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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화목 (제22편)

김병국 2016. 07. 07. 오후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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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 술자리가 벌어지고 취기가 오른 요숙은 자신은 싱글이라며 준석에게 다가와 몸을 부딪치고 그를 유혹하고 있었다. \"얘, 너 참, 잘 어울린다.\" \"그래, 그래 아주 보기 좋은데.\" 술이 좀 많이 취한 친구가 손을 저으며 소리쳤다. 친구들은 준석과 바싹 붙어 있는 요숙을 보고는 잘 어울린다며 부추겼다. \"이러지 마세요. 그만 가 봐야 겠습니다.\" 준석은 그들이 좀 지나친 것 같아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뭘 그래요. 세상 사는게 다 그런 거 아니예요.\" \"그러지 말고 이리 앉아요.\" 간신히 그 곳을 빠져 나온 준석은 줄행낭을 치듯 집으로 도망쳤다. 그런 일이 있고부터 요숙은 준석에게 전화를 해서 공공연하게 만나자고 접근을 했다. 매일 오던 정인은 웬일인지 며칠 동안 전화 연락도 없었다. 요숙은 정인에게 전화를 해서 준석에게 접근을 하지 말라고 했다. 유부녀가 남의 남자를 넘보는 것은 불륜이라며 겁을 주었다. 준석은 정인이가 궁금해 도저히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 그녀 집으로 전화를 해 볼까 했지만 그녀 남편에게 오해를 살까 봐 집으로 전화를 할 수도 없었다. 그 날 마침 요숙이 한의원에 찾아와 그는 반갑게 맞았다. 정인에게 연락을 해 달라고 부탁을 할 사람이기 때문이었다. \"어서 와요. 마침 잘 오셨어요.\" \"웬일이세요. 반가워하시니.\" \"정인씨에게 전화를 좀 해 주세요.\" \"왜요?\" 요숙은 태연하게 반문했다. \"정인씨 아버님 병환에 차도가 좀 있는지 궁금해서요.\" \"에이 그게 아닌 것 같은데요? 알았어요. 제가 연락을 해 볼게요.\" 요숙은 대기실에 있는 공중전화 박스로 나갔다. 그녀는 정인에게 전화를 하지 않고 다른 사람에게 전화를 했다. 요숙은 태연히 들어서며 준석에게 말했다. \"정인인 요즘 한국에 없나 봐요. 일본에 갔다는 것 같아요.\" \"네 에. 그래서 연락이 없었군요. 언제 온대요?\" \"그건 잘 모르겠어요. 그 앤 전에도 한번가면 한달씩 있다가 오곤 했어요.\" 준석은 겉으로 태연한 척했지만 몹시 실망스러웠다. 요숙은 그런 준석의 심정을 알기라도 하듯 같이 나가자고 졸랐다. \"선생님 제가 술 한 잔 살게요.\" \"술도 못하고 시간도 없습니다. 말씀만이라도 고맙습니다.\" \"그러지 마시고 같이 나가요.\" 요숙은 준석의 옷소매를 잡고 원장실 밖으로 끌었다. \"고맙지만 안되겠습니다.\" \"그럼 식사라도...\" \"......\" \"선생님 그럼 차는 한잔하실 수 있죠?\" 준석은 그녀의 끈질긴 간청에 내키지는 않았으나 차 한 잔 정도는 괜찮다 싶어 그녀를 따라 나섰다. 요숙은 속으로 쾌재를 부르며 한의원에서 가까운 찻집으로 들어갔다. 그녀의 화술에 넘어간 준석은 차에서 식사, 식사에서 술집까지 그녀의 계획대로 끌려 다녔다. 이제 나머진 준석을 호텔로 유인하는 것이었다. 술집에서 요숙은 취한 척 하고 그에게 기대며 끌어안으려 했다. 준석이 몸을 피하자 요숙은 제풀에 바닥에 넘어지고 말았다. 준석은 그녀가 다치지 않았나 살피며 웨이터를 불렀다. 웨이터는 요숙을 보더니 고개를 저으며 준석에게 말했다. \"너무 많이 취하셨네요. 근처에 모텔이 있는데 그리로 가시죠?\" 준석은 그녀가 너무 취해 그런 상태로 집으로 간다는 게 무리 일 것 같아 웨이터에게 도움을 청했다. 