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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화목 ..... 제25편

김병국 2016. 07. 12. 오후 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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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그런데 지속적인 치료와 근력운동을 해야 되 우선은 잠시라도 펼 수 있게 해드리고 싶어.\" \"아유 잠시만이라도 좋으니 허리한번 펴 봤으면 여한이 없겠수.\" \"할머니 내리세요.\" 세 사람은 차에서 내려 길가에 있는 정자나무 그늘 아래로 갔다. 준석은 할머니의 등에서 몇 가지 혈을 엄지손으로 지압했다. 다시 앞으로와 곡지와 어깨에 있는 견정 혈을 잠시 누르고 있었다. 다시 손등에 있는 독맥 주변을 검지와 중지로 아래위를 오가며 손톰으로 꾹꾹 문질러 주었다. 그렇게 두 번을 반복하고 걸린 시간은 약 5분이 채 못 되었다. \"할머니 서서히 허리를 쭉 펴 보세요.\" \"에이, 젊은이 장난도. 10년이 넘었는데 침한방 안 놓고 어떻게......\" 말과 동시에 할머니는 허리를 펴고 일어섰다. \"조금만 더 펴 보세요.\" 정인이가 소리쳤다. \"어멋! 할머니, 정말 허리가 펴졌어요.“ 준석은 미소 지으며 갓난아이 첫걸음마를 보듯 흐뭇한 표정으로 할머니를 바라보았다. 정인은 신기한 듯 할머니에게 주문을 하고 있었다. \"걸어 보세요.\" 할머니는 배를 조금 내밀고 다리는 양옆으로 벌리시고는 허리를 편 채로 한발 한발 내 딛고 계셨다. \"어디 숨이나 한번 크게 쉬어 봐야지.\" 할머니는 손을 등 쪽으로 가져가시며 가슴을 펴고 심호흡을 하셨다. 그러더니 갑자기 준석을 향해 고개를 숙이시고 준석에게 감사인사를 했다. “아이고 명의님이 오셨네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정인은 눈물을 떨어트리며 준석을 바라보았다.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이 이렇게 훌륭하신 분이 란게 정인은 자랑스러웠다. 할머님에 간곡한 부탁으로 그날은 할머니 집에서 맛있는 된장찌개로 저녁식사를 하고 하루 밤을 묶게 되었다. 다음날 아침 문밖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정인은 창호지 바른 문틈으로 밖을 내다보다가 놀란 듯 준석을 흔들었다. \"밖에 사람들이 많아요. 무슨 일이 생겼나 봐요?\" 준석이 부시시한 모습으로 밖을 내다보니 사람들이 10여명 마당에서 서성거리고 있었다. \"젊은이 일어 나셨수?\" 친근감 있는 할머니 목소리가 들렸다. \"예\" 정인은 옷매무새를 바로 하고 문을 열고 나갔다. 준석도 걷옷을 걸치고 뒤 따라 나갔다. 할머니가 마루에 걸터앉아 마치 무슨 배급이라도 주듯 이름을 불러대며 순서를 정하고 계셨다. 준석을 본 동네 사람들은 다시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아유 생기기도 잘생기셨네.” “그래요.” “부인도 예쁘구” 동네사람들은 제가끔 한마디씩하며 그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 글쎄 동네 사람들이 몰려와 치료를 받겠다고 해서......\" 할머니는 미안한 듯 쪼그라진 입술을 오물거리며 준석을 향해 눈웃음을 짓고 계셨다. 준석은 무슨 죄진 사람처럼 방으로 숨어 버렸다. 정인이가 따라 들어왔다. \"무순일이에요?\" \"바지 지퍼가 내려와서\" 정인은 깔 깔대고 웃었다. 