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글

게시물 상세보기

지란지교를 꿈꾸며

비꽃 2012. 09. 09. 오후 06:24
3496

내가 가지고 있는 책 중에 가장 오래된 책이 한 권 있다. 1985년에 발행되었고 그 후 2년 후 20판이 발행되어
가지게 된 유안진님의 '우리를 영원케 하는 것은'이라는 이 책은 낡고 누렇게 변색이 되어 있지만, 앞으로
많은 시간이 지나도 절대 버릴 수 없다. 현대문학사에서 펴낸 이 수필집은 내가 아끼는 책이다.
87편의 수필이 있고 이 중에서 가장 마음에 와 닿으면서 거의 외우다시피 한 글은 '지란지교를 꿈꾸며'라는
글이다. 지란지교는 명심보감 교우편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지초와 난초같이 향기로운 사귐을 뜻하는
것으로 친구 간의 맑고 깨끗한 사귐을 말한다.
많은 사람을 사귀기보다 일생에 한두 사람과 끊어지지 않는 아름답고 향기로운 인연으로 죽기까지 지속되길
바라는 작가의 마음이 담겨 있다.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찾아가도 편안하게 만날 수 있고 전혀 허물없이
만날 수 있고 애써 말하지 않아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이 지란지교를 나도 꿈꾸게 되었다. 그래서 학교
다닐 때 친구에게 편지를 쓰면 꼭 잊지 않고 이분의 글을 써서 함께 보내주곤 했다. 하지만 난 그때까지
내성적인 성격 탓에 많은 친구를 사귀질 못했다. 물론 주위에 많은 사람이 있으면 좋겠지만, 진정으로 마음을
나눌 수 있는 한두 명의 친구만 있으면 된다고 생각했다.
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생활을 하면서 바쁘게 보내다 보니 학교 때 편지를 주고받으며 지냈던 친구들과의
소식도 끊어져 버리고 늘 직장만 왔다갔다 한 것 같다. 물론 정기적으로 모임을 통해 만나는 친구들이 있었지만
그 친구들은 모임을 통해 술 마시고 헤어지면 따로 연락하며 지내지를 않았다. 그곳을 떠나 낯선 서울에서
살게 되었을 때 내가 먼저 연락을 해도 그 누구도 연락을 주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몸이 떨어지면 마음에서도
멀어진다는 말을 실감했다. 그동안 내가 사귄 친구는 진정한 친구 사이가 되지 못한 것 같아서 한편으로는 내가
인생을 잘못 살았나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아는 사람 하나 없는 정말 낯선 곳은 사람들만 많았지 정말 삭막하게
느껴졌다. 하루하루 정말 너무나 외로운 시간이었다. 그러다 인터넷을 접하고 글을 쓰게 되면서 많은 사람을 알게
되었다. 비록 얼굴을 안 보고서 이야기하는 것이지만 진정으로 마음을 열고 이야기하는 친구들도 생기게 되었다.
여러 인터넷 카페의 운영자도 하게 되고 내가 만든 카페도 있고 인터넷을 하면서 알게 된 사람들과 많은 이야기를
했는데 시간이 지나니 어느 정도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친구도 생기게 되었다. 많은 사람 중에서 몇 명이 한곳에서
만날 수 있었고 짧은 시간이지만 즐거운 시간을 함께 보냈다. 오래도록 글로 익숙한 사람들은 실제 만나도 전혀
어색한 감이 없었다. 의남매, 의자매도 맺고 반지도 하나씩 나누어 끼기도 했다. 그리고 자주 연락하지도 못했는데
