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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화목 ( 새로운 인생 )10편

김병국 2016. 02. 12. 오후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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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로운 인생 ) 다음날 하루 종일 환자들이 북적거렸다. 그런 가운데에서도 그는 가끔 정인의 전화를 기다렸다. 지금쯤 정인씨는 스키를 재미있게 타고 있을 거란 생각을 하니 그의 마음도 어느덧 백설이 펼쳐진 스키장에 가 있었다. 정인과 같이 지냈던 꿈같은 시간들은 준석을 공상의 세계로 끌어드리고 있었다. 그녀와 같이 눈 웅덩이에서 감미로웠던 순간들, 소꼽친구가 되어 눈 계단을 만들던 일들, 밤하늘에 수놓아진 별들을 혜며 오누이처럼 정답게 나누던 대화들, 그러나 무엇보다도 준석의 가슴을 뭉클하게 만든 것은 포근하고 자상한 그녀의 손길이었다. 그가 걷어찬 이불을 알뜰하게 덮어 주고 침대로 올라가던 그녀의 뒷모습을 보면서도 준석은 모른 채 눈을 감아버렸지만 그것이 왜 그의 가슴에 파고들었는지...... 준석은 아내에게서 받아보지 못했던 따스함을 못 잊어 하루 종일 그녀 생각에 젖어 있었다. 해가지고 바쁜 하루가 지나고 퇴근준비를 하려할 때였다. “선생님 친구 분 오셨는데요” 정 간호사가 진료카드를 가슴에 안고 들어서자 뒤를 따라 낭걸이가 들어섰다. “어서 와라” “이것 봐” 낭걸은 인사도 없이 고개를 숙여 머리카락을 손으로 흩트리며 준석에게 말했다. “많이 자란 것 같구나” “그래 이 약이 정말 좋은 것 같다” 낭걸은 책상위에 파란 약병을 올려놓고 진료의자를 끌어당겨 앉으며 조금은 흥분된 듯 말했다. “이걸 바르고 한 5일정도 되니까 머리가 전혀 빠지지 않았어 하도 신기해서 비벼보기도 하고 잡아당기기도 했는데 좀처럼 빠지지 않는 거야 신기해서 시간이 날 때 마다 발랐거든, 그런데 이렇게 머리숱이 많아 졌어” 준석은 낭걸이의 머리를 들여다보며 머리를 끄덕였다. “응, 그래 머리숱이 많아졌네. 언제부터였지?” “9월초에 왔으니까 석 달 좀 넘었지?“ 준석은 아버지로부터 전수받아 만들어진 약이 발모에도 효과가 있다는 생각에 좀 더 두고 연구를 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파란병에 담긴 약을 받아든 낭걸이가 나간 뒤 준석은 그날의 진료 기록을 다시 한번 검토 하고 있었다. 그때 전화벨이 울렸다. 혹시 그녀의 전화가 아닐까 생각하며 준석은 반가움에 얼른 수화기를 들었다. \"여보세요.\" 굵은 목소리의 한섭이었다. 뜻하지 않은 일 때문에 친구를 등한시 한 것 같아 준석은 괜히 얼굴이 달아올랐다. \"한섭아, 실은 어제 진부 근처까지 갔다가 피치 못할 일이 생겨서 못 들렀다. 미안하다.\" “괜찮아. 그렇지 않아도 너를 만나러 서울 올라가려고 하는데 .\" \"그-래? 내일 만나자. 몸은 좀 어떤데?\" “많이 좋아 졌지만 그놈의 알러지가 금방 없어지겠니? 