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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화목 (제29편)

김병국 2016. 08. 02. 오후 0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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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어머니는 자식이 뭔지 외손녀인 주연이 때문에 참고 살아야 한다고 수차래 딸에게 타일러 왔건만 지금의 심정은 그렇지만도 않았다. 그렇게들 좋았으면 왜 진작 어떠한 결정을 못 내렸는지, 그녀 어머니도 마음이 아팠다. 준석은 그녀의 어머님께 자신이 치료 해 보겠다고 보채듯 계속 말씀을 드렸다. 그녀 어머니는 가족들과 의논을 해 보겠다며 무릎위에 한 손으로 짚고 자리에서 일어나셨다. 준석은 그녀 옆에서 통증이 올 때 마다 온몸을 쥐어짜는 듯한 정인의 고통스런 표정을 보며 그의 마음은 바싹 바싹 타고 있었다. 한편 정인의 집에선 남편 경철이와 부모님 그리고 여동생과 작은아버지가 거실에 둘러앉아 가족회의를 하고 있었다. 다른 가족들은 동의를 했으나 경철은 극구 반대를 했다. \"죽어도 전 동의를 못합니다.\" \"그럼 저렇게 가만히 누워서 죽음을 기다려야 한단 말인가?\" 그녀의 어머니는 경철에게 쏘아 붙였다. 경철은 벌떡 일어나더니 밖으로 나가 버렸다. 잠시 후 경철은 술병을 들고 들어와 이미 몇 병을 마셨는지 혀 꼬부라진 소리로 말했다. \"마누라 죽어도 얘들이 있잖아요. 절대 안돼요. 절대로......\" 경철은 술병을 들고 계속 나발을 불었다. \"자네 어디서 그런 행동을 하는 가 다시는 안 그런다고 해서 조카를 설득하여 이혼만은 막았는데 또 술주정이냐.\" 보고만 계시던 작은아버지가 경철을 꾸짖었다. \"놔두세요. 그도 사람인데 지금 제 정신이겠어요.\" 그녀 어머니는 경철이 안쓰럽기도 했다. 영인은 형부에게 다가가 언니를 한번 살려 보자고 설득하기 시작했다. \"그래요. 살려들 보세요. 암이 그렇게 쉽게 날수 있는 병인 줄 아세요. 이젠 저도 모든 게 다 끝장이라고요. 끝장.\" 경철은 중얼거리며 자리를 박차고 나가 버렸다. 중풍으로 거동이 불편하신 정인의 아버지는 경철의 행동에 '저놈, 저놈' 하시며 맥없이 손을 올리려다 떨구고 말았다. 그동안 준석이 그녀의 아버지를 치료하여 지금은 말이라도 제대로 하시게 된 그녀아버지는 준석에게 늘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계셨다. 어쩌면 준석이 사랑하는 딸을 살릴 수 도 있을 거라는 막연한 희망을 가지고 계셨다. 젊디젊은 딸의 죽음을 눈앞에 둔 그녀의 아버지는 맏딸이 너무나 불쌍해 눈시울만 적시고 있었다. 그녀 어머니와 작은아버지는 경철이의 그런 소란에 기가 죽었는지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계셨다. \"언니는 그 사람이 살릴 수 있어요. 아버지를 고치신 걸 보면 모르겠어요. 그 사람에게 보내야 해요. 그렇게 보고 싶어 했고, 그렇게 사랑했던 사람인데 이제라도 그 사람에게 보내야 해요.\" 영인은 가족들에게 눈물을 흘리며 호소를 하고 있었다. 한때는 준석을 못마땅하게 생각하고 만나지 말라고 까지 말렸던 그녀지만 언니가 죽어가면서 까지 그를 찾는 걸 보면 그들은 진정으로 사랑했던 것이라고 생각했다. 