웨이터와 준석은 몸을 가누지 못하는 요숙의 양팔을 어깨에 메고 모텔로 들어섰다. 정인은 친구를 만나고 집으로 가는 길에 준석의 한의원 근처에 왔다가 모텔로 들어가는 준석을 보았다. 정인은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닮은 사람이려니 하고 다시 한 번 살폈으나 틀림없는 준석과 요숙이 였다. 준석을 향한 믿음과 그를 만나서 느꼈던 행복이 한순간에 무너지는 것 같아 정인은 온몸이 떨려 왔다. '그녀가 알고 있는 준석이란 사람이 저런 사람일까?' 정인은 계속 머리가 복잡해 졌다. 준석은 후론트에서 요숙이가 잡고 놔주질 않아 한동안 옥신각신 했다. 그는 요금을 지불하고 웨이터에게 수고비까지 건네주고는 곧장 나와서 집으로 향했다. 정인은 밤새 그들 생각으로 잠을 이루지 못하고 고민을 했다. 그 동안 그를 향해 쏟아 부었던 그녀의 순수한 사랑이 일시에 무너지는 배신감마저 느꼈다. '가끔 한 번씩 요숙이 던져 주는 말들이 그럼 사실이었을까?' 정인의 머리는 아무 생각을 할 수가 없었다. 갑자기 태양이 사라져 버린 듯 그녀의 눈앞은 캄캄해 져 왔다. 자신을 가누기도 힘들 정도로 극심한 쇠약 증상을 일으키고 있었다. 다음날 아침 정인은 참다못해 옆동에 사는 친구 수경을 찾아갔다. 수경은 정인의 얘기를 듣고 준석의 얼굴을 떠올리며 무언가 이해가 안 된다는 듯 묘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수경은 아무래도 요숙이가 좀 이상하다며 준석에게 확인을 해 보라는 것이었다. \"요숙이가 보통내기냐. 어떻게 구워삶았는지 모르니 한번은 확인 해 봐야하지 않니!\" 수경은 요숙이가 학교 다닐 때 친구들을 괴롭힌 일들을 떠올리며 아무래도 요숙이가 의심스럽다는 것이다. \"며칠 전 요숙이가 의미심장한 말을 했어. 아마 우리사이를 눈치를 챈 것 같아. 공연히 주연이 아빠 얘길 자꾸 물으며 한번 놀러 오겠다고 그랬어. 애들 아빠가 알면 나를 죽이려 들거야.\" \"요숙이가 그랬어?\" \"응\" 수경은 정인의 말을 듣고 준석의 연락처를 물었다. 그녀는 화가 난 듯 수화기를 들더니 '팍 팍' 다이얼을 돌리기 시작했다. \"여보세요. 선생님 좀 부탁합니다.\" \"선생님은 지금 외출 중이 신데요. 어디 신지요. 메모를 해 드릴 게요.\" 수경이 수화기를 내려놓자 정인은 준석이 또 요숙이를 만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자꾸만 들었다. 정인은 며칠 밤을 고민을 하다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한의원으로 찾아갔다. 정인은 퇴근을 하려고 막 나서는 준석을 만났다. \"아니!\" 준석은 그녀를 보자 너무나 반가웠다. \"언제 왔어?\" 정인을 본 준석은 반갑기도 했지만 그녀의 안색이 나빠 보여 걱정도 되었다. \"아버님은 좀 어떠셔?\" 준석은 궁금증으로 한꺼번에 질문이 쏟아져 나왔다. 정인은 걱정스런 표정으로 묻고 있는 준석의 얼굴을 보며 웬지 가식은 아니라는 믿음이 들었다. 그러나 그녀의 두 눈으로 모텔로 들어가는 두 사람을 직접 보지 않았던가! '그럼 이렇게 자신을 걱정하고 있는 이 사람은 철저한 이중인격자란 말인가! 어쩜 요숙이와 그런 관계를 가지고서도 내게 이렇게 태연할 수 있을까?' 정인은 의혹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안색이 안 좋은데 무슨 일 있어?\" \"요숙이는 언제 왔어요?\" \"응? 그게 무슨 말이야.\" \"제 친구요.\" \"응, 어제도 왔었어.\" \"그렇군요. 전 이만 갈래요.\" \"무슨 일이 있었군. 그러지 말고 얘기 해 봐. 무슨 일인지.\" \"그냥 집에 갈래요.\" 그러나 영문도 모르는 준석은 정인을 그냥 그대로 보낼 순 없었다. \"마침 퇴근길이니 집에 데려다 줄게.\" 정인은 빠른 걸음으로 그를 피해 저만치 가고 있었지만 은근히 그가 잡아주길 바랬다. 