고질이야. 항상 같이 살아야지 참, 나 말이야 약을 많이 먹어서 그런지 당뇨가 온게 아닌지 모르겠다. 요즘 소변도 자주보고 물도 많이 마시고 밥을 먹어도 허기가 지는게 소변보면 거품도 많고 하는일 없이 피로감이... 뭐 좋은 약이 없을까? 거기다 머리카락도 많이 빠져서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야. 아침마다 머리를 감을 때면 수백 개씩 빠져서 정수리가 훤해졌다니까...” 전에 네가 말하던 그 탈모치료약 말인데 그 약 좀 만들어 줄 수 있냐?\" \"그래, 알았어. 그러지 않아도 금방 낭걸이가 왔다갔어 머리카락이 많이 났더라. 내일 병원으로 와라 요즘 조제한 당뇨약도 줄테니 먹어봐 \" \"준석아, 넌 암을 연구하지 말고 당뇨나 발모제 같은 많은 환자가 필요로 하는 것을 연구하는 것이 더 좋지 않을까? \"암은 치명적이잖아. 하여간 내일 만나자. 나도 할 얘기도 있고...\" 준석이 전화를 끊자마자 전화벨이 또 울렸다. \"여보세요, 김선생님 좀 부탁합니다.\" \"접니다... 아! 정인씨?\" 그녀의 목소리를 듣는 순간 준석의 가슴은 흥분되어 떨리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스키는 재미있게 타셨나요?\" \"저기요. 저......지금 서울에 와 있어요.\" \"아니, 무슨 일이 있었나요?\" \"아니예요. 그냥 왔어요. 볼일도 있고 해서 지금 여기 신촌인데요.\" 정인은 여자의 자존심 때문인지 그에게 마음속에 있는 말을 할 수가 없었다. \"그러지 않아도 막 퇴근을 하려던 참인데 신촌 어딘지 그리로 가겠습니다.\" \"여긴 신촌 시장 근처예요.\" 준석은 순간 그녀가 가방이 걱정되어 왔다고도 생각했으나 자신을 만나기위해서가 아닌가! 그는 그런 생각에 이르자 가방을 빨리 전해 주어야겠다고 생각하며 금고 속에 넣어 둔 검은 가방을 챙겼다. 자신을 알아주는 한 여인이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그는 얼마나 흐뭇해했던가. '처음 본 사람에게 과감하게 가방을 맡길 수 있는 사람은 과연 어떤 여자일까? 준석의 선한 인상을 보고 그랬을까? 아니면? ...' 미지의 여인으로부터의 초대를 받는다는 것이 이렇듯 설레임으로 닥아 오고 있었다. 요즘같이 각박한 세상에 어쩌면 무모하기까지 한 그녀의 행동에서 준석은 자신을 믿어 주는 그녀가 무조건 좋았다. 그의 마음은 그녀를 향해 흐르고 있었다. 어제 고속도로에서부터 오늘 하루 종일 환자를 보면서도 그녀 생각으로 약 처방이 바뀌어 한바탕 소동도 일어났었다. 그녀와 어떠한 일이 벌어진 것도 아닌데, 이상하게도 그녀를 생각 할 때마다 두 딸과 이 세상에 없는 아내에게 까지 미안한 맘이 들었다. 아내가 생전에 정인에게서 느끼는 따스함을 느껴보지 못한 것에 대한 미안함일까? 그는 도덕적으로 자신의 마음을 용납 할 수가 없어서였을까? 하지만 준석의 마음은 자꾸 그녀에게로 향하고 있었다. \"그래요 만나죠, 가방도 전해 드려야 하니까요. 여긴 이대 입구예요. 제가 신촌 시장 쪽으로 가겠습니다.\" 그는 약속장소가 얼마 멀지 않았으나 빠른 걸음으로 신촌 쪽으로 걸어갔다. 