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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화목 - 혼돈 (제24편)
김병국 2016. 07. 11. 오후 11:26
4626
김병국 2016. 07. 11. 오후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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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위에는 국방색 모포를 덮고 있는 미결수들이 서로 웅크리고 자고 있었다.
결정적인 단서를 알아낸 준석도 치미는 분노를 억 누르고 변기 옆에서 그들처럼 웅크리고 잠을 청해야만 했다.
그런데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도 면회 오는 사람이 없었다.
전화를 하겠다고 해도 곧 구속을 기다리는 사람이 무순 전화냐고 연락도 하지 못하게 했다.
준석은 반전시킬 아주 중요한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전달할 사람이 나타나지 않자 안달이 났다.
가숨은 두근두근 거리고 온통 분노에 휩싸여 있었다.
다음날 한섭이가 반갑게 면회를 왔다.
\"어떻게 된거야?\"
\"일이 좀 복잡해 재판까지 가야 하나 봐, 그 여자 남편은 아버님 집에 전화를 해서 매일 공갈을 치나봐.\"
\"뭐, 부모님에게까지...... \"
준석은 두 주먹을 불끈 쥐고 부르르 떨었다.
법 없이도 사시는 분들인데 자식으로 인해 연로하신 부모님이 그런 고통을 당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준석은 정말 미칠 것만 같았다.
\"한섭아, 가까이 와 봐.\"
한섭은 한발 다가섰다.
“서류를 다시 한 번 검토 해 봐. 분명히 살아있는 정자가 나왔다고 되어 있데 정자는 방사 후 1일에서 3일정도 살아있는 걸로 아는데 난 정관 수술을 했어 그러니 정자가 살아있을 리도 없잖아”
한섭은 미소를 지으며 엄지손을 세워 준석의 승리를 장담했다
“그러고 디엔에이 검사도 추가로 했으면 한다. 그들은 분명히 조작하고 있어.”
“뭐? 이런 것들이 있어?”
그렇게 현명했던 준석인데도 왜 이제야 생각이 났는지 참, 어처구니가 없는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옛 속담에 호랑이 한데 물려가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고 했나봐.\"
\"그게 정말이면 그들이......\"
한섭은 바삐 면회를 마치고 사라 졌다.
그들의 사기 행각이 나타난 이상 더 이상 지체할 아무런 이유가 없었다.
한섭은 준석을 도울 수 있는 사람에게 모두 연락을 해 도움을 청했다.
우선 그의 형과 지혜씨에게도 연락을 했다.
지혜는 만사를 제쳐놓고 달려와 한섭 과 마주 앉았다.
그녀는 한섭이 앞에서 눈물을 흘리며 한동안 말문이 막혀 있었다.
사정 얘기를 듣고 깔끔한 성격의 선생님이 어쩌다 그런 일에 휘말리 게 되었는지 안타까울 뿐이었다.
그녀는 마침 법무사로 있는 사촌동생 범수에게 부탁하여 조언을 구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들은 그 날 오후 늦게 어느 외진 식당에서 만나 간단한 음식을 시켜 놓고 빙 둘러 앉았다.
무거운 분위기에 한섭이가 차분한 목소리로 준석의 상황을 상세히 설명했다.
가만히 듣고 있던 나머지 세 사람은 박수를 치며 축제분위기였다.
뒤늦게 달려온 낭걸이는 영문도 모르고 박수를 치며 들어왔다.
각자의 생각을 한마디씩하고 마지막으로 범수가 결론을 내렸다.
\"자 이제 정리를 합시다. 내일 그들을 만나 담판을 지을 것인지 아니면 그들을 재판까지 끌고 가서 사기 및 공갈죄로 집어넣을 것인지를 먼저 결정해야 합니다. 일단은 무죄라는 걸 입증해야하고. 확실한 증거 자료가 있어야 합니다.\"
범수의 머리는 일사천리로 돌아갔다.
한섭은 준석에게 사실을 알리고 결정하자고 제의를 했다.
