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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타와 모래꽃 4

윤고방 2012. 02. 26. 오후 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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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타와 모래꽃 4     윤  고  방



                   
어둠 속으로 더 깊이 들어간다

이상하게도 갈수록 짙어지는 건 밝음이다

석주마다 오두막집 등불들이 길을 밝히고

길바닥엔 황토 먼지 대신에

기화요초들이 낯선 웃음으로 반긴다



     버스들은 돌아 앉아 엔진을 식히고 있고

     전철은 긴 꼬리를 접고 잠자리에 들었다



발걸음을 따라오던 출구의 빛이 사라질 무렵

어디선가 에코의 맑은 음색으로 울리는

길들이지 않은 짐승들의 온갖 숨소리 가득하다



     자정 뉴스에서는 전봇대가 졸음에 못 이겨

     티브이 화면을 모두 꺼 버리고

     휴대폰도 제풀에 겨워 눈을 감았다 한다



텅 빈 우주에 울려 퍼지는 짐승들의 울음소리는

희고 푸른 불길이 되어 동공을 밝힌다

기름이 번질번질한 자작나무 형틀이 보이고

오래 전에 잡혀 온 노련한 연금술사들의

행복하게 영면한 흰 뼈들이 보인다



만나고도 서로 알아보지 못하는 두 풍경은

오늘도 동굴 문 앞에서 마주보며 웃고 있다

댓글 21개

인형김시월 2012. 02. 26. 오후 05:54

Listen with ur heart ☞ Alain Barriere - Un poete, (♬) 정말 대단한 표현력에 혹시나 해서 인터넷 검색창에 이름을 쳐 보니, 시인 윤고방이라고 뜨네요. 두 풍경이 오늘도 동물 문 앞에서 마주보며 웃고 있는 시간 속의 또 다른 여행자, 투명인간 시월은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며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좋은 시 감상하게 해 주셔서요, ^^

인형김시월 2012. 02. 26. 오후 06:53

또 둘러보니, 향기채널 - 작가탐방에도 윤고방 시인의 기사가 올라와 있네요.

포아풀 2012. 02. 26. 오후 09:51

곧 빛을 볼 '낙타와 모래꽃'... 미리 축하드리며... 선생님, 늘 문운이 함께 하시길 빕니다.

나그네 2012. 02. 26. 오후 09:53

여기가 어디일까... 신비한 빛 신비한 바람 여기가 어디일까... 신비한 세계

윤고방 2012. 02. 27. 오전 12:25

투명 인간 김시월님, 반갑습니다. 박수를 쳐 주신다니 감사드립니다만, 동굴 지킴이한테는 어울릴지 모르겠습니다. 투명- 참으로 좋은 느낌을 줍니다.

윤고방 2012. 02. 27. 오전 12:28

포아풀님, 소중하고 과분한 평설에 깊고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천기누설한 벌을 받으면 어쩌지요?

윤고방 2012. 02. 27. 오전 12:33

졸시에서 '신비한'을 느끼셨다면 너무나 큰 영광입니다. 우연히 마주친 나그네와 함께 잠시라도 그 바람 맛볼 수 있다면.....

인형김시월 2012. 02. 27. 오전 03:21

투명... 그것이 또 한편으로 얼마나 괴로움을 가져다주는 단어인지, 아실 만한 분 같아 반가운 마음에 박수를 친 겁니다요. ^^ 동굴 문 앞을 지키고 앉은 동굴지킴이가 동굴을 지키기 위해 있는 것이 아니란 것을 저 또한 이미 오래전부터 아는 사람이 된 것처럼,

인형김시월 2012. 02. 27. 오전 08:57

참고로 저는 시계바늘이 자정을 가리키는 이윽고 정지된 시간의 동굴 깊숙이 회전하는 역사의 거대한 광장을 보았고 그곳에서 천갈래만갈래로 나뉜 동굴들을 보았으며 그 수많은 동굴 너머 오직 하나의 열쇠로 통하는 세상의 달빛이 뛰는 광경을 본 후로 그 달빛과 더불어 신나게 춤추는 바람의 인도를 따라 먼발치 듣도보도못한 새 아침의 환한 햇살에 찬란히 빛나는 예술의 동산 입구까지 매일밤 순례하는 사람입니다. 때로는 미친 듯이, 끊임없이 펼쳐지는 천혜의 절경 끝에 피어난 들꽃의 향기를 모아모아 돌아오는 길은 뭇별처럼 빛나는 추억 속에 더불어 행복한 세상의 미소로 가득하지요. 동굴 속 살아 있는 벽화처럼 보이는 기화요초, 그것은 원래 동굴 안에 있는 것이 아니라 동굴 밖에 있던 것입니다.

인형김시월 2012. 02. 27. 오전 10:04

쓰다보니 댓글이 시의 일부가 되었네요. 이렇듯 내가 뜻하지 아니한 순간에 나를 찾아와 온몸을 휘감는 영감의 줄기를 따라 피어난 꽃향기들이 주로 내 시의 생기 있는 뼈와 살의 근간을 이루고는 하지요. 종알종알종알...... ^^

김현배 2012. 02. 27. 오전 11:57

언젠가는 만나야 하는 문명과 원시 그 대비가 참으로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감사합니다. 윤고방님

미오새 2012. 02. 27. 오후 10:41

*윤선생님.. \"만나고도 서로 알아보지 못하는 두 풍경\" 처럼, 숨박꼭질을 즐기는 시어들의 뜻을 헤아리기에는 시심이 청맹과니의 수준이라 윤선생님의 글 앞에 머물렀던 흔적만 남기는게 예의일 것 같습니다. 읽고 또 읽어 눈꺼풀이 한겹 벗겨지기를 스스로 기대해 봅니다. 항상 건강하시고 평안하시기를 기원합니다.

김문숙 2012. 02. 28. 오전 10:38

늘 평강하시기 바랍니다

최정아 2012. 02. 28. 오후 04:08

선생님의 어둠환상곡에는 아직도 까맣고 단단한 씨앗들이 무수히 존재하는것 같아요

윤고방 2012. 02. 29. 오전 01:17

밤의 순례자 시월님의 문운이 환히 열리시기를 기원합니다

윤고방 2012. 02. 29. 오전 01:21

김현배님 고맙습니다. 문명과 원시, 인간이 풀어야 할 영원한 숙제겠지요.

윤고방 2012. 02. 29. 오전 01:24

미오새님, 반갑습니다. 올봄엔 드디어 백조로 환생하시지 않나요? 청맹과니라니 당치도 않으십니다.

윤고방 2012. 02. 29. 오전 01:27

까만 씨앗을 눈여겨 보신 최정아님의 눈빛에 제가 너무 둔감해서 죄송합니다. 사과를.....

윤고방 2012. 03. 01. 오전 02:23

김문숙 시인님 반갑습니다. 전주 문학기행에서 뵙겠습니다.

별안개 2012. 03. 02. 오후 02:40

\"낙타와 모래꽃\" 시어의 풍경속으로 들어가 눈을 감아요. 왠지 눈을 감고 보는 세상풍경이 \"꼬리를 접은 잠자리\"인양 평화로와서, 그저 웃고 있는 모습에 반해요. 존경하는 윤고방회장님의 시어속으로! ^^

윤고방 2012. 03. 12. 오전 01:05

답장이 늦어 죄송합니다. 별안개님의 이름자가 마음을 참 편안하게 하는군요. 깊고 깊은 밤하늘을 바라보는 신비함도 따라오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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