크리스마스가 가까워서인지 화려하게 장식한 불빛들이 오가는 이의 눈길을 끌었고, 음반가게와 상점에서는 온통 캐롤송이 흥겹게 흘러 나왔다. 한껏 멋을 부린 여대생들이 준석의 옆을 지날 때 진한 향수 냄새가 그의 코를 찔렀다. 걸어서 10 분도 안 되는 거리가 왜 이렇게 먼 것일까? 그녀를 만나면 무슨 말을 해야 할까? 준석은 이것저것 생각을 하다 그만 미끄러운 얼음판에 넘어지고 말았다. 그가 들고 있던 검은 가방은 저만큼 발치에 내동댕이쳐졌다. 그는 어찌나 아팠는지 은근히 화가 났으나 가방을 향해 앉은걸음을 걸었다. \"괜찮으세요?\" 지나는 여인이 그의 팔을 잡아 부축해 주었다. \"고맙습니다.\" 인사를 하고 쳐다보는 순간 준석은 놀라서 멈칫했다. 그의 팔을 잡고 있는 사람은 바로 그녀, 정인이였다. 그는 엉덩이가 아파서 한쪽 눈과 얼굴을 찡그리며 그녀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그녀도 그의 우스꽝스러운 표정을 보고 슬며시 미소 지으며 말했다. \"다치지 않으셨어요? \" \"예, 괜찮아요.\" '하필이면 그녀 앞에서 넘어지다니...' 준석은 그녀 앞에서 넘어진 자신의 모습이 옛날 스케이트장에서 그녀가 넘어져 창피했던 그런 거라고 생각했다. 그는 엉덩이가 아팠지만 벌떡 일어서서 그녀를 보고 어색하게 웃었다. \"주차장이 없어 골목에 차를 세우고 가는 길이었어요.\" \"네 에, 가방은 제가 들고 갈게요.\" 준석은 까만 가방을 집어 들고 엉덩이는 아팟지만 손으로 가볍게 툭 치며 안전하다는 걸 알렸다. 그들은 마치 오랜 연인 사이처럼 걸음걸이는 발을 맞춰 걷고 있었다. 준석에게 더 가까이 다가와 걷고 있는 그녀에게서 풍기는 자스민 향이 그의 마음을 다시금 사로잡고 있었다. 가슴속 깊이 숨어 있던 사랑이 밖으로 나오려는 듯 준석의 가슴이 뭉글뭉글 거렸다. 식당을 지날 때 고기 굽는 냄새가 코를 찌르자 출출함이 왔지만 이 순간을 그 어떤 것으로부터 방해받고 싶지 않아 준석은 그냥 지나쳤다. 한동안 거리를 거닐다 그녀가 빨간 메뉴큐어 바른 검지 손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우리 저리로 들어가요.\" 그녀가 가리키는 곳은 이태리 풍의 간판이 걸린 분위기 있는 레스토랑이었다. 문을 열고 들어서니 은은한 불빛에 캐롤송이 어울리지 않게 흘러 나왔다. 키만한 크리스마스 추리가 가운데 놓여 있고, 드문드문 놓여 있는 널찍한 테이블에 마주 앉은 연인들이 맥주잔을 기울이고 있었다. 그들은 꼬마전등이 현란하게 깜박이는 추리 바로 옆에 자리를 잡고 마주 앉았다. 주문한 스테이크와 얼음이 채워진 와인이 나올 때까지 그들은 약간의 미소를 띠며 서로를 바라보고 있었다. 와인을 가져온 웨이터는 그들의 빈 잔에 와인을 따라 주고 \"즐거운 시간 되십시오\" 하며 습관적으로 고개를 꾸뻑하고 사라졌다. 준석은 잔을 들어 그녀에게 권했다. '쨍' 경쾌하게 부딪치는 크리스탈 소리는 그들이 눈 웅덩이에서 느꼈던 바로 그 종소리 같았다. 준석은 한잔에 취기가 왔는지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잠시 준석은 아내와 예뿐 두 딸을 옆에 두고 웃음이 묻어나는 오붓한 외식을 하는 생각을 잠시 하고 있었다. 