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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맙습니다, 따뜻한 시간 되세요
리네트!
세상이 꽁꽁 얼어붙은 아침입니다.
끊임없이 잔물결을 일으키며 찰랑이던 호수도
물속의 어린 물고기들을 위해 밤새 두거운 얼음으로 지붕을 잇고
지금쯤은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시치미를 뗀 채 깊은 침묵에 잠겼을 것만 같습니다.
어제 참으로 많은 곳을 오가며 우리가 함께 나누었던 그 많은 말들은 다 어디로 사라졌을까요?
잣눈이 내린 제천의 눈밭을 거닐며 새겨놓은 우리의 발자국들은 지금쯤 찬바람에 지워졌을까요?
여독에 지친 몸을 뒤척이다 새벽에 눈을 떴을 때,
이미 와닿은 희붐한 새벽빛에 천천히 모습을 드러내던 실내의 풍경처럼
간밤의 대화 속에서 나의 외로움을 들키고 말았다는 뒤늦은 자각이 나를 부끄럽게 했습니다.
향을 싼 종이에서 향내가 나듯이
외로움도 제아무리 가슴 깊이 감춰도 끝내는 들키고마는 것인가 봅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그대는 따뜻한 사람이어서 나의 허물조차 나무라지 않고
따뜻하게 품어줄 나의 이쁜 친구라는 사실입니다.
그대가 내게 건넨 이야기 속에 배어 있는 아기 참새의 솜털 같은 따뜻한 온기를 생각하면
손발을 시리게 하는 북풍의 성가심도 거뜬히 견뎌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리네트!
어제는 눈 덮힌 배론 성지를 돌아나오며 예수회 사제로 장애인들과 함께 생활하다 생을 마친
헨리 나우휀의 '긍휼'에 대해 생각했더랬습니다.
그는 특권적인 위치에서 허리만 구부려 소외된 자들을 향하는 것은 긍휼이 아니라고 했습니다.
'긍휼은 직접 그 사람들에게로 다가가 고난이 가장 극심한 곳으로 들어가 거기에 자리잡는 것이다'라고 하며
몸소 실천으로 보여주었지요.
영어로 된 성경엔 긍휼이 'love'로 적혀 있지만
누군가는 'love'보다는 함께 운다는 뜻을 지닌 'sympathy'가 더 적절하다고 했습니다.
리네트!
어쩌면 진정한 친구란 '함께 울어줄 수 있는 사람'이 아닐까요?
그대를 생각하면 찬바람 속을 걸어와 꽁꽁 얼었던 가슴이 따뜻해져옵니다.
따뜻한 그대에게 편지를 쓸 수 있어 얼마나 뿌듯한지요.
나의 벗이 되어 준 그대에게 내 마음의 엽편들을 건넬 수 있어 얼마나 기쁜지요.
아름다운 그대에게 꼭 건네고픈 시가 있어 마침표 대신 꼭지로 걸어 놓습니다.
고맙습니다, 따뜻한 시간 되세요
신 현 림
따뜻한 외투와 모자를 쓰면 바람이 불었고
따뜻한 가방을 메면 빵과 우유와 과일이 담겨왔다
따뜻한 영화를 생각하면 비디오가 돌아가고
밥 딜런의 ‘유비롱투미’는
자동응답기에서 융단처럼 펼쳐졌다
“고맙습니다 좋은 시간 되세요”
군밤처럼 따뜻한 인사를 남기고
내가 만지면 기뻐 흐늘대는 문을 잠근다
아팠으나 따뜻한 기억들이 떠밀려온다
한 겨울 유형지처럼 방은 추워도 책이 있어 아늑했지
아버지 어머니, 이만큼 따뜻한 이불도 없을 거야
형제 자매들, 이만큼 아름다운 나무도 없을 거야
지긋지긋했던 다툼도 이젠 뼈아프게 그립다
보길도 쓸쓸한 10월 들녘 사람이 반가와 울던 황소
그 큰 눈망울처럼 서글픈 해가 질 때나
정선 땅 굽이굽이 출렁이는 길 위에서
이 풍경이 바로 인생이야, 되뇌이고
붉은 들꽃을 씹으며 목이 메어 나는 울었다
내고향 부곡 역사와 철로가에
눈이 퍼붓던 날을 생각해도 목이 메였다
목메이게 아름다운 기억을 굴려가며
끝없는 시간, 끝없이 사라진 나날을 견딘다
댓글 6개
어제는 한 시간도 채 잠을 못 자서 조금은 머리가 무거웠지만, 소중한 시간을 향기님들과 함께 할 수 있어서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바쁘게 살아가는 일상 앞에 하늘 한 번 제대로 쳐다보지 못하는 분들이 많은데 전 언젠가부터 하늘을 자주 쳐다보게 됩니다. 어제도 건물을 나와 다른분들이 앞에 펼쳐진 풍경들을 쳐다볼 때 건물 바로 위 하늘을 쳐다보았을 때 올려놓으신 사진처럼 이런 곳에도 솟대가 있었구나 싶어 사진을 찍었는데, 다른분들이 제 모습을 보고서 '아 여기에도 있었구나' 하시며 사진을 찍기 시작하시더군요. 온통 눈밭이었던 곳에서 때로는 매서운 바람 때문에 눈물이 나기도 했는데 같은 곳을 바라보며 함께 서 있을 수 있다는 것에 대해 참 행복한 시간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함께 이야기도 편안하게 나눌 수 있었던 소중한 시간들은 지난 과거의 일로 되겠지만 전 향기님들과 나누었던 이야기들은 사라지지 않고 제 가슴속에 남아 되살아나는 듯 싶습니다. 조금씩 그 시간을 생각하며 오래도록 추억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모두모두 다 감사합니다.
