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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지는 쪽으로 기울고 싶은 나무
해지는 쪽으로 기울고 싶은 나무
-박종영-
겨울이다
나무들이 제각기 알몸을 드러내고 추위를 탄다
그나마 젊은날 부대끼며 뭉쳐진
육질의 근육이 옹이로 박혀 견디고 있다
산줄기 언덕을 밀치고 들어가니
몇 개 안 남은 흰머리 날리며 조급한 억새꽃이 안쓰럽다
이미 집 떠난 산새의 아담한 보금자리는
찬바람이 다녀갔는지 썰렁하고
가을 내내 순하디순한 향기 피워낸 작은 풀꽃의
마른 뒤척임이 마지막 어둠을 밝히고
붉게 타오르고 싶어 안달인 산동백이
푸른 기운 발갛게 동박새를 불러들인다
땅거미가 무섭게 다가와 금세 어둑해지는 산골
겨울 산사 스님의 염불 소리가 귓전에서 서투르고
산의 온기를 먹고 뽐내던 풀과 나무들
시간의 무덤을 향해 달리는 생명의 이별이 서럽고
지혜로운 이슬의 영롱함으로 빛났던 단풍은
누구의 영혼으로 사라졌을까?
새로운 봄을 위하여 해지는 쪽으로 기울고 싶은 발가벗은 나무
나무들의 속삭임이 간절하다
댓글 2개
노인이나 노목은 역시 늦게 까지 부드럽게 비추어주는 석양이 제격인 것 같습니다. 특히 늦은 겨울이란 시기에는..
겨울산에 가보면 겨울을 이기는 나무들의 행렬이 보입니다. 그리고 운치도 있지요 그래서 더욱 미운 12월의 바람입니다. 정겨운 글 주시어 감사합니다. 건승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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