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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싸움 일기

박종영 2015. 05. 30. 오후 0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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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싸움 일기

 

                           - 박종영-

 

오월 첫날, 밥풀 같은 웃음을 달고
탱글탱글한 탱자 꽃이 날 가시 웃음을 앞세워 으스댄다
봄볕이 가시에 찔려 빛의 길을 닦는다
오죽이나 가기 싫은 봄바람이었으면
저리 뾰쪽하게 머뭇거릴까
생 가시 울타리 너머에서 후닥닥 소리 들릴 때마다
얇은 먼지가 풀썩거린다
가만히 살펴보니 칼 발 앞세워 붉은 볏 낚아채는
옆집 수탉과 우리 집 수탉의 사랑싸움이 한창이다
오랜만에 보는 진정한 닭싸움이다
그 옆에는 암탉 한 마리 두려운 눈치로 비켜서서 조바심이다
아마 마음에 두는 승자를 점치는 것일까
어느 쯤 절대의 시간이 지나고
승리의 홰를 치는 소리 듣고 뒤뚱대며 달려온
다른 집 암탉이 비겁하게 궁둥이를 들이대며
꼬꼬고 짝짓기 울음으로 승자의 깃털을 빗질한다
패배의 눈물을 흘리는 우리 집 수탉을 안고 돌아오는 길
나는 수탉의 날개에 쌓여있는 낡은 세월을 그대로 둔 것이 후회다
언제나 상대의 전술이 위험하다는 것을 가볍게 여긴 것은
헛 세상을 살아온 징표이거늘 다만,
패전의 이유를 내 게으른 훈련 탓으로 돌리고 찢긴 부리를 어루만져 준다
흘러내리는 검붉은 분노가 단단하게 조여오고
닭똥 같은 눈물 훔치며 원망한 듯 콕콕 손등을 쪼아댄다
슬그머니 오월의 파란 웃음을 가져와 눈물에 섞는다.

 

 

댓글 2개

문희 2015. 06. 05. 오후 08:14

참 행복한 수탉입니다.따뜻한 주인을 만나서.. 그래도 그렇게 지면 암탉 사귈 수 있겠어요? 재미있고 정겨운 일기(?) 감사합니다.

박종영 2015. 06. 06. 오후 05:02

모든 겨루기에서는 이겨야 합니다. 승리는 이긴자의 행운이고 권리이지요 6월! 호국보훈의 달이고 장미의 계절인 6월에 더욱 건승하시고 늘 즐거운 시간 되십시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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