할머니가 조금 펴진 허리를 하고 정인을 쫒아 들어 왔다. \"아니 왜들 웃고 있어요?\" 정인은 할머니옆으로 다가서며 귓속말로 지퍼얘기를 해주었다.귿르 세사람은 한 가족이되어 행복하게 웃었다. 아침을 준비했으니 식사를 하고 저 사람들을 좀 봐 주라며 연신 채 머리를 흔들어 댔다. 밭일을 많이 해서인지 허리와 무릎관절에 동통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몇몇 사람들은 허리가 아예 휘어져 버린 사람도 있었다. 준석은 침을 놓기 전 그들의 허리를 푸느라 땀을 흘려가며 맛사지를 했다. 민간요법을 알려주기도 하고 집에서 간단히 근육을 푸는 운동을 가르쳐 주기도 했다. 이곳 상봉리 산골 사람들은 하나같이 순박하고 밝은 표정이었다. 그들은 자연을 닮아 꾸미지도 탐하지도 않은 순수함이 자연의 일부처럼 느껴졌다. 도시에서의 각박한 생활에 쫒기던 준석은 평화로운 자연 속에서 살아가는 그들과 어우러진 자신이 뿌듯하고 흐뭇했다. 모여드는 환자들을 치료하는 가운데도 준석은 벙글거리며 신이나 있었다. ‘도시 사람들도 이들처럼 서로 믿고 살아간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는 흐르는 땀을 닦으며 오염되지 않은 시원한 산바람을 느끼고 있었다. 준석은 치료를 하고 정인은 간호사처럼 환자 일지를 쓰고 침을 소독하는 등 뒷처리를 하느라 분주했다. 어떤 분들은 외지에 있는 친지들을 불러드리기도 해서 환자수가 점 점 늘어났다. 그들의 여행은 생각지도 않게 의료 봉사단이 되어 상봉리 사람들을 흐뭇하게 만들었다. 환자만 5일 동안 치료했다. 병세가 호전된 사람들은 집에서 키우던 닭이며 감자 고구마 호박 등을 자져왔다. 한쪽 방 그득히 쌓인 선물은 그대로 놔둔 채 준석은 아쉬움을 뒤로하고 상봉리를 떠나야했다. 그러나 그들에게 이번 일은 그 어떤 여행보다도 보람된 시간이었다. 그런 시간들은 서로를 더욱 신뢰하게 되었고, 준석은 그녀가 헌신적으로 자신을 대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한 계기가 되었다. 정인은 준석이 남을 위해 잠시도 쉬지 않고 봉사하는 그의 성실성과 책임감 있는 행동이 너무 너무 좋았다. 그가 남들이 고치기 힘든 병을 고쳤다는 마을 사람들의 말을 들을 때는 정인은 더욱 우쭐 해지곤 했다. 물론 밤엔 짬을 내서 동네 옆에서 흐르는 계곡에서 발가벗은 채 둘이 목욕하는 즐거움도 빼 놓을 수 없었다. 서울에 도착한 그들은 그 날 이후 잠시도 떨어져 있지 않으려 했다. '비온 뒤 땅이 굳는다고 했던가!' 잠시 떨어져 있었던 공백 기간은 가까이 있을 때 몰랐던 서로의 소중함을 알려 준 계기가 되었다. 그들은 서로의 존재에 무게를 실어가고 있었다. 그 날 이후 준석은 젊은 의사에게만 맏긴 채 단 하루도 한의원 일을 제대로 본적이 없었다. 오늘은 어디로 내일은 또 어디로 그녀가 좋아하는 곳은 어디며 그녀가 하고 싶어 하는 것은 무엇인가! 그들은 각자의 가정으로 돌아가서도 그런 생각으로 하루하루를 보내며 행복해 하고 있었다. 그러나 사회적으로 가정이란 틀을 벗어날 수 없음을 알았다. 문득 문득 그런 생각이 날 때는 그 자신이 캄캄한 방에 갇힌 느낌이었다. 어둡고 으슥한 곳, 남의 눈에 잘 띄지 않는 그런 곳만 찾아다니며 사랑을 해야 하는 그들에겐 늘 어두운 그림자가 따라 다녔다. 하루 빨리 저 밝은 태양아래서 남들의 눈치를 살피지 않고 편안한 마음으로 정인과 흠뻑 사랑에 취하고 싶었다. 한편 정인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가정을 정리할 결심을 하고 있었다. 오후 내내 날씨가 흐리더니 갑자기 비가 쏟아지고 천둥소리가 요란하게 울렸다. 밤 11시 tv에서는 밤하늘에 블루스가 트럼펫 연주로 흘러나왔다. 