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글

게시물 상세보기

태양의 아들들

김문백 2013. 12. 31. 오전 06:29
3532
 
태양의 아들들
 
(1)
암회색 구름속의 이즈러진 태양이
외로운 골목길의 가로등처럼
안개 짙은 거리를 깨우는 아침 
이따금씩 낮은 호각소리가 들리고
공원들은 노점에서 담배를 산다
들어가야 할 단호하고 완강한
작업장을 생각하는지
하나같이 무표정한 얼굴들
메마르고 거친 남자들의 틈새로
나이 어린 여자 몇 비집고 지나간다
그러나 누구도 그녀를 돌아보려 하지
않는다 이곳은 거대한
남자들의 성역이기 때문이다
(2)
오늘이 공휴일임에도 그들은 
낡은 작업복을 걸치고 걷는다 그의 아내가
낮 시간에 무얼 하는지 개의치 않으려 하며
며칠전 한 여자가
집과 아이를 버리고 사라져버렸다
그런 소문쯤은 곧 잊혀지게 마련이다
내게만은 그런 슬픈 일이 생길 리 없고
세상은 언제나 젖은 소식들로만 가득하기에
거리에 잰 발자욱이 뜸해지고
아침체조의 구령소리가 확성기를 울리면
간밤을 오랜 시골벗을 만나 지새운
중년사내는 신호등이 채 바뀌기도 전
황급히 횡단보도를 뛰어서 건넌다
그들은 길고 암울한 
노사분규의 계절이 지난 후
대망의 연봉 삼천 만원에 도전하기 위해
쓸쓸한 밀물과도 같이
매일 아침 그곳으로 밀려들어간다

 

댓글 3개

김현배 2014. 01. 01. 오후 07:37

매일 아침 밀려들어가는 그곳 희망이 있는 곳 같습니다. 포기하지 않는 모습이 아름답습니다 감사합니다.

김문백 2014. 01. 02. 오전 04:40

감사합니다.

문태성 2014. 01. 02. 오후 01:52

작은 일에도 충성하는 분들, 소박한 작은 천사들입니다. 그 분들이 있어 세상은 빛납니다.

댓글을 작성하려면 로그인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