가끔 메일이나 문자메시지를 하나 보내주면 참으로 고맙게 생각하고 '우린 친구 아이가'라고 말해준 동갑의 그는
오래도록 마라톤을 즐기는 친구였다. 한 번은 이봉주 선수와 옆에서 뛰는 모습이 자랑스럽게 보였다. 학생들에게
태권도도 가르치고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열심히 하는 친구의 모습을 오래도록 지켜본 적 있다. 지금은 연락이
닿지 않지만 그런 친구처럼 나는 아무런 거리감도 없이 편안하게 볼 수 있는 친구를 원하고 있었다. 친구라는 존재,
언제까지나 끊어지지 않는 우정으로 지속될 수 있는 친구를 만난다는 건 정말 쉽지 않음을 느끼게 되었다.
나는 전날 약속이 있어서 외출을 했다. 많은 거리를 남겨 두지 않고 갑작스럽게 변해버린 내 몸 때문에 그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병원에 누워 있으면서 많은 생각을 했다. 정말 보고 싶은 사람을 보지 못하고 누워서 오랜 시간
링거를 맞고 있는 내 심정은 말로 다 할 수가 없었다. 혹시라도 걱정할까 봐 더 이상은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는데
한 통의 전화를 받고서 이상한 느낌에 전화를 걸었다는 말에 목이 메이기 시작하더니 잠시 통화를 하는 사이 목이
쉬어 버렸다. 많이 서운했다는 말에 내 마음도 많이 아팠고 나는 전혀 생각을 안 한 바는 아니지만 그래도 미안하고
너무나 고마운 마음에 어쩔 줄을 몰랐다. 굳이 말하지 않아도 나를 그만큼 생각하고 있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는데
그 정도밖에 되지 않느냐는 말이 참으로 아팠다.
다음날까지 내가 먹은 거라고는 빈속에 약만 세 번을 먹었을 뿐이었다. 의사선생님께서는 어떤 유혹에도 넘어가지
말라고 하셨다. 현재의 몸 상태로는 어떤 음식도 내 몸에 흡수가 되지 않을 것이니 살기 위해서 먹어야 한다는 생각은
하지 말라고 하셔서 나는 배가 고파도 꾹 참았다.
일찍 잠들었다가 깨어서 오랜 시간 다시 잠들지 못하고 새벽이 오고 아침이 밝아올 때까지도 깨어 있으면서 나중에는
엎드려서 잠이 들었는데, 꿈을 꾸었다고 생각한 순간 눈앞에 보고 싶은 사람의 모습을 보고서 꿈이 아님을 알았다.
그래서 나는 오늘 내 생애 처음으로 뜨거운 눈물을 삼켰다. 진정으로 나를 걱정해주는 지란지교 같은 소중한 인연을
그릴 수 있겠다 싶어서 여기까지 찾아와 준 인연에 진심으로 고마운 마음이 든다. 아프지 말라고 보고 싶었다고 꼭
한번 안아준 것만이라도 나는 씻은 듯이 전혀 아프지 않았다. 잡은 손도 놓고 싶지 않았다. 누가 나에게 아파도 죽
한 번 끓여준 적도 없는데, 아프다는 나를 생각해서 멀리까지 달려와 준 인연을 어찌 잊을 수가 있겠는가.
꿈처럼 느껴지는 인연을 오래도록 간직하고 싶고 물론 나 또한 노력을 해야 한다는 것을 안다. 하고 싶은 이야기를
더 이상은 꼭꼭 숨겨두지 않고 못다 한 말도 있는 그대로 할 수 있는 내가 되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단순히 만나고
헤어지면 끝이 나는 인연이 아닌 이 세상에 정말 한두 사람이라도 오래 이어질 수 있는 절친이 되기를 바라며
향기로운 인연인 지란지교를 꿈꾸어 본다. 나는 내가 인생을 잘못 살았다는 생각도 했었다. 하지만 이 생각마저
완전히 떨쳐버릴 수 있겠끔 나를 변화킬 수 있는 힘을 준 소중한 인연에 감사한다.
비꽃(瑜眞 이은숙)