영인의 설득에 식구들의 의견 일치를 했다. 잠시 후 영인과 어머니가 병실로 들어왔다. 영인은 준석에게 다가와 고개를 숙여 인사를 했다. \"저번에 전화 드렸던 동생예요.\" 영인은 준석을 바라보며 그에게서 풍기는 인품에 몸가짐을 바로 했다. \"예, 알고 있습니다. 전에도 한번 찾아오셨지요. 김준석입니다.\" \"그땐 화가 너무 나서 정말 미안했어요.\" \"괜찮습니다. 언니를 위해서 한 일인데요.\" 그녀의 어머니는 준석에게 다가와 말을 했다. \"애들 아버지는 지금 병중이라 오시지 못했어요.\" 영인은 눈물을 글썽이며 준석에게 부탁을 했다. \"언니를 살려 주세요. 어니는 자나 깨나 선생님 얘기만 했어요, 선생님 옆에 있으면 나을 수 있을지도 몰라요. 언니가 죽어가면서도 선생님을 찾았을 때 우리 식구들은 모두 울었어요.“ 영인이의 말에 모두 말문을 닫고 정인이만을 처다 보고 있었다. \"네, 최선을 다 해 보겠습니다. 미천한 저에게 맡겨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아닙니다 오히려 저희가 고마운 일입니다.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녀는 언니처럼 상냥했으나 언니보다 훨씬 더 이지적인 모습이었다. 그녀 어머니는 준석에게 한 가지를 약속 해 달라고 했다. \"딸 얘 병이 다 나으면 꼭 집으로 보내 주세요.\" 정인의 어머니는 딸자식을 가진 죄인으로서 몸 둘 바를 몰랐다. 준석은 잠시 눈을 감았다. 그는 그 동안 정인의 행복을 위해 그 많은 고통을 참아 왔는데, 정인이만 살릴 수 있다면 무슨 약속이든 못할게 없었다. 그녀가 살아만 준다면 그 후는 어떠한 일이 일어나도 그는 감수 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좋습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내 딸을 살려 주세요. 선생님을 믿겠습니다.\" 그녀의 어머니는 눈물을 글썽이며 준석의 손을 꼭 잡았다. 준석은 정인이가 만일 살아만 준다면 약속을 꼭 지킬 것이라고 자신에게 재차 다짐했다. 준석은 영인에게 퇴원준비를 해 달라고 부탁하고는 경동시장으로 향했다. 준석은 이것저것 닥치는 대로 약재를 구입하고 특히 암에 좋다는 약은 다 사들여 차안으로 하나 가득 실었다. 동사무소에 가서 인감 몇 통과 위임장 등 재산을 분배할 수 있는 서류를 신청했다. 준석은 서류봉투에 인감도장과 통장등 기타 서류를 넣고 풀로 밀봉했다. 어느새 해가 지고 어둠이 깔릴 때 준석의 머리에 갑자기 한 분이 떠올랐다. 준석은 언젠가 침과 뜸으로 암을 치료하셨다는 한의사 아버님 친구 분을 찾아갔다. 그 분은 경숙과 결혼할 때 주례를 서 주신 분이기도 했다. \"아저씨, 안녕하세요.\" \"아니, 이게 누구야! 어떻게 지냈나.\" \"이렇게 늦은 시간에 찾아와 죄송합니다. 급하게 상의 드릴 말씀이 있어서요.\" \"무슨 급한 일인데 이렇게 서두르나, 자네답지 않게, 어서 이리와 앉게.\" \"실은 급한 위암 환자가 있어서요.\" 준석은 자리에 앉자마자 암(癌)에 대한 얘기를 꺼냈다. \"위암 환자? 전이된 곳은 없나?\" \"간과 폐에도 전이가 된 환자에요. 전에 말씀하셨던 뜸 요법에 대해 말씀 좀 해주세요.\" “글쎄...... 전이가 됐다면 힘들지 않을까?” 아저씨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아저씨 그래도 꼭 한번 해보고 싶어요.” \"글세...... 손 논지 오래돼서, 가만 있자 어디에 있더라.