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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사에 와서

박종영 2018. 05. 20. 오전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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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사에 와서


-박종영


산골 바람이 게으른 동자승의 늦잠을 깨운다
일주문 지나 고색이 짙은 대웅보전 앞에 이르니
단청 지붕의 모서리에 매달린 풍경(風磬) 소리 맑다
옥구슬이 부딪치면 저토록 청명한 소리를 낼까
그 소리 바람에 실려 와 아둔한 귓속을 후빈다
바람과 서로 스치며 간지러운 소리를 보듬어
백 팔 배 무언의 행자 가슴을 파고든다
왠지 부처의 앞에만 서면 마음이 찔끔 거려 아프다
어리석은 마음에 물든 탐욕을 비우고 내려놓으니
여기 참회로 앉은 자리가 극락인가 부처가 보이기 시작하고, 
법당 안 분향 내음이 헝클어진 머릿속을 맑게 한다
이승의 한은 저승에 가서 푸라는
자광 큰스님의 설법이 극락왕생으로 가는 길을 열어주고
산 중턱 불이산방의 댓돌에는 늦봄 한나절
샛노란 햇살이 무더기로 쏟아지는데,
산수국이 달덩이처럼 고운 그 아래
아스라한 천년의 고요를 감추고 묵묵한 산사,
어느 날에야 부처의 가르침을 깨우치고 산문에 들까?


* 佛紀 2562년 부처님 오신날에/photo by Hyun


 

댓글 2개

김민재 2018. 05. 24. 오전 09:55

마음을 편안하게 하고 욕심을 내려놓는다면 그곳이 바로 자신을 수양하는 곳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박종영 2018. 05. 26. 오후 04:16

해마다 부처님 오신날에는 마음의 정진을 애써보지만 그날이 지나고 보면, 마음에 채워지는 것은 일상의 욕망이 가득합니다. 그래서 평범한 자리가 우리의 자리라고 생각합니다. 정겨운 글로 찾아주시어 감사합니다.건승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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