준석은 그녀 옆에 차를 세우고 타라고 했으나 그녀는 퇴근길에 혼잡한 사람들 사이로 숨어버렸다. 정인 자신의 마음과 다르게 행동하고 있었다. 그 날 준석은 그녀를 그렇게 보내고 집에 와서 곰곰히 생각했다. 도대체 정인이가 왜 자기 한데 그러는지 알 수가 없었다. '일본에 가서 무엇이 잘못 됐나?' 준석은 정인을 찾아가 물어보려 했으나 그녀는 만나 주지도 않았다. 며칠 후 오랜만에 그녀와 전화통화가 됐다. \"무슨 일인지 말해 줘야 알지. 우리 일단 만나서 얘기하지.\" \"알았어요. 신촌 그 집으로 갈게요.\" 정인은 준석을 만나서 모든 걸 속 시원히 듣고 싶었다. 그러나 그는 정인을 만나 무슨 말부터 꺼내야 할지 도무지 생각이 나지 않았다. 약속시간에 막 나오려는데 요숙이가 친구들과 함께 나타났다. \"안녕하세요?\" \"네, 안녕하세요. 저... 오늘은 바뿐일이 있어서 미안합니다.\" \"아니 환자를 데려 왔는데 그럴 수 있어요. 진료 시간도 아직 40분이나 남았잖아요.\" \"이렇게 찾아주셔서 고맙긴 하지만 죄송합니다.\" \"그러지 말고 잠시만 진맥하고 약을 져 주시면 되잖아요. 그러는 시간에 벌써 둘은 진맥했겠네요.\" 준석은 할 수 없이 그들을 진맥하고 있었다. 정인은 약속장소에 30분을 기다려도 준석이 나타나지 않자 그에게 전화를 했다. \"여보세요.\" \"저... 환자가 있어서 잠시 후에 갈게.\" 준석은 정인이 친구들 앞에서 말 할 수가 없었다. \"알았어요. 바쁘신데 그냥 갈게요.\" 정인은 삐진듯 칼칼한 목소리로 말하고는 전화를 끊어 버렸다. 준석은 정말 난감했다. 그녀의 발걸음은 자신도 모르게 준석의 한의원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골목에서 우두커니 서 있는 자신을 발견한 정인은 무슨 용기라도 난 듯 한의원으로 들어가려 했다. 여자들의 목소리와 함께 요숙이가 한의원에서 나오고 있었다. 정인은 건물 모퉁이로 몸을 숨기고 그들의 일거수를 지켜보았다. 준석이 퇴근을 하려고 창문을 닫으려는데 골목길에 서 있는 빨간색 부라우스를 잎은 정인을 발견했다. 준석은 반가움에 뛰어 내려갔다. 헛것을 보았는지 정인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온통 정인의 생각만이 머릿속에 차있는 준석은 아에 주변통제력까지 잃어버릴 정도로 극에 달하고 있었다. 정신없이 두리번거리며 정인을 찾아다녔다. 지나는 오토바이가 준석을 치고 말았다. 차가운 아스팔트에 몇 바퀴를 굴렀다. 다행이 큰 부상은 아니지만 어깨와 무릎에 찰과상으로 몇 주간 치료를 요 했다. 준석은 그날부터 병원병실에 누워 있었다. 한편 정인은 준석이 사고를 당한지도 모르고 요숙과의 상황만을 떠올리며 준석에게 실망을 하고 있었다. 정인과 연락이 끈긴지 몇 주간 시간이 흘렀다. 준석은 정인과의 관계에서 알지 못하는 훼방꾼인 그 무언가가 발생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딸들에게도 관심이 적어졌고 환자들에게도 집중도가 떨어지고 있다는 것도 직감하고 있었다. 그렇다고 이대로 아무 대안도 없이 정인와의 관계를 정리할 수는 없었다. 준석은 아무리 생각을 해 보아도 정인과 완전히 인연을 저버린다는 것은 도저히 용기가 나지 않았다. 그냥 이렇게 보통의 관계라도 유지하면서 그녀와의 인연은 지속하고 싶었다. 준석이 퇴원하는 날 정인이를 만났다. 정인은 요숙이가 한 말을 하려다 그만 두었다. \"......\" \"친구는 괜찮죠?\"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네. 갑자기 왜 그래.\" \"오늘 밤새 드라이브해요.\" 정인은 준석과의 지난날들이 그리워져 갑자기 그와 같이 있고 싶었다. \"그래. 어디든 가자.\" 준석도 어디든 마구 달리고 싶었다. 강변을 따라 미사리로 향했다. 