\"그래요 당사자니까 일단은 선생님의 의견을 따라야 해요.\"
지혜는 한섭의 의견에 동조했다.
\"그런 놈들은 가만히 두면 또 다른 피해자가 생겨. 미리 잘라 버려야 해.\"
그의 형은 분개했다.
\"선생님이 고생이 심할 거예요. 우선 면회를 하고 싶어요.\"
\"안 돼요. 지혜씨는 모르는 걸로 하세요.\"
그들은 일단 준석의 의견을 존중하기로 하고 한섭이랑 낭걸와 그의 형이 면회를 했다.
준석은 한섭의 말을 듣고 망설였다.
낭걸인 감옥 저편의 초췌한 준석을 보더니 그만 눈물을 글썽거리고 있었다.
그들을 절대 용서 않겠다는 마음은 어느새 준석의 원초적 인격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밉기는 하지만 잘못을 뉘우친다면 다시는 그런 일을 안 하겠다는 각서 한 장 받고 구속시키지는 말라고 했다.
사건은 6일 만에 그렇게 해서 끝이 났으나 무언가 찜찜한 구석도 없지 않았다.
준석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많은 일을 겪었지만 그는 이 사건으로 인해 많은 것을 배웠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사람이 사람을 어디까지 믿어야 하는지에 그는 회의를 느꼈다.
( 몰아친 폭풍 )
연주와 연지는 아무것도 모른 채 아빠가 그저 외국에 갔다 온 줄만 알고 선물을 찾고 있었다.
미처 생각지 못한 아이들에 대해 미안해하고 있을 때 이모가 들어 왔다.
조금은 야한 옷을 입고 들어선 이모는 일주일 만에 보는 이모부에게 인사 한마디 없이 그냥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아빠, 이모 요즘 야간 기도 다닌다.\"
연주가 이모가 들어간 방을 쳐다보며 입술을 삐쭉하고 내밀었다.
\"저녁은 먹었니?\"
\"언니가 볶음밥 해줘서 먹었어.\"
엄마가 없어도 동생을 잘 챙겨주는 큰딸이 대견스러웠다.
준석은 아무 것도 모르는 어린 딸들이 불쌍한 생각이 들었다.
‘어서 빨리 새 엄마를 ....’
구치소에서 그 동안 쌓였던 피로가 한꺼번에 몰려와 아이들 앞에서 눈을 껌벅거렸다.
\"아빠, 피곤하신가 봐요. 주무세요.\"
\"그래 아빠먼저 잘게. 너희들도 자거라.\"
연주의 말에 준석은 방으로 들어가 금세 곯아 떨어졌다.
다음날 일주일 만에 한의원에 출근한 준석은 모든 것이 새롭게 보였다.
약장도 그렇고 책상도 마치 기억 저편에 있었던 것처럼 낮 설어 보였다.
책상 위 메모지 꽂이엔 여러 통의 전화가 왔다는 것을 대신해주듯 쪽지가 소복이 꽂혀 있었다.
준석은 정신없이 쪽지를 들추기 시작했다.
그중 절반은 정인이 전화였다.
멍하게 책상 앞에 앉은 준석은 요숙이 앉아 있던 의자를 보자 가슴을 내밀고 요염한 자태로 웃고 있었던 그녀의 모습이 떠올랐다.
준석은 미스 최를 불러 책상 위치를 바꾸고 그녀가 앉았던 의자를 아예 치워 버렸다.
그는 그 날 하루 종일 요숙과의 일과 경찰서 유치장의 일이 악몽처럼 머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준석은 요숙이라는 여자에게서 뜻하지 않은 봉변을 당하고 나니, 자기를 무조건 믿어 주고 따르는 정인이가 더없이 소중하게 여겨졌다.
'마누라가 예쁘면 처가 집 말뚝보고도 절을 한다.' 는 옛말처럼 준석은 사랑스런 정인이를 알고부터 그녀 가족의 건강까지도 일일이 챙겨 왔었다.
날이 갈수록 정인을 향한 마음은 더 깊어만 가는데 요숙과의 사건으로 그는 정인에게 먼저 연락을 할 수가 없었다.