그러나 정인의 눈빛과 마주치자 그저 따스해지는 것을 거부하지 않았다. 한 잔 두 잔 술에 그들은 말수가 많아지고 행동은 점점 더 대범해 졌다. 그들은 밖으로 나와 들떠 있는 연말분위기를 마음껏 즐겼다. 상점 안 윈도우엔 하얗게 장식한 눈꽃나무에 은빛 금빛 의 종들이 매달려 금방이라도 종소리가 울릴 것 만 같았다. 그들은 작은 인형을 사서 들고 다니다 지나가는 꼬마에게 주기도 했다. 그렇게 거리를 지나다 준석은 길에서 파는 싸구려 악세사리 목걸이를 하나사서 그녀 목에 걸어 주었다. \"앞으론 이것만하고 다닐 거예요.\" 정인은 흥분한 듯 자기가 하고 있던 반짝이는 다이아 목걸이를 미련 없이 풀어서 핸드빽에 넣었다. 그녀의 과감한 행동은 무언가 새로운 출발을 알리는 신호탄이 되어 준석의 가슴에 날아와 박혔다. 인도 옆 좌판(座販)에서 허름한 옷차림을 한 노인이 지갑과 장갑 등을 늘어놓고 팔고 있었다. 파란 줄무늬가 있는 벙어리장갑이 너무 예뻤다. 그는 그 벙어리장갑을 사서 그녀에게 끼워 주었다. 손이 자그마한 게 아주 예뻐 보였다. 그녀가 장갑 낀 두 손을 양 볼에 대고 눈을 살짝 감을 때 긴 속눈썹 사이로 무언가 반짝 빛나고 있음을 준석은 보았다. 그녀는 장갑 낀 두 손을 준석의 양 볼에 감싸듯 대며 말했다. \"따뜻-하죠?\" 정인은 말갛게 웃었다. \"네, 따뜻해요...\" 준석은 그녀의 순수한 웃음 속에 자신이 빨려 들어가는 것만 같았다. 그는 천진스런 그녀의 행동에 자신의 나이도 잊은 채 어린아이가 되어 있었다. 행복이란 이렇게 작은 행동 하나에도 느낄 수 있다는 걸 준석은 알아가고 있었다. 거리를 얼마나 헤매고 다녔는지 두 사람은 다리가 아파 왔다. 그들은 길옆 찻집에 들어가 향긋한 커피향을 즐기며 서로의 마음을 나누었다. 그녀와의 만남에 어떤 무게감을 느끼며 준석의 마음은 붕붕 구름위를 날아다니고 있었다. 인도 한가운데 놓여진 자선냄비 앞에서 싼타크로스 할아버지가 종을 흔들며 사람들을 부르고 있었다. 바로 그 옆 길가에서 한 소년이 땅바닥에 무릎을 꿇고 머리를 숙인 채 헌 모자를 앞에 놓고 조는 듯 했다. 허름한 옷에 까무잡잡하게 때가 묻은 손은 씻은 지 오래 돼 보였다. 준석은 주머니에서 얼마인지는 모르나 지폐 몇 장을 모자에 담아 주었다. 실눈을 뜨고 있었는지 그 소년은 금새 눈을 크게 뜨고 몇 번이고 몇 번이고 준석에게 절을 하듯 고개를 숙였다. 그 아인 돈을 챙겨 넣고 벌떡 일어나 모자를 깊숙이 눌러 쓰곤 자선냄비에 동전 한 닢을 던져 넣고 손을 번쩍 들어 보이며 어디론가 사라졌다. 오늘 횡재를 했다고 좋아할 소년을 생각하니 준석의 마음은 더욱 흐뭇했다. 그러한 그의 행동을 보고 있던 그녀는 맑고 순수해 보이는 그가 무작정 좋았다. 정인은 그가 친구이거나 그냥 아는 사이라 해도 좋았다. 준석을 새로운 삶의 희망이라고 생각하고 싶었다. 그러나 현실은 그녀에게 그러한 생각이 허망한 것이란 걸 말해 주듯 정인은 인도 불럭에 걸려 넘어질 뻔했다. 준석이 잡아 주었지만 그녀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조금 전과는 달리 두 사람의 표정은 다소 냉정해져 있었다. 그는 그녀에게 팔을 맡긴 채 딸들을 생각하고 있었다. 