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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명한 삶

김현배 2011. 11. 03. 오후 11:48
3553

그들의 아성은 이미 무너지고 있다.
물질위에 세워진 문명은 흔들리고 있다.


인간
그 인간이 이제 일어서고 있다.


창조의 향기는
인간을 주제로
삶을 이야기하고,


그들의 城은 이미
그 의미를 잃었다.


城의 구석진 곳에
새로운 인간
드높은 긍지의 인간이
기지개를 펴고 있다.


저쪽 멀리서부터
군대가 다가오는 데,
우리 城엔 싸울 자가 보이지 않네.


한참을 고민하던 城主는
긍지의 인간을 불러,
터놓고 말했지.


\"자네가 한번 가보아야 할 걸세\"


\"예. 분부 받잡겠습니다\"


긍지의 인간은,
홀로, 다가오는 군대진영으로 갔고,
잠시 그들과 이야기하더니,


다시 홀로 돌아왔다.


\"성주님, 그들은 우리를 치려고 하는 게 아니랍니다\"
\"그저 이리저리 떠도는 무리들이고, 군대는 그들의 이동 형식이라고 합니다.\"


\"그래 자네는 그들에게 무엇을 제시했는가?\"


\"전 그들에게 참된 문명에 대해 말했습니다.\"


\"그래?, 그게 무엇인가 한번 들어보지.\"


\"문명이란, 글로서 사람을 감동시키는 것이라 말했습죠\"


\"그래서?\"


\"그들은 문명은 파괴하고 창조하고 두드리는 걸로 알았다네요.\"
\"그러면서, 자신들은 그 두드릴 무언가가 없어서 여태 이리저리 이동하며 지내왔다네요. 그런데 제 말대로 문명이 글로서 사람을 감동시키는 거라면, 더이상 목숨걸고 지킬 것도 없다고 생각이 든다네요.\"


\"그것뿐인가?\"


\"아니죠, 그들은 의식주에 대해 물었어요. 저의 말이 맞긴 하지만, 의식주를 어떻게 해결 하겠느냐는 거죠.\"


\"그래서?\"


\"전 이렇게 말했습죠. 인간이 답입니다. 오직 인간만이 답입니다. 인간관계, 그것이 답을 줄거라 저는 역설했습니다.\"


\"그들이 수긍하던가?\"


\"별로였어요. 그대신, 그들은 구체적인 실천방안을 물었죠.\"


\"그래서?\"


\"전 태양에 대해 말했습죠. 매일 아침 떠오르는 태양을. 언젠가 어느 곳엔가 태양의 의미를 밝히는 날, 그 삶의 고통이 의식주의 고통이 사라질 거라고 했죠. 그래서 전 그랬어요. 누구나 따라야 할 구체적인 실천방안이란 존재하지 않는다고, 다만, 끝없이 스스로의 의미로 실천해야할 각자의 길이 있을 거라고. 그들은 저의 말이 의미가 있어보이긴 한다며, 그 말이 자유를 의미하냐고 물었습죠. 네 저는 그렇다고 했어요. 자유! 즐거운 실천이라고.\"


\"그걸로 이야기가 끝났는가?\"


\"거의 끝이 났습죠. 그들은 자신들이 사실 그리 가난하지 않으며, 자신들의 세상이 그리 적대적이지 않다는 걸 안다고 했죠. 자신들은 자유라는 단어로 감동을 받았다고 했죠. 그것이 문명의 본질임을 알게 되었다고도 했죠. 그들은 인간의 힘으로 모든 문제를 극복해야 한다고, 스스로 일군 삶에 결실이 있다고 깨닫게 되었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사람들의 지혜를 모아 살아가는 방법을 궁리하면 의식주도 해결될 것이라 긍정적으로 낙관했지요. 고마움을 표하며 그걸로 그들과의 대화는 끝이 났습니다.\"


\"자네가 이 城을 구했네!\"


\"과찬의 말씀을.. 하지만 제가 할말이 하나 더 있죠\"


\"뭔가?\"


\"이제 이 城도 의미가 없어질 것 입니다.\"


\"왜 그런가?\"


\"자유는 城을 필요로 하지 않으니까요.\"


\"일리가 있군.\"
\"그렇다면 성주인 나의 직책이 필요가 없어지는 건가?\"


\"글로서 감동을 전하는 참된 문명은, 어떤 것도 없애지 않습니다. 성주님은 별다른 일이 없는 한 계속해서 성주님이십니다. 대신 사람과 사람사이를 갈라놓던 제도가 투명해지겠습니다. 그래서 없는거나 마찬가지가 되겠습죠. 모든 것이 투명해지고 멀리까지 보이는 것, 그것이 이상사회가 아닐까요?\"


\"자네 말이 맞네. 진정한 변혁은 파괴하지 않는 것, 자네의 말이 설득력이 있어. 내 자네보다 한참 더 살았지만, 그 변혁에 대한 식견은 자네가 더 하네 그려. 고맙네 나를 돌아보게 해주어서. 고마워.\"


긍지의 젊은이는
그 후로, 자신의 방으로 돌어가
의식주라는 삶의 문제를 고민하고, 글쓰기라는 예술을 다듬으며 시간을 보냈고,
햇살이 부드럽게 감싸이는 어느 겨울날,
그동안 고민하던 일들에 답을 내보며, 한 장의 논문을 썼고,
그는 그 논문으로 모든 업을 청산했다.


지독한 고통마저 투명한 사회, 그는 꿈꾸었다.

댓글 2개

별안개 2011. 11. 04. 오후 09:54

아침에 떠오르는 햇살속으로 기지개를 펴는 모습이, 감동을 전하는 문명이 \"자유는 城을 필요로 하지 않으니까요.\"외치는 인간의 함성이 \"긍지의 젊은이\"가 되어 참한 사회를 꿈꾸는 듯 합니다. 멋진 신세계 앞으로....

김현배 2011. 11. 06. 오전 10:21

멋진 신세계를 꿈꾸어봅니다. 끊어졌다 이어지는 실천입니다. 그럼에도 그 길은 모두의 길이기도 합니다. 방문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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