준석은 온종일 그녀의 전화를 기다렸다.
초췌해 보이는 준석의 모습을 본 간호사 미스 최는 따뜻한 인삼차를 끓여 원장의 책상 위에 갖다 놓고 나갔다.
퇴근시간이 임박해서 준석은 그녀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어머! 언제 오셨어요? 일은 잘 보셨어요?\"
정인은 그를 기다리고 있었는지 반가워했다.
그녀의 말투로 보아 아직 요숙과의 일을 전혀 모르고 있는 것 같았다.
\"응\"
\"지금 그리로 갈게요.\"
\"그래 전에 만났던 찻집으로.\"
준석은 전통차를 파는 곳이라 조금 한갓지다고 생각해서 그 곳으로 약속 장소를 정했다.
\"예, 지금 지하철 타고 갈게요.\"
그녀는 준석을 만날 때는 거의 지하철이나 버스를 이용했다.
준석이 바래다주는 시간만이라도 그와 같이 있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그녀와 나란히 앉아 손을 잡은 채 도란도란 얘기하던 정감 어린 때가 생각났다.
며칠 동안 철창 안에 갇혀 그녀의 다정한 모습을 얼마나
그리워했던가!
준석은 그녀가 실망하지 않게 어디서부터 어떻게 얘기해야 할지 고심하고 있었다.
일주일만에 만난 그들은 서로의 얼굴을 살피며 반가움의 미소를 주고 받았다.
\"왜 그렇게 얼굴이 안 좋아요?\"
\"정인씨도 그런데.\"
그들은 서로 바라보는 눈빛만으로도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준석은 해맑은 얼굴로 자신을 쳐다보고 있는 정인에게 실망시킬 얘기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도저히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저......\"
\"네?\"
준석은 찻잔을 괜히 들었다 놓았다 하며 망설이고 있었다.
\"우리 밖으로 나갈까?\"
\"예, 좀 답답하죠?\"
\"응\"
준석은 정인을 태우고 빌딩 숲을 빠져 나와 시원하게 터진 시골길로 접어들었다.
차 창문을 열자 노랗게 익어가는 벼 냄새가 물씬 차안으로 들어왔다.
준석은 정인과 차에서 내려 바람 부는 논둑으로 걸어갔다.
작은 수로에 물이 흐르다 멈춘 흔적은 결실의 계절임을 알리듯 구름 높은 건조한 기후를 느끼게 했다.
초가을 바람은 그들에게 시원하게 불어와 답답한 그들의 분위기를 씻어 내고 있었다.
준석은 정인이 어깨를 가만히 끌어안고 팔에 힘을 주었다.
조금 얇은 듯한 옷 위로 그녀의 따스한 체온이 느껴졌다.
참으로 오랜만에 느끼는 그녀의 체온이었다.
그런데 정인이 어깨가 조금 야윈 듯 어깨에 살집이 없었다.
벼메뚜기가 정인이 옷자락에 뛰어들어 앉자 정인은 놀라며 준석에게 더 가까이 다가앉았다.
준석은 그녀의 어깨 위에 힘을 주며 야윈 어깨가 안타까워 더욱 꼭 않았다.
“어깨 으스러지겠어요?”
그녀의 말에 너무 강하게 부등켜 않았던 팔을 풀었다.
준석은 허전한 마음에 그녀의 무엇인가든 잡고 있으면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 같았던 느낌은 어디로 가고 지금은 그녀의 건강에 무순 문제라도 생긴 것인지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어디 불편 곳은 없어?”
준석은 조심스레 물었다.
정인은 준석의 손을 잡고 하늘을 쳐다보며 흔들었다.
준석은 갑자기 가슴이 답답하게 차오르며 정인에게 무슨 말인가 하지 않으면 숨이 '탁' 막힐 것 같았다.
\"저... 말이야, 나 실은...... \"
정인은 준석의 더듬는 말에 고개를 돌려 쳐다보고 있었다.