머쓱해진 준석은 그녀의 팔을 슬며시 뺐다. \"너무 늦었어요. 이제 가셔 야죠?\" \"예, 그래요 오늘 즐거웠어요.\" \"자, 이거요.\" 준석은 그녀의 손에 가방을 들려주었다. \"고마워요. 잠깐만요.\" 그녀는 길옆에서 잘 구워진 군고구마 한 봉지를 사들고 준석에게로 다가왔다. \"애들 갖다 주세요.\" 준석은 얼떨결에 받아 들었으나 그녀에게 다시 봉지를 내 밀었다. \"집에 가져가세요.\" \"전 집 근처에 가서 살게요. 여기서 사면 식으니까요.\" 그녀의 말에 준석은 고구마 봉지를 가슴에 안은 채 인사를 해야 했다. \"도로가 얼었어요. 조심해 가세요.\" \"네, 안녕히.\" 정인의 손끝엔 준석이 가방을 건네줄 때 느낀 따스한 촉감이 운전을 하고 집으로 가는 동안 내내 그 여운이 남아 있었다. 준석은 따끈한 봉지를 품에 안고 집으로 걸어가면서 그녀의 따스한 정을 느끼고 있었다. 예전 같으면 아이들과 같이 앉아 고구마 껍질을 벗겨 주며 맛있게 먹었을 그였지만, 오늘은 아이들끼리만 먹으라하고 방안에 살짝 밀어 놓고 얼른 방문을 닫았다. 그의 마음을 아이들에게 들킬 것만 같아 그는 방에 들어간 후 한 번도 거실엘 나가지 않았다. 준석은 정인을 생각할 때마다 가슴이 벅차오르는 걸 느끼곤 했다. 한편 정인은 준석과 헤어져 집으로 가는 차안에서 그가 사준 목거리에 산뜻한 촉감을 느끼며 옆 좌석에 놓아둔 벙어리장갑에 자꾸만 시선을 주며 행복해 했다. 그녀는 자신이 꿈을 꾸고 있는 것만 같아 손등을 살짝 꼬집어보았다. \"아야!\" 정인의 입에서 가벼운 비명이 나왔으나 그녀는 꿈이 아닌 현실에 너무도 행복해 입이 다물어 지지 않았다. 아무도 없는 집에 들어온 정인은 거실에 앉아 가방을 열었다. 수금한 만원짜리 지폐가 그득히 그대로 들어 있었다. 그녀는 녹차를 앞에 두고 준석을 생각했다. 너무도 정겹게 느껴졌던 그의 눈매와 말씨, 행동 하나 하나가 생각나 정인도 가슴이 일렁이며 두근거렸다. 이웃에 살고 있는 친구 수경이가 자고 있는 주연이를 안고 들어왔다. \"일찍 들어 왔네?\" \"응\" \"모처럼 나간다기에 많이 늦는 줄 알았지.\" 정인은 주연이를 받아 자리에 눕히며 가벼운 한숨을 내 쉬었다. \"정인아, 아까 낮에 진수 선배한테서 전화 왔었어, 이번에 사법고시 합격하고 기분이 들떠 있더라, 한 우물을 파더니 기어코 해낸걸 보면 그 선배도 대단해, 공부하느라 아직까지 총각 딱지를 못 뗐데.\" \"그래 그 선배는 학교 다닐 때 인기가 좋았잖아.\" \"너와 연락이 안 된다고 뭐하냐고 묻길래 농담으로 연애한다고 했더니 시무룩해지는 것 같더라. 옛날부터 너를 좋아하더니 아직도 잊지 못하고 있나 봐. 진작에 그 선배랑 결혼을 했으면 재미있게 살걸.\" \"얘는 지금 그런 얘기하면 뭐해.\" \"너 요즘 정말 연애하는 거 아냐? 일주일간 스키 타러 간다면서 금방 오고.\" 정인은 고개를 저었지만 그녀의 얼굴은 붉어지고 있었다. \"아니긴 뭐가 아니야. 네 얼굴에 그렇게 쓰여 있는데, 어머머 저 얼굴 빨개진 것 좀 봐.\" \"수경아, 실은 나 어떤 사람을 알았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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