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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골의 속삭임

서흥식 2017. 06. 08. 오후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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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골의 속삭임


내가 X레이같은 눈을 가졌고, 
너도 X레이같은 눈을 가졌다면, 
나는 네 속을 꿰뚫어 볼 수 있고, 
너도 내 속을 속시원히 볼 수 있지. 

그렇지만 너무 잘 보여서 좋을까? 
과연 우리 마음이 통할까? 
난 네 입술을 보아야 키스가 하고싶고 
넌 내 눈을 보아야 내 맘을 짐작할 수 있지않아? 

기껏 보이는 것이래야 희미한 얼굴윤곽속에 
두개골과 눈구멍, 콧구멍, 옥수수같은 이빨과 
턱뼈 움직이는 것밖에 없지않아? 
그래, 좀 우습다. 그치? 

사실 난 이게 어려웠댔어. 
네 표정이 너무 잘 보이는 거있지? 
그리고 어려운게 또 있어. 
얼굴에 내 마음이 바로 뜨는 거있지? 

그래서 난 편해, 
재밌기도 하고. 
해골인 나와 해골인 네가 마주 보고 있는게... 
턱뼈만 벌어졌다 다물어졌다 하는게... 

네 얼굴을 볼 수 없으니 
네 말이 더 크게 들려. 
그리구 여긴 잡음이 없으니 
네 말이 더 또렷이 들려. 

난 내 맘을 들키지 않고 
네 말을 들을 수 있지. 
표정때문에 당황하지 않고 
네 말을 음미할 수도 있지. 

너도 그래? 
하긴 너도 좀 별종이었지. 
내가 이따금 얼마나 당황했다구. 
그렇지만 지금은 편해. 

아까부터 뚫어져라 보고있으려니 
네 얼굴이 보일듯해. 
너도 내 얼굴이 보이니? 
이제 키스해도 될까? 


서흥식. 2002.6.5.

댓글 3개

황태영 2017. 06. 09. 오전 07:02

오래전에 읽은 토마스 하디의 시 \"workbox\" (재봉함,빈짇고리함)를 떠올렸읍니다. 연인과 해골이 주는 특이한 조합 혹은 발상 탓일까요? ㅡ아래ㅡ https://allpoetry.com/The-Workbox The Workbox         Thomas Hardy See, here's the workbox, little wife,  That I made of polished oak.' He was a joiner, of village life;  She came of borough folk. (생략)

서흥식 2017. 06. 09. 오후 05:28

ㅋㅋ \"workbox\" 잘 보았습니다.

황태영 2017. 06. 10. 오전 10:33

그리고 떠오른 노래 1가지 더. \"솔밭 사이로 강물은 흐르고\" (https://www.youtube.com/embed/yj-0oYsPcfA)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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