자신의 영정影幀에 쓴 시입니다. 八十年前渠是我 八十年後我是渠 80년 전에는 저것이 나더니 80년 후에는 내가 저것이로구나.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40년 전에는 저것이 나더니 40년 후에는 내가 저것이로구나. 4살, 5살때 한참 그림자를 보고 나만 따라온다고 저것이 내 그림자다 하고 생각했었는데..., 지금에와서 생각해보니 서산대사의 말씀처럼 내가 그림자를 따라가는 저것이로구나 하고 생각이 듭니다. \"사람이 하늘이고 밥이 하늘이고 밑바닥이 하늘\"이라던 그 녹두의 하늘을 바라보는 마음, 그 넉넉한 마음이야말로 사회와 시대와 역사와 인간의 진실을 향하는 한 줄기의 '양심'이며, 봄도 더디 넘는 옥담 속에서 겨우내 눈록빛 새싹을 키우는 매운 '예지'라 믿습니다.

댓글 3개

별안개 2011. 08. 30. 오후 09:46

철학적인 글내음에, 그 예지가 담긴 향기를 흠흠거려며 진하게 오래 맡으려고, 한 번 그냥 읽고 두 번을 생각하며 읽었어요. 아, 그렇군요. \"넉넉한 마음\"으로! 내 그림자에 진실을 실으려, 노력 해야겠어요.

김현배 2011. 08. 30. 오후 11:06

세상을 이끄려하나, 세상에 이끌리는 삶인가요? 여하튼, 세상은 뚜렷이 존재하고, 우린 그 속에서 삶을 영위하며 살아가죠. 자기 세상에서 주인이 되기가 힘든 것 같습니다. 그래도 한번은 크게 한번은 주인이 되어, 모든 암흑을 물리칠 그런 매서운 예지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김정흠 2011. 08. 31. 오후 12:51

세상에 태어나면서 되어질 모습이 내 영정이었고, 80년이란 인생을 살아놓고 보니 지금 영정의 모습이 되었구나. <서산>이라는 인생속의 예정된 모습이 80년이라는 시간을 두고 흘러서 현재의 모습이 되었으니, 80년 전의 나요, 80년 후의 나이로다. 10년 뒤, 그리고 40년 뒤, 이런 시를 쓸 지, 의문입니다. *^^*

댓글을 작성하려면 로그인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