\" 아저씨는 자리에서 힘들게 일어서시더니 책장 속에서 낡은 책 한 권을 꺼내셨다. 그 책에는 사람의 모형이 그려져 있었고 각 혈(穴)마다 빨갛게 표시가 되어 있었다. 준석이 평소 보지 못했던 혈 자리도 몇 군데 보였다. \"이 책을 가져가게, 여기에 보면 참고표를 한 부분이 있을 거야 그것이 암에 좋은 뜸(炙)자리지 몸이 약하면 서너 장씩 뜨고 좀 괜찮으면 10 장씩 떠야 할 거야. 자네도 알겠지만 환자는 우선 심신의 안정이 제일 중요하네.\" \"통증은 침으로 다스리려 하는데 어떨 런지요.\" \"너무 오랜 시간을 유침 하면 안 될 거야, 환자들은 면역이 없으니 상황에 따라 간헐운침 (間歇運鍼)하게.\" \"될 수 있는 한 원리침 (圓利針)이나 호침(毫針)을 사용하고 대침(大針)과 장침(長針)은 피하려고 하는 데 다른 방법은 없을까요?\" “위암환자라 부드러운 침이 좋겠지 생각 잘했네. 요즘 수침(手鍼)이 급성에 잘 듣는다고들 하는 데 아마 통증에도 효과가 있을 거야.\" \"맞아요. 수침 이용해 통증을 가라앉힐 수 있을 거예요. 저도 몇 번 환자들에게 시도를 해 봤는데 효과가 있었어요. 또 다른 건 없을까요?\" \"아-참, 자네가 만들었던 손가락 과자 말이야, 그건 꽤 흥미가 있더라구 그걸 사용해 보게.\" \"예, 그건 단백질 공급과 면역에 좋을 거예요. 더 실험을 해 봐야 할 것 같아요.\" \"아냐, 콩은 우리조상들이 옛 부터 오랜 세월 여러 가지 방법으로 식용해 오지 않았나. 된장에서도 항암(抗癌)물질이 나온다고 하지 않던가.\" \"예 하긴 미생물이란 때로 아주 신비스런 물질로 변화를 일으키니 어쩌면 암 세포를 억제하는 물질을 만들어 낼 수도 있을 거예요. 언젠가 중국에서 털 두부라는 걸 먹어 본 적이 있어요. 두부를 곰팡이에 노출시키면 균사체가 자라나 마치 털처럼 부성 부성하게 자라서 털보송이 두부가 된 걸 그대로 얼려서 숙성을 시켜 만든 건데 아주 심한 냄새가 났었어요. 한국에선 곰팡이가 폈다고 다 버리잖아요.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냄새가 나중엔 입에서 땡기더라 구요. 참 이상했어요. 또 먹고 싶네요. 그 두부를 먹으면 겨울 내내 감기한번 안 걸린다고 그들은 그것을 귀하게 여기고 있었어요. 앞으로 미생물에 대해서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할 것 같아요.\" \" 자네가 한번 연구를 해 보게나, 미생물에 대해선 나도 알고 있는 부분이 있네 만, 항암 작용을 하는 미생물도 발견했다고 학회에서도 의견이 많았네.\" \"하기야 메탄 산화세균은 메탄을 먹고 살아서 인간이 만들어 낸 화학물질 오염도 분해를 한다니 미생물은 참으로 엄청난 힘을 가지고 있나 봐요. 우리 인간들도 자연의 굴레 속에서 살아가겠죠? “ “제명대로 살면 억울하지 않겠지만 병이 나서 죽으면 얼마나 비통하겠나.” “네, 그래요. 그래서 병을 고치려고 들 하잖아요. 시간이 나는 대로 계속연구를 해 봐야겠어요. 그리고 참, 그 때 드렸던 홍경천(紅景天)은 어땠어요?\" \"홍경천, 아! 잘 먹고 있었지. 그걸 먹으니 피로가 덜하고 힘이 생기는 것 같던데. 그 덕에 요즘은 조금씩 근육 운동도 하고 있다네. 환자가 소화만 시킨다면 그것은 아주 좋은 약 같은 데... 그런데 도대체 누군데 그렇게 열정인가.“ \"아는 사람이에요. 제겐 아주 중요한 사람입니다. 자세한 건 나중에 말씀 드릴게요.\" 암환자가 식사를 잘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약이 있다면 암은 정복할 수 있을 거란 결론을 내고 준석은 머릿속으로 한 가지 보안책을 생각하고 있었다. 