네온불빛이 화려하게 장식된 레스토랑에서 사람들이 위험하게 길가까지 나와 달리는 차들을 향해 손을 흔들며 부르고 있었다. 언제부턴가 강가에 식당들이 하나 둘 생기기 시작하여 이젠 제법 단지를 이룰 정도였다. 유명 가수들이 나오는 곳과 코메디를 하는 라이브 식당들이 각자의 네온을 번쩍이며 고객을 유혹하고 있었다. \"우리 저리로 들어갈까?\" 준석은 코메디 하는 식당을 가리켰다. 웃고 나면 서먹함이 없어질 것 만 같았다. \"그래요\" 그들은 식사를 하고 차를 마시며 코메디를 보았지만 단 한번도 웃지 않았다. \"그 동안 왜 연락 안 했어?\" 준석은 찻잔을 들면서 정인에게 물었다. \"그냥 일이 있었어요.\" \"일본여행은 재미있었어?\" \"네? 일본이라니요?\" \"일본에 갔다고 하던데?\" 정인은 차를 마시다 말고 잔을 내려놓았다. \"네? 제가 언제 일본에 가요.\" \"그러면 요숙씨가 왜, 그랬을까?\" \"예, 요숙이가요? 뭐라 했는데요?\" \"집으로 연락을 해 달랬는데 일본에 갔다며 한 달쯤 있다 온다고 해서 연락도 없이 갔다고 서운해 했었는데.\" \"그래요?\" 정인은 며칠 전 만났던 요숙에게서 무언가 이상한 느낌을 받긴 했지만 이렇게 자신들 사이에서 거짓말까지 할 줄은 몰랐다. 정인은 더 이상 친구 얘기를 하고 싶지가 않았다. 그녀는 두 사람의 모텔 행을 거론할까 하다 그만 두었다. 그를 감시하고 미행한 것처럼 보일까봐서 였다. 준석의 태도는 예전과 다름없이 그녀에게 따스하고 편안한 느낌을 주었다. 그러나 준석은 웬지 정인의 행동이 옛날과 달리 좀 서먹하다고 생각하며 그 날은 그렇게 헤어 졌다. 비가 오던 어느 날 초췌한 모습으로 요숙이가 헐레벌떡 진료실로 들어섰다. \"안녕하세요?\" \"...네\" 그는 마지못해 대답을 했다. \"전에 일은 미안해요. 거짓말을 해서요. 본의 아니게 제가... 아마 선생님을 좋아했나 봐요.\" 그녀의 말은 유창하게 준석을 동요시키고 있었다. \"이 앞을 지나다 차 사고를 냈어요.\" \"다치진 않았나요?\" 준석은 그녀를 쳐다보며 '그래도 정인이 친구가 아닌가!' 생각하며 걱정이 되었다. \"다친 곳은 없는데 합의를 하자고 했더니 돈을 요구해서... 제가 가진 것이 좀 부족해서요.\" \"얼마나 필요하신데요?\" \"백만 원만 있으면 될 것 같아요.\" \"큰 사고가 났나 보군요.\" \"그 쪽에서 요구를 많이 하네요. 보험에 들지 않아 제가 좀 불리하거든요. 좀 도와주세요.\" 준석은 그녀의 당돌한 행동이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정인의 친구라는 이유로 그녀를 함부로 대할 수 없었다. 준석은 미스 최를 불러 통장과 도장을 건네주며 은행에 다녀오라고 했다. \"미안해요. 내일 갖다 드릴 게요.\" 준석은 안절부절 하며 서 있는 요숙에게 앉으라고 자리를 권했다. \"앉으세요 금방 올 거예요.\" 요숙은 그제야 안심이 된다는 듯 약간 어색하게 웃으며 준석의 맞은편 의자에 앉았다. 준석은 그림자 진 그녀의 눈매가 오늘 따라 웬지 쓸쓸하게 보여 동정이 갔다. \"혼자 힘드시죠?\" \"어떻게 아셨어요. 혼자인지?\" \"예, 그냥.\" \"정인이가 얘기했죠? 갠 별말을 다 했네.\" \"아니에요. 활발하고 붙임성이 많다고 요숙씨 칭찬만 했어요.\" 미스 최가 돈을 들고 들어 왔다. \"자, 빨리 가서 해결하세요.\" \"정말 고마워요. 내일 돌려 드릴게요. 안녕히 계셔요.\" 그녀는 돈을 받아 들기가 무섭게 뒷모습을 보이며 한의원을 나갔다. 갑자기 작은 태풍이 지나간 듯 준석은 이상한 분위기에 휩쓸리는 느낌이었다.

댓글 1개

이경옥 2016. 07. 07. 오후 08:58

와~~~~ 한 십 여분 남짓만에 두 편??? 작가님 대단하십니다 기다릴게요 또 빨리 올려주세요 건강하시고 행복하게 웃으면서 지내세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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