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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 1

한민 2013. 04. 19. 오전 0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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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꿈을 꾸기 시작한 건 어린 시절 진영 철하마을의 외갓집에 맡겨지면서였다. 철하는 대흥초등학교에서 큰 도로를 건너 철길 건너편에 위치한 작은 마을이었다. 외갓집은 작은 마당을 끼고 골목길로 향한 가게를 세를 놓았고 거기에서는 뱀탕을 팔았다. 


뱀탕집에는 여름이면 천정에 매달린 끈끈이에 시커먼 파리떼가 웅웅거렸다. 외할머니는 내가 유리창너머로 가게를 넘겨다보는 것조차 못하게 했다. 하지만 어린 나의 호기심은 넘겨다 볼 때 마다 후회하긴 했지만 끈끈이의 파리떼만큼은 아니었지만 꼬질꼬질한 사내들이 대낮부터 술잔을 기울이며 주인 아줌마의 관심을 끌기위해 혈안이었다. 어둑해지면 그런 사내들은 마치 약속이나 한 것처럼 꾸역꾸역 몰려들었는데 늦은 밤까지 고성이 오고가는 것 때문에 여간 성가신 게 아니었지만 덕분에 유리창으로 넘어오는 백열등 불빛덕분에 외갓집 마당은 동네 아이들의 안전한 놀이터 역할을 했다. 

할아버지는 동네 아이들과 어울리는 것을 관대하게 여겼고 자연스럽게 아이들은 내 의견에 비교적 무게를 실어주는 편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세를 주지 않으면 간단히 해결될 문제였겠지만, 많은 월세임에도 불구하고 온 동리에 뱀탕을 파는 가게를 세 줄 집은 없었고 삼촌들은 모두 서울로 이사했기 때문에 농사지을 손이 턱없이 부족했던 외갓집으로선 불가피한 선택이었던 것으로 생각된다.




나중에야 어머니가 투병 중인 걸 알았지만 일곱살박이에게 어머니란 존재는 너무나 큰 것이었다. 날마다 어머니를 그리며 눈물을 흘리다 잠이 들었고 항상 어머니의 꿈을 꿨다. 잠에서 깨어나면 또 다시 울어대서 눈이 항상 퉁퉁 부어있었다. 


그런데 외할머니는 가끔 찾아오는 딸을 반기기는 커녕 서둘러 돌려보내기 일쑤였다. 어머니가 눈물을 흘리며 외갓집을 나설 때면 항상 똑같은 장면이 반복되었다. 어머니가 마당에 있는 동안에 땅에 퍼질러져 발을 번갈아 흔들고 악을 쓰면서 서럽게 울었다. 어머니가 대문을 열고 나서면 엄마를 외치며 따라 나섰다. 외할머니는 나를 잡고 같이 울었고 외할아버지는 뒷집을 지고 큰방으로 들어갔다. 악을 쓰고 외할머니를 밀쳐내보지만 외할머니는 완강히 나를 붙잡고 있다가 한참을 지나서야 놓아주었다. 


대문을 박차고 나서면 건너편 아카시아 담벼락이 어머니가 간 방향을 가리켰고 엄마를 반복해서 외쳐보지만 저만치서 보이는 어머니는 돌아보지 않고 발걸음을 더 빨리 했다. 아카시아 담벼락 끝엔 성냥공장이 있었는데 어머니가 성냥공장 모퉁이를 돌아서서 완전히 안보일 때까지 엄마를 부르다가 담벼락에 기대어 훌쩍이다가 잠이 들곤했다.


그런 이유로 외할머니는 증오의 대상이었다. 단지 이상했던 것은 어머니가 다녀가는 날 저녁이면 외할머니가 나보다 더 서럽게 우는 것이었다.


대흥 초등학교 입학하던 날 나의 작은 손을 쥔 외할머니의 손을 뿌리치지 못한 것이 자존심이 상했지만 철길을 건너는 두려움은 자존심보다 더 셌다. 시커먼 기차는 굉음과 함께 나를 괴롭혔고 외할머니에 대한 증오를 삼키게 하는 존재였다. 


가슴에 왜 달아야 하는지 모르는 커다란 손수건은 시커먼 코를 푸는 친구의 모습에서 그 용도를 알게되었고 둘째날 부터는 외할머니와의 실랑이 속에 기어이 가슴에서 손수건을 떼버렸다.


반년이 지나 외할머니의 손을 더 이상 필요하지 않게 되었을 즈음에 어머니에게서 편지가 왔다.


보고싶은 일상에게


벌써 여름이다.

건강하리라 믿는다.

이제 초등학생이 되었으니 외할머니 말씀 더 잘듣겠구나.

엄마도 잘 있단다.

여름 방학엔 볼 수 있겠구나.

방학이 되면 같이 물놀이도 가고 맛있는 것도 많이 먹자.

사랑한다. 일상아.

 

1979년 초여름  사랑하는 엄마가


어머니의 편지를 수백번도 더 읽었다. 그리고 그만큼 울었다. 그리고 여지없이 잠들고 매번 꿈을 꾸었다. 여전히 꿈속에선 어머니가 커다란 미소와 함께 손짓했고 어김없이 어머니의 품에 안겼다. 


부쳐도 소용없을 뻔 했지만 한 번도 부쳐본 적 없는 편지를 쓰기 위한 노력은 글을 깨우치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그해 여름 방학.

끝내 어머니는 오지 않았다.


여름방학이 시작된 첫날부터 기차역전에서 하루종일 구슬치기를 했다. 새벽같이 나가서 혼자 시작된 구슬치기는 정오 전에 몇명이 어울렸고 땅거미가 지고 나서야 가로등 불빛 아래서 또 몇명이 어울렸을 뿐 늘 혼자였다. 구슬치기를 하다가 기차가 오면 검표소를 통과하는 마지막 한 사람까지 지켜보다가 어깨가 축 늘어져서 돌아섰다. 방학이 끝나는 날 마지막 기차에서도 어머니는 보이지 않았다.


그날 밤 꿈속에서도 어머니는 보이지 않았다. 뱀탕집 천정에 붙어있는 끈끈이의 파리떼가 웅웅거렸다. 파리떼는 죽을 힘을 다해 끈끈이에서 떨어지려 하고 있었다. 

커다란 파리 한 마리가 울고 있었다. 파리가 눈물을 흘리는 것을 자세히 보았다.  번들거리는 까만 파리의 눈에 비친 모습은 바로 내 모습이었다.

계속

댓글 4개

한민 2013. 04. 19. 오전 08:21

신작입니다

문태성 2013. 04. 22. 오후 06:18

어무이~~! 불러보고 싶습니다. 그러나 그 얼굴을 알지 못합니다. 못난 저입니다.

한민 2013. 04. 26. 오전 11:32

꿈 1~ 5 주인공의 회상입니다.

한민 2013. 04. 26. 오전 11:33

문태성님 가슴 한 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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