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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라빛 여정,

인형김시월 2011. 12. 23. 오후 01:41
3480


얼핏 보기에
잘난 사람은 잘난대로 살고
못난 사람은 못난대로 사는 것처럼 보이는
세상은 온통,
짐짓 잘난 척할 줄 밖에 모르는 누구나 과거의 못난이, 현재의 못난이,
그리고 미래의 못난이로 이어진 생의 가파른 무대 위에 
함께 울고 웃는 이유가 같거나 다른 서로
부대끼며 살아가는 존재로서
아주 잠시 동안의 젊음을 만끽하는 어느새 고비늙어 죽어도 모르는
하나같이 눈멀고 귀 먼 마음의 병이 깊을대로 깊은 스스로
틈만 나면 남보다 잘난 척하는 습관의 노예가 되어
자기도 모르게 못난 짓을 되풀이하는 것을
오히려 지혜롭게 여기는 오만과 편견에 사로잡힌 나머지 
망할 세월에 속아 사는 끝까지 버티고 자빠지는 꼴사나운 한평생
본디 우리가 죄 때문에 가난해지기는 하였으나
처음부터 가난이 죄는 아니므로
가난을 죄의 핑계로 삼을 수는 없음에도 불구하고
가난하기 때문에 더욱 죄 많은 현실에 망할 꿈꾸는 이들이
올바른 가치관이 전도된 부자들의 세계를 이룸으로 말미암아
인정이라고는 눈꼽만치도 없는 사회 곳곳이 가시울타리에 갇혀
어느 믿음 없는 자의 탄식처럼
가난하면 그리움도 죄가 되는 것이 아니라
가난할수록 그리움이 우리의 허다한 죄과를 덮으려
하늘로서 하얀 눈이 되어 내리는 까닭을 돌아보지 못하고
낙심한 스스로 헛된 망상에 사로잡힌 의식의 바탕이 무너져
형성된 착각의 늪에 빠진 나머지 어긋난 생각의 주체가 되어
두려운 가난을 피하여 도망치는 평생 더 큰 부자가 되는 것을
홀가분한 마음으로 이르는 궁극의 지표로 삼아 달릴지라도
막상 다다르면 모든 것이 허무로 돌아갈 사망의 언덕 너머
더 이상 그리워해야 할 것들을 그리워하지 못하는 것이
곧 죄인 것을 알고도 끝까지 회개치 아니하는 자들의
한낱 웃기지도 않는 핑계에 지나지 않는 토막글 따위에 감탄하며
아무 지각없이 멋대로 구는 세태에 분노하는 시선마저 회피하며
그저 간단없이 먹고 사는 일에만 매달려야 하는 현실의 비애에
괴롭게 신음하는 사람들과 그렇지 못한 사람들로 갈려 있으니 
일부러 추운 날씨에
손발이 시려서 하기 싫은 일을 하러
나가고 싶은 사람이 어디 있을까?
인정이라고는 눈꼽만치도 없는 곳곳이 얼어붙은 바닥을
엉금엉금 기어서라도 살아야 할 이유를 가슴에 품고
빌어먹을 가난을 참고 견뎌야 하는 현실 가운데
슬픈 과거의 못난이, 현재의 못난이, 그리고
미래의 못난이로 사네마네 변덕스러운
나 또한 어쩔 수 없이
손발이 시려도 하고 싶은 또 해야만 하는 일을 위하여
당장 먹고 사는 일에 신경쓰지 않을 수 없는
순간의 쓴맛을 고스란히 느끼며
한 병의 포도주를 마시는 평생
또 한 병의 포도주가 되어
받은 만큼 돌려주는 인생의 향기로 그윽한 한 잔,
한 잔이 맑고 투명한 그리움으로 찰랑이는
존재의 자유를 누리고 싶을 따름인 
오늘날 비록 그 끝이 보이지 않는 수시로 불안의 우겨쌈을 당하여도
그 날이 그리운 날에는 다소 씁쓸한 현재의 기억마저
감사함으로 녹아드는 축복의 그릇에 담긴
행복의 요소가 될 것을 아는 바, 
이제나저제나 애모쁜 이내 가슴을 적시는
사색의 향기에 만취한 날에는
지나친 생각의 과부하에 걸려
썼던 글을 지워 버리는 경우가 또한 종종 있기로  
그것이 내일은 멋진 시인을 꿈꾸는 입장에서 
어제와 오늘이라는 시간이 안타까운 때로
득이 되기도 하고 실이 되기도 하지만
나로서는 그때처럼
스스로 곤란한 상황에 처한 내 자신을, 내 생각을
다시 한 번 더 돌아보고 점검하는 계기로 삼아
수사에 매달리는 시간의 소중함을 느끼며
작품 활동에 매진하는 경우도 드무니
가난할수록 더욱 절박한 심정이야말로
머나먼 내 고향 앞바다에 그리운 모든 것들로
밤새 노도처럼 말을 달려와 머무는 새벽의 항구가 되어
이윽고 어두운 창가에 반가운 아침의 푸른 노을이 닻을 내린다.
