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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산 천지

최다원 2017. 09. 05. 오전 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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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산 천지//최다원 얼마나 그리워했던가. 그 얼마나 사모했던가. 많은 시간을 그려보고 또 그려보았던 백두산 부푼 가슴을 안고 벼르고 벼르던 우리나라 민족의 명산 백두산 천지를 담으러간다. 종일 끌고 다니던 시간들을 정지시키고 빽빽한 일정들을 한쪽으로 잠시 미뤄놓고 망중한 달랑 하나만 손에 든 채 우린여장을 챙기고 떠난다. 지금은 장마철이지만 비는 그치겠지 구름도 물러나 주겠지 설마의 요행만 믿고 즐겁고 가벼운 발걸음에 기대와 희망으로 간다. 길 양옆으로 보모도 당당하게 빼어난 몸매의 소나무와 맑은 표정의 자작나무가 속눈썹을 치켜뜨고 도열한 백두산 가는 길 싱그럽고 울창한 자작나무는 어제내린 빗물에 깨끗이 씻어 해맑은 표정으로 손을 흔들며 반긴다. 맑게 갠 사이사이를 비집은 햇살이 나뭇잎사귀를 어루만지고 마중 나온 야생화가 그렁그렁한 눈동자로 간간히 윙크한다. 굽이굽이 산길을 돌고 돌아가는 길 버스엔진이 힘겨워 둔탁한 신음을 내 지른다 조금 늦게 도착한 매표소엔 인산인해의 인파위에 운필과 조형이 아름다운 (長白山)행서체 간판에 잠시 매료되고 일행은 셔틀버스에 올랐다 순간 올려다본 백두산은 고개를 무리하게 제켜야 눈 안에 들어올 만큼 웅장하고 높은 곳에 위치해 그 위용만으로도 벌써 압도되었다. 해발2744미터 정상엔 여름철에도 온도가 급격히 하강한다는 가이드의 안내에 따라 겉옷과 설레임을 준비하고 삼십 여분 오르막을 달려 오른 후 또다시 9인승 봉고로 갈아탔다 구불구불 구부러진 백두산 오르는 도로 저 길을 쭉 따라가면 천지가 있다 깎아지른 경사로와 S자 도로를 취한 듯 비틀거리며 힘겹게 오르는 봉고는 핸들이 좌우로 꺾일 때마다 몸의 중심은 이리저리 쏠리지만 애써 다시 중심을 잡았다 눈앞에 펼쳐지는 높고 드넓은 위용에 우리 모두 한입으로 감탄사를 토해내며 이 광경을 하나라도 놓칠세라 분주히 동공을 확장하며 눈동자를 굴린다. 겨우 땅에 바짝 붙어 피어있는 온갖 야생화들 모진 환경 탓일까 잎도 줄이고 줄기도 낮추고 애써 미소 짓는 애잔한 꽃잎들이 바람과 함께 눕고 바람 따라 흔들리며 모진 한파를 견디고 있다 백두산정상 가까이 오를수록 탄성은 합창이 되고 탄식 같은 감탄사는 폐부 저 밑 쓸개에서 올라온다. 처음 보는 경치와 새로운 풍경 이채로운 체험은 오늘을 놀라움과 감탄으로 즐거움과 환희로 또 숨 가쁜 격정으로 승화시켜 발효를 거듭하고 있었다. 모두 이 절경들에게 영혼을 빼앗겨 하늘의 변화도 잊은 채 우린 정상에 도착하고 떨리는 가슴을 데리고 천지를 향해 스텝바이스텝으로 발걸음을 내딛었지만 저 멀리서 눈치 보며 배회하던 먹구름이 어느새 이곳에 도착해 천지는 온통 뿌연 안개로 드리워져 있었다. 하늘과 하나 된 천지 거대한 구름기둥으로 하늘과 맞닿아 한치 앞도 분간키 어려운 미로에 갇힌 천지다 그토록 기원하고 밤새 염원하고 두 손 모아 머리 조아려 기도했건만 안개를 꼭 껴안고 갇혀 버린 천지에 말문은 꽉 막히고 혈압은 상승하여 우린 그저 우두커니 장승이 되여 낙심할 때 눈가에 촉촉한 액체가 슬며시 고여 왔다 무심한 시간은 덧없이 흐르지만 그저 암벽 사이를 이리저리 배회하며 천번만번 마음으로 그려 이미 가슴에 화인처럼 각인된 천지 사진을 슬며시 데려와 오버랩이라도 시켜본다 눈가가득 생성한 촉촉한 실망은 점점몸집을 키우고 발밑에 구르는 돌가루만 바스락바스락 신음하며 몸을 뒤집는다. 제발 보여 달라고 내지른 외마디 독백은 세찬 바람 속에 메아리로 돌아오고 오리무중 천지는 표피가득 오돌 도돌 솟아오른 안타까움을 무시해버리고 간절했던 기원을 다 떼먹어 작은 돌멩이를 집어 살며시 던져본 돌멩이마저 집어 삼키곤 그저 침묵으로 일관했다 철모르는 세찬바람은 꼭꼭 눌러쓴 모자를 무자비하게 가져가려하고 머리카락을 마구 희롱하더니 옷깃을 잡아끌고 우비를 찢어 구멍을 내버리곤 어서 내려가고 다음기회에 다시 오란다. 발뒤꿈치에 끈질기게 매달리는 아쉬움과 허전함 그리고 실망이 자꾸 몸집을 불리며 키를 키울 때 뭉클하며 올라온 이 덩어리는 무엇일까 하늘과 맞닿은 천지는 말이 없고 세포마다 가늘게 전율하는 절규를 천지로 보냈건만 돌아오는 건 모진 바람 속에 삼켜진 메아리뿐 차마 떼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돌렸다 다음을 기약하며................

댓글 4개

사색의향기 2017. 09. 05. 오전 11:10

정말 많이 안타까웠겠네요. 다음에 꼭 보시기를 바랍니다.

문희 2017. 09. 06. 오전 07:37

저도 오늘 백두산 천지에 올랐습니다. 백두산의 자작나무, 야생화, 돌맹이까지 자세히 보면서, 맑은 천지의 절경을 그리면서.. 먼저 내려가십시오. 저 구름이 걷힐 때까지 기다려 보겠습니다. 그동안 여러번 백두산 등정을 간접경험 했지만 오늘은 직접 올랐습니다.

최다원 2017. 09. 07. 오전 08:41

정말 안타까워서 어쩔줄 몰랐어요 원망스럽기도 하구요 고맙습니다

최다원 2017. 09. 07. 오전 08:42

그랬으면 좋겠어요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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