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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토리를 줍다

백원순 2014. 09. 23. 오전 1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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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토리를 줍다
 
 
뜨거운 햇빛 비추고
비가 내리고 바람 분 뒤
벼가 알이 차서 고개를 숙인 초가을에
산언저리에 있는 도토리나무 아래로 간다
언제부터 떨어져 있었는지
아직 윤기가 가시지 않는 도토리들이
풀 숲 여기 저기 흩어져 있다
숲속 저편은 고요만 깃들고
바람에 나뭇잎 살랑거리는 소리만 들린다
좌절, 분노, 미움, 시기, 고통, 사랑
마음의 파편들이 도토리가 놓여 있듯
노랗게 변하기 시작한 풀잎 가에 흩어져 앉아 있다
희 노 애 락으로 물든 마음 하나하나가
염주 알 흩어져 놓여 있듯
여기저기 제각각의 자리에서 자리 잡고
바람결에 참선을 하고 있다
도토리 하나하나 주워 실로 꿰맨다는 것도
벅찬 일이어서
본래부터 있었던 광주리에
하나하나 주워 담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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