댓글 10개

자연이 2012. 09. 09. 오후 11:40

안보면 보고 싶은 사람..소중한 사람... 아름다운 인연으로 오래 이어실것 같아요. 그리고 비꽃님, 아프지 마시고 건강하셔야죠? ^^

비꽃 2012. 09. 10. 오전 02:13

네 맞습니다. 어느 순간 안 보면 보고 싶은 소중한 사람이지요. 아마 오래 좋은 인연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합니다. 그런 바람으로 저도 노력할 것입니다. 몸이 아팠던 건 정말 한순간이어서 저도 속상했답니다. 하지만 어제와 다르게 오늘은 정말 아무렇지도 않게 좋아져서 다행입니다. 정말 감사하고요, 자연이님께서도 늘 건강하시고 좋은 하루 되세요~

정해월 2012. 09. 10. 오전 11:07

마음이 아프네요 사람에게 상처받는것만큼 아픈건 없어요 절실했던 그 인연에게 되려 버려지는 기분 저는 압니다. 비꽃님 아프지 마시고 건강 회복하세요 인연은 멀지 않은 곳에서 비꽃님을 기다릴거예요 내가 하는 만큼 알아주는 사람이 나의 인연이라고 생각하세요

정채균 2012. 09. 10. 오후 03:38

지란지교(芝蘭之交)... 낯설지 않게 접해본 사자성어입니다 사회란 것이 서로 부대끼며 나누며 그렇게 살아가나 봅니다

비꽃 2012. 09. 11. 오전 02:12

'지란지교'란 단어를 참 좋아합니다. 늘 지란지교를 꿈꾸고 있습니다. 우리 사회가 더불어 살아가는 것이지요. 혼자서만 살 수 없으니까요... 소소한 일상도 편안하게 이야기하며 지낼 수 있기를 바란답니다. 늘 행복하세요~

비꽃 2012. 09. 11. 오전 02:16

네 감사합니다. 하지만 전 누군가에게서 버려져서 상처받은 적은 없습니다. 오래 이어질 수 있는 인연이라 생각했던 이들이 멀어져 가니 아쉽기는 했지만 다들 각자의 인연들을 찾아서 잘살고 있으니 그들의 행복을 빌어주어야겠지요. 우리는 살아가면서 조금만 일찍 만났더라면 좋았을 걸 하는 인연도 있을 것입니다. 곁에서 함께 할 수 없는 인연에는 참으로 안타까운 마음도 들 것입니다. 그리고 저는 새로운 인연에 마음을 다해서 함께 하고 싶습니다. 늘 행복하세요~

정해월 2012. 09. 11. 오전 10:56

비꽃님의 글을 저의 입장에서 생각해서 쓴 글인데 오해가 생기게 했네요 죄송합니다 인연이라는 이름으로 상처받아 회복하는 시간이 새로운 인연으로 함께하는 시간보다 더딘거 같아요 비꽃님의 의도를 파악하지 못하고 제 생각만 생각했네요 ^^;; 부끄럽습니다.

비꽃 2012. 09. 11. 오후 05:04

아니 제가 죄송합니다. 저는 '갑자기 버려지는 기분 저는 압니다.'라는 글을 보면서 혹시 제가 쓴 글을 다시 읽어보았습니다. 그리고 가만히 생각해 보았습니다. 어떤 부분에서 같은 느낌을 받으셨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사실 마음이 아팠습니다. 저는 분명 없다고 생각을 했었거든요. 제가 좋아하는 사람은 저를 좋아하지 않고, 늘 짝사랑만 했던 저였습니다. 그리고 하루가 지나 다시 지금 들러보고서 문득 생각이 났습니다. 기억 너머 잊고 있었다고 생각했는데 분명 저도 비슷한 경험이 있었습니다. 저를 좋다고 했던 사람이 나중에는 아무리 생각해도 '넌 안 되겠어'라는 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분명 저에게 상처가 된 말이지요. 그 일이 14년전의 일인 것 같습니다. 그동안 저에게는 많은 일이 있었고 그래서 미처 인식하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제가 정말 죄송합니다. 아픔이 있으셨는데 제가 헤아려 드리지 못해서 말입니다. 저도 자꾸만 인연이 어긋나기만 하더군요. 그래서 절대 상처를 받지 않겠다고 생각하고 살아왔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어느 순간 저는 제가 인연 때문에 상처를 받지 않는다고 생각한 것 같습니다. 왜냐면 다른 일들로 제가 많이 힘들었었거든요. 제가 오히려 부끄럽고 미안하게 생각합니다. 이해해 주시리라 생각합니다. 저도 충분히 이해가 되었습니다. 앞으로도 편안하게 이야기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늘 좋은 하루 되세요.

정해월 2012. 09. 12. 오전 08:27

아뇨아뇨 정말 죄송합니다. 글의 의도와 상관없이 제멋대로 생각하고 경솔한 글을 올려 잊었던 상처까지 생각나시게 해 제가 사과를 해야지요 이성적이지 못하게 늘 감상에 젖어 감정을 다스리지 못하는 제가 큰일을 저질렀네요 공개적으로 이게 무슨 망신인지... 넓은 아량으로 이해바랍니다.

비꽃 2012. 09. 12. 오후 03:01

전 전혀 상관없습니다. 오히려 기분이 좋은 걸요. 글을 쓴 사람은 저이고 머릿속에 생각하는 것을 풀어냈었을 뿐입니다. 하지만 이미 써 놓은 글은 읽는 분의 몫입니다. 얼마든지 글을 읽으시며 생각하실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러니 전혀 미안해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전 넉넉한 마음으로 품어드리겠습니다. 충분히 이해해 드릴 수 있습니다. 그러니 전혀 큰일도 망신도 아닙니다. 전 좋은님들과 글로써라도 이야기할 수 있어서 좋습니다. 지난 일들은 아무렇지도 않은 일들이 되었기에 정말 아무 상관없답니다.^^

댓글을 작성하려면 로그인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