특수 물질을 식물이 흡수 하게 농사를 지어 환자가 먹게 되면 몸에 기능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여 비정상적인 암세포를 소멸시킬 수도 있을 거란 생각에 이르자 주먹을 불끈 쥐고 이를 악물었다. \"아저씨 혹 무슨 일이 있으면 다시 찾아뵐게요. 그만 가 봐야 겠어요.\" \"잠깐, 저기 농 위에 깊숙이 있는 검은 상자를 좀 꺼내 주게.\" 준석은 책상의자에 올라서서 농 위에 먼지가 뽀얗게 뒤집어쓴 검은 상자를 내렸다. 아저씨는 준석에게 마치 무슨 밀담이라도 나누듯 그에게 소근 대고 있었다. \"저- 말이야, 이건 내가 30 년 동안 환자를 보면서 특효약만 적어둔 것인데 자네가 가져다가 많은 사람들을 살려주게, 도움이 많이 될 걸세. 난 이미 늙었고 또 내겐 하나 밖에 없는 자식이 저렇게 망나니니 이것을 지닐 사람은 자네밖에 없네.\" 아저씨는 술에 취해 곤드레가 되어 건너 방에 누워 있는 아들 용식이를 가리키며 계속 말을 이었다. \"부탁이 하나 있네, 용식이를 친동생처럼 잘 돌봐 주게나. 부탁이네\" 아저씨는 눈물을 글썽이며 준석에게 부탁을 했다. \"그런 부탁은 안 하셔도 전 늘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요. 참, 제가 술 끊는 약을 중국에서 가져 왔는데 그 약을 보내드릴게요. 용식이를 먹여 보세요. 효과가 있을 거예요.\" \"그래그래, 참으로 고맙네 엄마가 죽고 나니 저 자식이 저렇지 뭔가. ‘콜록 콜록’ 자식 한덴 엄마가 있어야 돼.\" 아저씨는 이제 연세가 많이 들어 해수까지 있으셨다. \"기침을 많이 하시네요. 약을 좀 져 드릴까요?“ “괜찮네, 그러지 않아도 약을 먹고 있는데 좀처럼 나가지가 않는구먼.” “제가 한번 져 드릴게요. 몇 년 동안 천식환자들을 치료했는데 효과가 신기하다며 의약품으로 만들어서 팔면 대박 난다고들 하는 약이에요. 한번 들어보세요. 좋아지시면 상비약으로 늘 지니고 다니세요. 제가 못 올수도 있어요. 사람을 보내겠습니다.\" “그래, 고맙네. 고마워......” 아저씨는 눈시울을 적시며 준석의 젊음이 부러운 듯 쳐다보셨다. “아저씨, 너무 상심하지 마세요. 용식이도 나이가 더 들면 철이 들겠죠.” “자네가 좀 도와주게. 그래도 자네말이라면 듣는 것 같던데.” “네 알았어요. 시간 나는 대로 들를게요. 저 이만 가봐야겠어요.” “......” 준석은 아저씨에게 인사를 하고 헌책 한 권과 검은 상자를 받아 들고 늦은 시간에 허둥지둥 집으로 돌아왔다. 골목 입구에 켜져 있는 가로등만이 그의 집을 지키고 있었다. 모두들 잠들어 있는 이 시간에도 하루살이와 나방이들이 가로등 주위를 퍼득거리고 있었다.. 준석은 불이 꺼져 있는 아이들 방문을 살며시 열어 보았다. 열린 문 사이로 거실의 불빛이 두 딸이 천진스럽게 자고 있는 얼굴을 비추고 있었다. 잠들어 있는 연주와 연지는 아빠의 이러한 숙명적인 일도 모르고 달콤한 꿈을 꾸고 있는 듯 했다. 그는 자고 있는 두 딸이 차 던진 이불을 덮어주며 중얼거렸다. '연주아! 연지아! 아빠는 너희를 무척 사랑한단다, 너희를 위해 이 못난 아빠는 사랑 없는 생활을 10 여 년 동안이나 참고 살아 왔단다. 그러나 이번은 다르단다, 아빠가 꼭 해결해야할 일이 생겼어요. 그 시간이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아빠는 가야만 한단다. 애들아! 