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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의 초상 1

윤고방 2012. 02. 11. 오전 0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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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의 초상 1




얼마나 기다렸던가 우리는

단지 당신을 만나기 위해 떠난다 
낡아서 먼지가 되어 버린 수첩 속에서도

다시 살아나는 또렷한 그대의 음성
이국의 노을이 되어 수직 암벽에 걸린

알피니스트의 아름다운 주검

벌써 여러 번의 가을이 지난 후 

골방 구석에서 발견된
산화한 귀뚜라미의 맑은 눈동자



우리는 모두 눈 부릅뜨고 기다린다

평면을 거역하는 수직의 눈바람

빙벽을 오르는 소슬한 설레임을


발목을 휘감는 무색 안개거나 오색구름일지라도

자일 끝에서 울려오는 신호란 신호는 모두

내 붉은 살덩이와 닿아 있는 신경 줄이라면 모두

정육점 철 고리에나 꿰어 두어라



떠나자 남루한 기다림을 벗어 놓고 떠나자

맛 좋은 휘파람 몇 소절 데리고

우리집 강아지처럼 오직 한 목숨만 사랑하는

오래오래 당신이 손짓하는 곳
동굴에 내리 걸린 비단 빙벽을 오르자

댓글 7개

김현배 2012. 02. 12. 오후 09:08

멀고도 거친 곳으로 유혹함은 가깝고 편한 곳의 무감동 때문일까 무언가 극적인 것을 연출하기 위해 우리는 오늘도 멀고 거친 곳을 항해한다

이수현 2012. 02. 13. 오전 11:44

날자 날자 내 어깨죽지가 가려움을 느낀다. 날개가 돋아날려고 하는 것 같다. 날자 날자 ^^

cjajj 2012. 02. 14. 오후 04:04

눈덥힌 산속에서 퍼져오던 맑은 공기의 고요함이 떠오릅니다. 기다림이 게으르면 남루하다는걸 잊고 살았네요.

미오새 2012. 02. 14. 오후 10:13

*윤선생님... 안녕하세요, 오랫만에 뵙습니다. 글속에 투영된 선생님의 성품에서 정직하고 바른길을 찾는 지혜를 얻기도 합니다. 오랫만에 올려주신 \"날개의 초상 1\" 은 오래도록 음미하여야 그 진수에 접근할 수 있을 것 같군요.

윤고방 2012. 02. 14. 오후 10:41

방문해 주신 분들께 감사 드립니다. 김현배님, 이수현님, cjajj님 반갑습니다. 미오새님과 나누었던 재미있던 대화는 벌써 꽤나 지난 시절 이야기가 되었군요. 앞으로는 한번씩 들러서 작품도 올려 놓고 말씀도 나누고 하겠습니다.

최상옥 2012. 02. 22. 오후 01:45

작품을 올려 주신다는 반가운 말씀^^ 올려주신 날개의 초상 1 은 위에 말씀 하신것처럼 곰씹어 보고 느껴야 할 것 같습니다 잘 보고 갑니다 선생님!

윤고방 2012. 03. 01. 오전 02:33

최상옥 선생님께서 벌써 오래 전에 다녀 가셨군요. 봄이 오면 어느 모임에선가 반갑게 한번 뵈야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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