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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을 보는 법

백승훈 2012. 12. 21. 오전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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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네트!
날마다 그대에게 편지를 쓰면서 자칫 쓸쓸해지기 쉬운 세모의 마음밭이 따뜻해졌습니다. 한겨울 꽃빛이 그리워 찾아간 화원의 유리온실안에 들어선 듯 내 안이 꽃향기로 가득해져서 건넨느 말에도 향기가 묻어날 것만 같습니다. 누군가 그랬지요. 소망은 수천 가지여도 희망은 단 하나 뿐이라고. 삷에 의미가 있다고 믿는 것이 희망이라면 언제부터인가 내 삶의 의미가 되어버린 그대는 나의 희망이기도 합니다.
 
누군가는 우정은 마치 강물과 같아서 어떤 방향으로든 흐를 때에만 의미가 있다고 말했지요. 그대에게로 흘러가는 나의 생각들, 조금씩 보폭을 키우고 속도를 빨리하는 만큼  우리의 우정도 좀더 깊어지고 단단해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어디에 있었는가가 중요한 게 아니라 어떤 마음으로 거기에 있었는가가 중요하고, 누구를 만났느냐보다는 어떤 마음으로 만났는가가 중요한 것처럼  정작 중요한 것은 마음입니다.
그런 까닭으로 난 그대에게 편지를 쓸 때마다 제일 먼저 내 마음이 어떤 상태인지 돌아보곤 합니다. 
 
꽃을 감상하는 데에도 때와 장소가 있다.
겨울에 피는 꽃은 첫눈 올 때가 좋고 눈이 내리다가 개거나 초승달이 뜰 때 따뜻한 방안에서 보아야 제 맛이 난다. 봄꽃은  개인 날, 약간 쌀쌀할 때 화려한 집에서 보는 게 좋고. 여름꽃은 비 온 뒤 선들바람 불어올 때 좋은 나무그늘 아래나 대나무 그늘, 물가의 누각에서 바라 보는 것이 제격이다. 가을꽃은 시원한 달빛 저녁이나 석양 무렵, 텅 빈 섬돌, 또는 이끼 긴 길이거나, 깎아 지른 바위 곁이 좋다.
만약 날씨를 따지지 않고 아름다운 장소를 가리지 않고 꽃을 본다면 신기가 흩어지고 느슨해져서 서로 어울리지 못하니, 이는 술집에 있는 꽃이나 다를 바 없다.
 
위의 글은 중국 명나라때 문명이 높았던 원굉도의 '원중랑전집'에 실려 있는 이야기입니다. 자연의 섭리를 따라 피고지는 꽃을 보는데에도 예절과 격식을 따지는 깐깐함이 다소 부담스럽긴 하지만  원굉도의  꽃의 완상법에 고개가 끄덕여지는 것은 사람을 대하는  일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하는 때문입니다. 나의 이야기들이 그대에게로 가서 진정으로 따뜻한 위로가 되고 용기를 주기 위해서도 그 때란 매우 중요할테니까요. 
 
꽃을 좋아하던 어느 옛사람은 한 해를 돌이켜 보며 아쉬운 일은 '봄에 난초를 심지 않고, 여름에 연꽃을 감상치 못하고,가을에 국화를 캐지 않고 겨울에 매화를 찾지 않는 것'이라 했습니다. 세모의 끝자락, 이제 새해가 멀지 않았습니다. 새로 받아든 삼백 예순 날 속에 우리는 또 수많은 소망을 적어 넣겠지요.
리네트!
하루하루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하는 우리이길,
그리하여 한 해를 돌이켜 볼 때 후회하는 일이 없는 우리였으면 좋겠습니다.
언젠가  흥에 취해 적었던 졸시 하나 뱀발로 달아 놓습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그대는
빨간 장미가 되십시오
나는
흰 안개꽃이 되겠습니다
 - 나의 졸시'고백' -

댓글 4개

비꽃 2012. 12. 21. 오후 03:33

꿈을 꾸며 희망을 이야기할 수 있음에 행복하다고 느낄 때가 있습니다. 우정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가던지 서로의 마음을 아우르며 이해할 수 있다면 어떤 우정보다 더 단단해질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누군가에게는 진정으로 위로가 될 수 있는 글을 쓰시는 선생님은 어떤 향수보다 더 진한 향기로 우리의 마음 밭을 채워주시고 계십니다. 한 송이 장미만 있을 때와 안개꽃이 함께 있을 때는 확연히 다른 느낌을 받게 됩니다. 빨간 장미를 더 아름답게 보이게 하니까요. 행복한 미소가 절로 피어날 것 같습니다. 양귀비꽃이 참 예쁩니다. 고맙습니다. 늘 좋은 하루 되세요~

최인구 2012. 12. 21. 오후 06:09

백승훈 님~! 요즘 선생님 글을 조간신문 읽듯이 매일 빠뜨리지 않고 있습니다. 간혹 핸드폰 메모 기능에 어디다 써먹을 요량으로 좋은 글귀를 저장하곤 한답니다..^^ 오늘은 바로 아래 쓰신 글 중 \"걱정이란 요리조리 빠져나갈 궁리할 때 생기는 법이다.\" 라는 문구를 메모해 두었습니다. 어떤 용도보다는 제 자신을 돌아보는 마음가짐으로.. 반성이죠.. 보통 부지런함이 아니면 매일 리네트에게 편지를 띄울 수 없을 거라 여깁니다. 그 정성에 소중한 한 표(?)를 던지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백승훈 2012. 12. 21. 오후 09:07

비꽃님의 분에 넘치는 칭찬에 공연히 기분이 좋아집니다. 나의 부족한 글이 누군가에게 작은 위로라도 되길 소망하지만 글을 쓰다보면 내 스스로 위로 받을 때가 더 많습니다. 하여도 이렇게 응원해주시는 비꽃님 같은 분이 있어 행복합니다. 고맙습니다. 사람들은 누구나 빨간 장미를 꿈꾸고 주목받는 생을 원하지만 딱히 빨간 장미가 아니더라도 흰 안개꽃 같은 사람이 되어 누군가를 돋보이게 하는 배경이 되어주는 일도 행복한 일일 것입니다. 어느 날 문득 그런 생각이 들어 적어보았던 시인데 곱게 보아주시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비꽃님도 좋은 하루 보내셨기를...

백승훈 2012. 12. 21. 오후 09:11

최인구 선생님, 저의 글을 조간신문처럼 빠드리지 않고 읽으신다니 황송하기 그지없습니다. 그저 마음결이 비슷한 사람들과 생각을 나누며 세상 사는 이야기를 나누고파 시작한 일인데 그리 꼼꼼히 읽어주신다니 책임감마저 느껴집니다. 그저 마음 편히 읽어주시고 혹여라도 잘못된 부분이 있으면 가차없이 지적해 주십시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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