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글

게시물 상세보기

호두나무 꼭대기에 불던 바람

김봉길 2014. 07. 07. 오전 10:45
3867

호두나무 꼭대기에 불던 바람


​


코흘리개 시절, 여름방학이면 가던 천안 광덕산 기슭.

지금도 명물 호두과자의 명성을 호령하는 호두나무.

그 그늘의 추억에 잠기노라면,

한 여름 찜통더위쯤이야 시원스레 어린 시절로 되돌아 가버리곤 한다.


반바지 까까머리 아이들이

제 키의 열배 넘는 호두나무 꼭대기를 향해 오르는 건,

나무타기 뽐내기나 제 주먹보다 작은 호두 때문만은 아니었다.

뙤약볕이 아무리 기승을 부려도,

산에서 부는, 그 어떤, 새로운 바람과 함께 놀고 싶었던 것.

 

나무 꼭대기에서 산들과 구름이 맞닿는 곳을 바라보며,

거기 무엇이 있을까

누가 또 있을까 생각하는 일이 제딴엔 얼마나 멋진 일이었던지!

상상의 날개를 훨훨 펼치노라면,

어느덧 솔솔 부는 바람결을 타고 꿈나라도 가곤 했다.

하늘 가까운 꿈속에선 언제나 훌륭한 어른이 되어 있었고.

 

단꿈을 깨면,

으레 호두나무 밑 개울가로 풍덩 뛰어 들었다.

깔깔깔 물장난 끝엔,

아이들은 너나없이

갓 영그는 시퍼런 호두 알갱이 껍질을 물속 손돌멩이살에 비벼댔다.

아이들 손톱만큼이나 보들보들한 호두알갱이,

하하, 어느새 멋진 간식거리가 되어가고.

 

‘행복함을 잊고 지내는 삶이 아름답다’란 듯,

호두나무 꼭대기에 불던 바람은,

아무리 덥다손,

지금도 이 마음 한 켠 미소를 향해 계속 불어대는 것이었다.

​


        * 주 : 더위를 모르고 지내던 어린 시절의 짧막한 단상이다.

                 추억으로의 여행은 더위든 추위든 잊게 한다.

                 지금도 행복한 시간이 나도 모르게 지나 가고 있다.


                <출처  http://senior.chosun.com/site/data/html_dir/2014/06/24/2014062402806.html>



댓글 1개

안상인 2014. 07. 07. 오전 11:35

산들바람이 고마운 계절 여름에 선선한 글로 다가옵니다. 오늘도 시원한 바람이 좋습니다. 건안건필하소서.

댓글을 작성하려면 로그인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