아련히 추억을 느끼게 하는 애절한 트럼벳 소리에 흠뻑 젖어있을 때였다. 갑자기 전화벨이 울렸다. “여보세요.” “김준석씨 계신가요?\" 여자의 목소리가 카랑카랑하게 들렸다. \"네, 전데 누구시죠?\" \"밤늦게 죄송합니다. 저는 이정인씨의 동생 되는 영인인데요.\" \"아! 네 안녕하세요. 언니가 늘 얘기하시던데 반갑네요. 그런데 무슨 일로?...\" 준석은 정인이가 무슨 일이라도 생긴 것이 아닌가 하고 가슴이 덜컹 내려앉았다. \"부탁을 좀 드리려고요. 요즘 언니가 김 선생님 때문에 가정을 통 돌보지 않아요. 언니는 가정이 있는데 앞으로는 좀 만나는 것을 자제해 주셨으면 해요. 생각 끝에 전화를 드렸어요. 매일 술드시는 형부도 돌보지 않고 밖으로만 나도니 제가 봐도 이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어제도 집에서 난리가 났었어요. 언니가 많이 다쳤어요. 지금 병원에서 입원치료 중이에요. 긴 얘기는 더 드리지 않겠어요. 선생님의 인격을 믿겠습니다.\" 그녀는 준석의 대답을 들을 필요도 없다는 듯이 전화는 '딸깍' 끊었다. 준석은 한동안 아무 말도 못하고 수화기만 들은 채 얼이 빠져 있었다. '많이 다치지나 않았는지? 그녀는 오로지 자신만을 바라보며 살고 있다고 했는데......' 동생 영인이 전화를 받고 밤새 잠을 이루지 못한 채 아침도 거르고 무작정 차를 몰고 나왔다. 준석은 정인이와 연락도 할 수 없게 되자 자신이 정리하고 앞으로 처신해야할 일들로 심신을 달래고 싶었다. 준석은 어느새 고속도로위를 달리고 있었다. 강원도 평창에 있는 아담한 시골길로 접어들었다. ‘아니 ! 이곳은?’ 정인이를 처음 만났던 그 장소에 와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도저히 정인을 잊을 수가 없는 것인가!’ 산골 토종꿀도 사고 아무도 모르는 시골길에서 손을 잡고 온갖 야생화에 이름을 지어가며 보냈던 날들이 생각났다. 돌담길로 접어들자 키 작은 코스모스가 하늘거리고 있었다. 웃자란 해바라기는 고개가 꺾인 채 외롭게 엉거주춤 서 있었다. 어디선가 빨간 고추잠자리 한 마리가 연분홍 코스모스 꽃잎에 날아와 앉아 그의 시선을 빼앗고 있었다. 이렇게 아름다운 계절에 정인과 같이 한 없이 떠나고 싶었다. 그러나 이제는 정인을 만날 수 없다는 생각을 하니 가슴이 답답해왔다. 준석은 정인씨 집안에서도 알아버린 이상 정인에게 피해를 줄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 이제 정인을 가정으로 돌려보내야지’ 산등성을 오르다 머루나 다래를 따먹으며 그녀와 같이 산에 오르던 지난날이 자꾸만 생각났다. ‘정인아! 어디가 아픈 거야? 연락도 할 수 없을 만큼 많이 아픈 거야?’ 옷깃에 스친 구절초 향기에 가슴이 쿡 치받혀 올라 순간적으로 숨을 쉴 수가 없었다. ‘아 ! 가슴이...’갑자기 준석은 가슴을 움켜잡고 통증과 싸우고 있었다. 터질 것 같은 가슴을 움켜잡고 답답하기만 했다. 준석은 가을 향 물씬 풍기는 정인과 처음 만났던 장소에서 기억을 더듬으며 정인이 생각에 빠져 버렸다. 그 때였다 준석의 카폰이 요란하게 울렸다. 간호사 미스최의 다급한 목소리가 울려 나왔다. \"뭐야, 뭐라구?“ 준석은 외마디 소리를 질렀다.

댓글 2개

이정현 2016. 07. 14. 오전 01:10

정말 재미있고 유익한 시간이었습니다 글 읽으며 잠시 삶의 행복함을 느껴봅니다 너무너무 재미납니다 최고~~~ 짱이십니다

김병국 2016. 07. 17. 오후 09:24

재밋게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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