미안하구나 정말 미안하구나 너희는 건강하고 또 이모가 있지 않니? 정인이 아줌마는 이제 보면 못 볼 수도 있는 아주 무서운 병에 걸려 있단다. 얼마 살수 없는 아줌마는 아빠가 너희들처럼 사랑하는 사람이란다. 너희가 커지면 아빠를 이해해 줄 날이 있겠지?' 준석의 눈엔 어느새 눈물이 고여 있었다. 그는 아이들 방문을 닫고 거실 소파에 앉아 처제에게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할지 고민을 하고 있었다. 중국에 가는줄 알고 있었기에 말없이 그냥 떠나는 것이 편하게 해 주는 것이라 결론을 내렸다. 방안에 들어와 머릿장 서랍을 열고 브롯지를 쳐다보며 잠시 아내 경숙을 생각했다. ‘당신이 아닌 다른 여자를 사랑해야만 하는 날 용서 하구려. 이번 일을 해결하고 당신에 억울한 죽음에 대해 밝혀내겠소.’ ‘그래요 기다릴게요. 저의 과거를 다 아시면서도 저와 결혼했던 당신을, 그 동안 제가 많은 잘못을 저질렀어요. 저의 냉담한 태도에도 꾸준하셨던 당신, 추운 겨울 늦게 들어와 찬밥에 김치와 김 몇장 놓고 식사를 할 때 반찬을 뺏어 버리고 했던 일들도 모두 용서를 빌게요. 그렇게도 화가 났을 일인데도 저에게 단 한 번도 싫은 소릴 안 하시던 당신. 저에 죽음을 꼭 밝혀 주신다면 당신이 다른 여자를 사랑하고 있는 것을 용서 할게요.’ 준석은 마치 경숙이 살아 있는 것처럼 귀신과 대화 하고 있었다. 준석은 암에 대해 연구해왔던 여러 가지 자료와 책 가지 등을 차안 가득 싣고 병원으로 향했다. 그녀 어머니와 영인이가 퇴원수속을 하고 있었다. 준석은 퇴원한 정인을 번쩍 안아 차에 태웠다. 너무나 가벼워진 그녀의 몸무게는 그의 마음을 한없이 슬프게 하고 있었다. 밝은 밖에서 보니 정인의 모습은 더욱 초췌하고 병색이 완연(宛然)한 말기 암 환자의 모습 그대로였다. 정인은 눈물을 흘리고 계신 어머니와 여동생에게 손을 흔들고는 넘어지듯 그대로 좌석에 쓰러졌다. '엄마! 이 불효자식을 용서하세요.' 그녀는 어쩌면 마지막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며 어머니에게 하직 인사를 하고 있었다. 한섭이가 무엇인가 신문지에 싼 상자를 가지고 왔다. \"준석아 이건 통증이 심할 때만 쓰도록 해. 좀처럼 할 수 없는 거야.\" \"고맙다. 한섭아.\" \"전할게 있다는 게 뭐야?\" \"참, 잊을 뻔했구나.\" 준석은 차에서 서류 봉투를 꺼내 한섶에게 건냈다. \"이걸 갖고 있어. 나중에 혹 내게 무슨 일이 생기면 이걸 열어봐.“ 준석은 비장한 각오를 한 듯 어금니를 지긋이 깨물며 시선을 떨구었다. “이게뭔데?” “나중에 알게돼.” \"선생님!\" 지혜는 가운을 입은 채로 준석을 향해 달려 나왔다. 그러나 지혜는 정인이가 차안에 누워 있는 것을 보고는 잠시 멈칫거리며 맘속으로 소리쳤다. ‘선생님, 가시면 연락처를 꼭 알려 주세요.’ ‘너무 걱정들 하지 말아요.’ 그들은 숙연한 자세로 마치 죽으러 가는 사람을 대하듯 측은한 눈초리로 말들이 없었다. ‘정인씨! 용기를 잃지 말아요.’ 지혜는 움직이는 차안을 들여다보며 무언에 인사를 했다. ‘고마워요. 지혜씨!’ 그들을 뒤로 하고 차는 ‘붕‘ 소리를 내며 멀어지고 있었다.

댓글 1개

정승원 2016. 09. 13. 오전 10:04

늘 감사한 마음으로 즐겁고 감명깊게 잘 읽고 갑니다 존경하는 선생님 건강하세요 두 손 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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