흐린 날에는 하얀 비 나리는 추억에 고즈넉이 잠기게 하였다가
맑은 날에는 찬란하게 펼쳐진 무지개를 밟고 오르는
아직 어린 존재의 자유를 꿈꾸는 시선들이
흩어진 밤하늘에 별빛처럼 박혀 있는
어느 이른 새벽 오솔길따라 먼 산자락에 피어오르는
뭉게구름의 향기를 밟고 손짓하는
내 안의 수많은 그대로 일어선 바람의 줄기를 따라
마디마디 빛나는 예술의 세계를 바라보았습니다.
오, 더욱이 사랑하고픈 나의 주 나의 하나님이여!
고맙고 또 고맙습니다. 오색 명주실 같은 진실로
한 땀 한 땀 수놓은 듯한 그대 고운 마음씨에
서늘한 목덜미를 감싸는 온기를 느끼며
평온의 노을 진 올 겨울엔 아무래도
목도리를 따로 장만할 필요가 없을 것 같습니다.
더러 짐이 되면 또 어떻습니까?
따로 또 같이 걷는 그 길이
두 사람이 함께 걸을 수 없을 만큼 좁아진 곳에서는
홀로 선 둘이 만나 하나되는 길을 따라
마중 나온 그리움의 포로가 되어도
좋은 일이 아니라 할 수 없는
때로 다시 돌아올 수 없는 곳으로 떠난 시간을
돌이킬 수 없는 현실에 홀로 남은 
둘 중에 어느 한 사람, 
차마 그리워도 그립다 말 못하고
돌아서서 먹먹한 가슴을 치며
넋놓고 주저앉아 슬퍼할 겨를조차 없다고 한들
무슨 상관입니까?
헤어진 다음날부터 남남처럼 떨어진
둘이 하나된 길을 함께 걷던 순간의 추억 이외에는
아무 것도 상관할 필요가 없다는 사실에
유난히 춥게 느껴지는 마음속
허전한 시간의 옆구리에 팔짱을 끼고
휘청이던 예전처럼 각자 마땅히 가야 할 길을 따라가는 도중에
언제 어디서 또 무엇이 되어 어떻게 만나게 될지 모르는
우리 서로가 서로에게 오직 상관할 수 있는 것은
언제든지 헤어질 수 밖에 없는 그 길 끝에서
다시 만날 목적이 무엇이냐는 물음에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같은 대답을 주고받는 것이려니,
말하지 않아도 알 만한 뜻이 통하는 따로 또 같이 걸음걸음이
이미 새하얀 눈꽃으로 피어올라 평화의 향기를 발하는
저 길 끝에서 더없이 다정한 손에 손을 잡고
환하게 웃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는
지금 곁에 두고 볼 수 없으므로
함께하고 싶은 마음만으로는 부족하게 느껴지는 사실이 
섭섭하다 한들 또 어떻습니까?
물론 언제든지 함께 할 수 있다면
다시없이 좋을 일이지만,
비록 홀로 여행하는 시간의 그늘이 대체 어디까지 이어져 있는지
알 수 없는 지금도
그동안 얼마나 긴 외로움 속에 고달프고 지루한 길이었는지
남모를 설움과 괴로움을 참아 걸어올 수 있었던 이유가
언제나 변함없는 푯대로 이끄는 예전과 마찬가지로
살다 보면 자연히 알게 되는 그림자 인생,
가만히 돌아보노라면
앞으로는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서도
또 어떻게 될지 몰라서가 아니라
한결같이 무지개의 끝을 좇아가는 못난이 트리오 조마조마한 걸음이
어디에 이르렀든지 또 어찌하든지
결국은 함께 할 수 있다는 믿음으로 외롭지 않은 순간의 추억이
시나브로 늘어가는 사실에 눈물나게 기쁜 마음 감출 수 없는
서로가 서로에게 나름의 애틋한 사연을 담은 편지를
주고받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다분히 행복한,
꿈이라도 좋은 시절의 자유를 노래하는 평생
죽어도 잊을 수 없는 무대 위에 시들지 않는
한 송이 향기로운 나라꽃이 되고 싶습니다.
진실로 진실로
언제까지나 젊은 그대 품 안에......

댓글 2개

별안개 2011. 12. 23. 오후 02:34

\"그리움으로 찰랑이는 존재의 자유\"속을 더불어 느끼며, 홀로하는 시간여행자의 생각속을 함께 했어요. \"시들지 않는 한 송이 향기로운 나라꽃\" 이여!!!

장애자 2011. 12. 29. 오후 11:17

좋은 글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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