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歸家 2011
歸家 2011
다음 역이 문래역입니다
내려야 하지요
그런데 내리기 싫습니다
내가 밖을 돌아다니기 싫어하는 이유라고요?
나보다 슬픈 사람
그들을 보기 싫어서죠
뭐 쓸데 없는 소리죠
허, 뭐 저보다 슬픈 사람이야
더 있지 않을 거라고 다짐했건만
휘청거리는 노인석 할머니도 절룩 다리를 뽐내며
사람들 틈을 끼어 내리려 하는데
뭐 제가 제일 슬픈 척하다니
그저 따라 내리려 하다니
허, 우습지도 않죠
지금도 밖을 돌어다니기 싫은 것은
그래요
밖이 싫은 거겠죠
내 안이 좋은 거겠죠
내 안엔 좋은 것이 하나도 없는데
밖보다 내 안이 좋다고 어떻게 다르게 말하죠?
비겁하다고요
슬픈 것에도 못들어 간다고요
어물쩍 오르내리는 사람들에게 묻습니다
당신도 슬픈 적이 있나요?
하루에 몇 번씩요?
후후, 가장 슬픈 듯한 질문이죠
물론 알고 있죠
하, 그 대답은 저 밖의 나 밖에 할 수 없는데
아, 나는 누구에게 묻고 싶은 것인지요
하필 사람이 드나드는 계단 길목이네요
눈을 감아 봅니다
저 위로 가면 밖인가요
내가 있는 내 밖인가요
내 슬픔 밖인가요
뭐라구요?
산다는 건 내 것을 만들고 부수는 거라구요?
아하, 그렇군요
미안합니다
하하, 아직 커서 미안합니다
다음엔 눈에 더 안 띄게 만들도록 해야겠어요
슬픔이든 기쁨이든
아주 작게
댓글 2개
저 바깥의 내가 이 안의 나에게 말합니다. 넌 할 수 있다고, 넌 해쳐 나갈 수 있다고, 넌 이루어 낼 거라고, 그렇게 저 바깥의 나는 소리치고 있었죠. 그런데 문득 이 안의 난, 듣지 못하고, 이리저리 헤매다. 슬픔의 늪이 빠지려는 순간. 그 순간에, 저 먼곳의 내가 힘들여 일구어온 작품을 보여주며 그것이 나의 작품이라고, 나의 혼이라고 말하기에 다시 기쁜 마음으로 나의 길을 자부하게 되었네.
내것은 아주 작게 네것은 조금 크게 나눔하고 나보다 너에게 가을빛으로 곱게 그려주고 또 또 환히 웃어주면서 이왕이면 이렇게 살다보면 \"어물쩍\" 한세월 훌쩍 지나가진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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