\"나... 실은 외국에 안 갔었어.\"
정인은 어이가 없다는 듯 준석을 바라보며 웃음을 보내고 있었다.
\"그 말하는 게 뭐 그렇게 힘들어요? 어디에 갔으면 어때요. 일하시는데 방해하고 싶지 않아요.\"
정인의 대수롭지 않게 하는 말에 용기를 얻은 듯 그는 힘이 생기고 있었다.
\"저... 나 당신한테 고백할게 있어.\"
\"말씀 안 하셔도 다 알아요.\"
그녀가 알고 있는 것은 술 취한 요숙이를 모텔로 데리고 들어간 사건을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미안해, 정말.\"
준석은 고개를 떨군채 정인에게 사과를 했다.
\"실은 저도 고민을 많이 했어요. 실망도 했구요. 그런데...잊고 싶어요.\"
정인은 그가 요숙과 한 방에서 같이 잤을 거란 생각만 하면 그를 다시는 보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그를 향한 마음이 너무나 깊어 사랑이란 거대한 틀로 그런 것들이 가려져 버렸다.
그 일이 다시 거론되는 지금 정인은 그의 해명을, 아니 변명을 듣고 싶었다.
어쩌면 요숙이와 아무 일 없었다는 말이 듣고 싶었는지 몰랐다.
\"말씀 해 보세요. 그 날 아무 일 없었죠?\"
준석은 고개를 끄덕이고 정인의 표정을 더듬으며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내가 너무 세상 물정을 몰랐나 봐. 당신 친구라 도와준 것 뿐인데......\"
\"예? 뭘 도와 줬는데요?\"
정인은 그의 말이 무슨 뜻인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사고 났다고 해서 돈을 빌려 줬는데 글쎄 그런 일에 휘말릴 줄은 몰랐어.\"
\"아니! 휘말리다뇨?\"
정인은 준석이 점점 알 수 없는 말만 하고 있어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그의 입을 쳐다보고 있었다.
\"좀 전에 다 안다고 했잖아!\"
\"요숙이와 둘이 신촌에서 모텔에 들어 간 거요?\"
준석은 그 때서야 정인이가 전에 왜 냉담 해 했었는지 의구심이 풀리기 시작했다.
\"아, 그건 요숙이가 술에 취해 방만 잡아 주고 나온 거야.\"
\"그래요?... 정말요?\"
\"그럼 나를 의심하고 있었구나?\"
준석은 정인이가 그런 일로 자신을 의심하리라 곤 꿈에도 생각지 못했던 터라 당황하고 있었다.
그의 얼굴 표정이 굳어진 것을 본 정인은 다른 말을 하지 않으면 안될 것 같은 느낌에 금새 말을 꺼냈다.
“그럼 또 무슨 일이 있었어요?\"
\"그 사건은 모르고 있었군. 나......\"
\"넷? 사건이라뇨? 그게 무슨 말이에요?\"
정인은 눈을 똥그랗게 뜨고 준석을 뚫어지게 바라봤다.
준석은 그의 발치에 피어있는 노란 애기똥 풀에 시선을 주면서 요숙과의 사건을 말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왜 내게 연락을 하지 않았어요.\"
\"걱정을 할까 봐......\"
\"그게 무슨 말이에요. 당신이 곤경에 처해 있는 데 내가 몰라서 되겠어요.\"
정인은 준석이 그렇게 요숙에게 당했다는 말에 온몸이 떨려왔다.
그녀는 얼굴이 창백해지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어디 가려고?\"
\"요숙에게 전화하려고요. 어서 가요 도무지 분해서 견딜 수가 없어요. 어떻게 당신한테 그럴 수가 있어요.\"
정인은 파래진 입술을 깨물고 치를 떨고 있었다.
\"잊어 버려. 이젠 다 끝난 일인데, 그런 사람들과 상대를 안 하면 되잖아. 같이 맞서면 같은 사람이 돼.\"
\"네, 알았어요.\"
정인은 당장이라도 달려가서 그녀와 따지고 싶었지만 준석이 극구 말리는 바람에 자신을 진정시켰다.
