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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잡기

박종영 2015. 01. 01. 오후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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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잡기

 

                          -박종영-

 

한나절 생각이 차분한 시간에
책꽂이에서 조심스럽게 꺼낸 한 권의 책
서진규의 자서전
\"나는 희망의 증거가 되고 싶다\"를 읽고 있었다

 

삶의 반려 같은 달관의 언어로 펴낸
고독의 숭고함, 빠르게 잊는 이별,
명상에의 길을 읽어내려가는 동안
파리 한 마리 어디서 날아와
이마에 귀에 귀찮게 달라붙는다

 

부패로 덧씌워진 역사의 왜곡과
아직도 탐욕의 깃발을 펄럭이며 
정의로운 사회를 좀먹는 한탕주의 집단을 겨냥하여
세습적 부패를 무찌르려는 나의
치밀하고 명쾌한 음모를 방해하며
책장 속의 여백에 파르르 내려앉은 검은 똥파리 하나

 

눈을 부릅뜨자
잘못을 뉘우치고 앞발을 싹싹 빌어댄다
순간 징벌의 일념으로 넓은 손을 펴서 덮친다
아슬아슬하게 빗나갔다
눈으로 읽는 시간의 자유를 훼방 놓는
대대로 불결한 것 방바닥에 놔 뒹군다
파리 새끼도 도망가기 급할 때는 넘어지는구나


댓글 6개

이봄 2015. 01. 02. 오전 11:04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진다고 하지 않아요. 급하면 정석이 나오겠습니까, 목숨이 왔다 갔다하는데.

박종영 2015. 01. 02. 오후 02:23

듣고 보니 그런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건승하세요/

문희 2015. 01. 04. 오후 06:08

빗나간 것이 차라리 다행입니다.거룩한 손과 책이 더럽혀질 수 있으니까요. 그래도 화려한 금색 파리와 실강이를 벌이는 한나절의 한가함이 부럽고 이를 감상하는 독자도 즐거우니 고마운 똥파리입니다.^^

김문숙 2015. 01. 05. 오후 11:34

ㅎㅎㅎㅎ 신년 초에 우승하셨군요 ㅎㅎㅎ

박종영 2015. 01. 07. 오후 09:46

정겨운 댓글에 즐거움을 더합니다. 을미년에도 건승하십시오 감사합니다 문희 문우님/

박종영 2015. 01. 07. 오후 09:47

한은총 시인님 안녕하세요 냄새나는 똥파리를 깨끗한 파리로 변신하였습니다. 을미년에도 지도편달 부탁드립니다 추운 날씨에 더욱 건승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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