부디 좋은 기억으로 오래 남았으면 좋겠습니다. 낯선 곳으로의 여행이 보다 많은 감성의 촉수들을 일깨우고 그렇게 익은 생각들이 아름다운 글로 쓰여지면 좀더 향기로운 글이 되지 않을까 싶네요. 저도 동그란 원 안으로 들어온 하늘을 보며 영국의 걸인 시인 W.H 데이비스의 '가던 길 멈춰서서'란 시를 생각했드랬지요. “문학을 하고 싶은 야망으로 저주받지 않았다면 나는 죽는 날까지 거지로 남았을 것”이라며 걸인 생활에 대한 향수를 토로했던 영국의 '걸인시인' W.H 데이비스. 삶에 대하여, 삶을 바라보는 내 시선에 대하여,나의 시선에 포획되어 문학이란 미명으로 포장된 허섭쓰레기 같은 글줄에 대하여. 나는 정말 문학을 하고 싶었던 걸까? 문학이 나를 일으켜 세우는 버팀목이 될 수 있다고 믿었던 적이 있었던가. 여기까지 오도록 나는 몇 번이나 도중에 멈춰섰던가.멈춰 서서 바라 본 하늘이 맑았던가, 뭉게구름이 떠 있었던가. 아마 그쯤에서 생각이 멈췄던 것 같습니다. 문학이란 이름 빌려 틈틈이 발길 멈추고 하늘도 보고 구름도 보고 호수도 보고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들과 그 나무에 핀 눈꽃들을 함께 바라볼 수 있었던 아름다운 동행은 내게도 오래도록 잊혀지지 않을 것 같습니다. 언제나처럼 곱고 아름다운 글향기 맘것 피워내시길 소망합니다. 진심으로 반가웠고 고마웠습니다.^^
외로움 하나에 그리움 하나를 붙여서 지난 시간을 떠올립니다.. 어느 누가 가슴에 그리움 하나 묻어두지 않는 사람이 있을까요?? 인간의 본연의 외로움은 누구에게나 있기 마련인 것을,, 외로움을 가슴에 품고 아닌척 살다가다 바람 휙 불면 흔들리는 마음, 청아한 구름을 보면 뻥 뚫린 가슴에 낙엽지면 낙엽따라 함께 떨어지는 외로움을.. 그윽한 매화향을 맡으면 가슴속 깊은 매화향같은 그리움이 빨간 동백꽃을 보면 빨간 색체의 짙은 그리움이 눈속에서도 그리움은 피어 올라 또 다른 슬픔을 자아내지요..
마음사전을 쓴 김소연 시인은 '외롭다'라는 말은 형용사가 아니라 활달히 움직이고 있는 동작동사라고 했습니다. 텅 비어버린 마음의 상태를 못견디겠을 때에 사람들은 '외롭다'라는 낱말을 찾고 그것을 발화시킨다고요. 외롬다는 말 외로움을 어찌하지 못해 이미 움직여대는 어떤 에너지가 담겨 있어 그 에너지가 외로운 상태를 동작동사로 바꿔놓는다고 했습니다. 눈 속에 피는 매화 향기나 절정에서 목을 긋고 떨어지는 붉은 동백의 순정을 그리움으로 바꿔 놓은 아침향기님의 말씀이 가슴에 와 닿는 아침입니다. 대밭에 부는 바람처럼 나를 흔들고 가는 까닭모를 그리움처럼요. 좋은 날 되세요
추운 겨울 바람이 매섭게 몰아치는 날이지만 선생님의 따뜻한 글로 마음 포근해 집니다. 모두가 떠나고 홀로 외로운 시간이지만 묵묵히 긴 기다림의 시간이 지나면 반가운 만남이 또 오겠죠.. 긴 겨울 건강하세요...
고맙습니다. 우복희 선생님, 여일하시지요?^^ 춥고 긴 겨울이 지나면 꽃 피는 봄이 오듯이 서로가 서로에게 따뜻한 위안이 되어주면 기다림의 시간만큼 만남의 기쁨은 더욱 커질 것이라 생각됩니다. 유난히 추운 겨울 감기 조심하시고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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