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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 강화에 가시려거든

백승훈 2012. 01. 12. 오전 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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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대 강화에 가시려거든
 
 
그대 강화에 가시려거든살아온 날들의 남루는 다 벗어버리고
살아갈 날들의 희망만 가슴에 품고 가시라
행여 팍팍한 이승살이에 조급증이 일더라도 종종걸음일랑 치지 말고
물빠진 개펄을 천천히 건너는 낙지의 느릿한 발걸음을 따라
손목에 찼던 시계쯤은 간단히 풀어버리고
염하에서 천리길을 달려온 한강물이 바다로 스미듯
연미정에 올라 강화의 풍경 속으로 안개처럼 슴배어드시라

심도기행은 마음 속으로 난 길을 따라 걷는 일 
강화나들길을 따라 걷다가 가시가 생의 전부인 탱자나무를 만나거든

지난 봄에 피었던 탱자꽃의 안부를 물어도 좋으리
몸보다 마음이 먼저 가닿는 마니산에 오르거든
참성단 한 모퉁이 외롭게 선 까치박달나무의 수피를 어루만지며
깊고 긴 호흡으로 생생한 기운을 가슴에 담으면
이 추운 계절을 건너가는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리라

삼랑성 전등사에 들러 대웅전 처마 끝에 나부상을 찾아
이승의 누추한 지나온 삶을 곰곰히 되짚어보고
맺히고 옹이 졌던 마음 바다에 풀어놓으시라
행여 초지대교 옆 황도의 나무길이나 동막해변에서

눈맑은 시인을 만나거든 가볍게 눈인사만 나누고
그가 세상의 모든 곳 마다하고 강화에 사는 까닭일랑 묻지마시라
누구라도 강화에 가실 때에는
사는 동안 날카로운 가시에 찔린 기억 하나쯤은 품고 가시겠지만
혹여라도 말랑말랑한 뻘밭의 유혹에 마음 빼앗겨

섣부르게 자신의 속마음을 고백하진 마시라
외포리에서 갈매기떼에게 새우깡을 나눠주며 바다를 건너고

낙가산보문사 눈썹바위 아래 부처님 얼굴에 저녁노을이 번지면
빙그레 웃는 부처의 미소가 그리운 이를 닮아가리니 
가시박힌 생의 어느 마디쯤 탱자꽃처럼 눈부시게 피어 있을

그리운 이의 이름을 하나씩 가만가만 불러보시라
그러면 마치 그 부름에 화답이라도 하듯
희붐한 해무 사이로 범종 소리 우렁우렁 달려오고
하늘엔 못보던 별들이 새로이 돋아오리라
그대 강화에 가시려거든
천망의 그물에도 걸리지 않는 바람 같은 마음으로 가시라

 

이번 주말, 그러니까 1월 14일 날. '말랑말랑한 힘' '눈물은 왜 짠가'로 유명한 함민복 시인을 만나러 강화도로 문학기행을 떠납니다. 우리 시대의 서정시의 맥을 잇는 가장 순수하여 삶이 시이고 시가 곧 삶이기도 한 함민복 시인을 만나러 가는 거지요. 아직  그날이 되려면 아직 멀었는데 벌써부터 설레는 마음입니다. 이래저래 잠 오지 않는 밤, 마음 다독이며 자장가를 부르듯 몇 줄의 낙서를 끄적여봅니다.

그대, 저랑 강화에 안 가실래요?

댓글 1개

김현배 2012. 01. 13. 오후 10:56

마음속으로 난 길을 따라 걸어본다 분명 그리움이 있고 내 손은 그것을 그리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겠지 분명 그럴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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