그녀는 그동안 준석이 얼마나 노심초사했을까 생각하니 가뜩이나 마른 그가 더욱 안쓰러웠다.
정인은 준석의 가슴에 파고들며 그를 꼭 끌어안았다.
‘이렇게 여린 사람을......‘
그녀는 자신이 그를 더욱 보듬어 주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들은 새로운 마음으로 여행을 가기로 했다.
그녀는 몇일 동안 생활 할 수 있게끔 그의 속옷까지도 세심하게 준비를 했다.
그도 그녀를 위해 불편함이 없이 여행 코스를 지도에 그려 가며 서울을 기점으로 동해안을 들러 남해를 거쳐 서해안까지 일주 할 계획을 세웠다.
모텔이나 민박을 위주로 생각하지만 때로는 텐트에서 숙식할 예정으로 트렁크 안엔 그런 도구로 가득 채워졌다.
신나는 음악은 그들을 마냥 들뜨게 했고 앞으로 며칠간 있을 둘만의 시간을 생각하며 그들은 행복에 젖어 있었다.
차를 타고 가면서 정인은 준석의 한쪽 손을 잡거나 그의 허리춤을 잡고 있거나 했다.
무엇인가 그와 연결을 시키고 있어야 편안해지는 자신을 발견하고 그녀는 잠시도 그의 몸에서 손을 떼지 않았다.
그들이 첫번째 갈 곳은 강원도 설악산 뒤쪽에 위치한 상봉리라는 산골 마을이었다.
왼쪽으론 계곡 물이 흐르고 오른쪽엔 무성한 잡초가 우거져 있었다.
지도상으론 분명 마을이 있었는데 상봉리라는 마을을 찾을 수가 없었다.
인적이 없는 들길에 허리가 거의 90도로 휘어진 할머니 한 분이 지팡이를 짚으시고 걸어가고 계셨다.
준석은 차를 세워 상봉리라는 마을을 물어 보았다.
마침 할머니가 상봉리에 사신다고 해서 준석은 모셔다 드리겠다며 차에 타시라고 했다.
정인은 짐들을 한쪽으로 겹쳐 치우고 간신히 할머니가 탈 자리를 마련했다.
“아이구 고마워요. 누구네를 찾나요?”
“짝다리네요. 아세요?”
“동네에서 조금 떨어져 있는데 마음씨 착한 사람이요.”
“할머님은 언제부터 허리가 굽으셨어요?\"
“한 10년은 됐다우.”
“불편하시겠어요.”
“한번만이라도 허리를 펴고 걸어 봤으면 소원이 없겠는데......\"
할머니는 한스러운 표정으로 앞자리 의자 등받이를 잡고 앉아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준석은 할머니를 힐끗 돌아보았다.
할머니 이마에 진 주름을 보니 외할머니 생각이 났다.
할머니는 허리를 굽힌 채 불편한 몸으로 어쩌면 딸네나 아들네를 다녀오시는 길이라 생각했다.
‘우리할머니도 저랬는데......’
준석은 잠시 만이라도 할머니의 소원을 풀어 드리고 싶었다.
\"할머니! 허리를 펴고 걷고 싶으세요?\"
\"그럼 한번만이라도 가슴을 펴고 걸어 봤으면......\"
할머니는 긴 한숨을 내 쉬었다.
준석은 정자나무가 있는 길 한쪽에 차를 세우고 할머니를 돌아보면서 말했다.
\"할머니 제가 허리를 한번 펴 드릴까요?\"
\"아니, 젊은이가?\"
정인은 놀란 표정으로 준석을 쳐다보며 말했다.
\"정말 펼 수 있나요?\"
댓글 1개
정승원
2016. 07. 14. 오전 01:18
읽다 보면 재미져서 금방 끝나 버리는 아쉬움에 빠집니다 선생님!!! 너무너무 재미납니다 다음 편도 속히 부지런히 올려주세요 건강하시고 오래오래 백 수 까지 우리 곁에 계셔주세요 존경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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