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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염의 위엄과 명예

박종영 2018. 06. 09. 오전 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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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염의 위엄과 명예


- 박종영 


어느 병원 중환자실 생과 죽음,
빛바랜 이승의 갈림길에서 
진정한 표정으로 창백한 중환자들,
그들의 마지막 소원으로
덥수룩한 수염을 깎기 위한 무표정한 면도날을
거머쥔 간호사들의 눈빛에서
인자한 이별의 눈물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어린 시절 어느 아침, 거울 앞에서
거뭇한 수염의 얼굴을 면도하는 아버지의
모습을 떠올리면 신기하게도 면도가
지나가는 자국마다 콧수염의 위엄이 명예롭게 살아나
아버지 당신이 남기고 간 인자한 웃음이
오늘따라 그리움으로 빈 뜨락을 채워주고 있습니다
수염은 사람을 초췌하고 초라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수염도 잘 가꾸고 다스리면 위엄과 명예를 상징함으로
돈 안 드는 소중한 장식이 되기도 합니다
누구나 수염을 기르고 깎으면서 잘라낸 만큼 성장합니다
어느 날 내 수염도 간호사의 면도날에 
마지막 이별로 깎이는 날이 있을 것인가 싶어
오늘 아침 거울 앞에 앉아 위엄 있는 수염의 명예를 위하여
가장 정성을 쏟아 깎아내는 지금,
바라보는 얼굴이 참으로 경건한 시간으로 소중합니다


댓글 4개

문희 2018. 06. 11. 오전 10:06

아침에 면도하면서 오늘 하루를 잘 지내도록 다짐하는 시간으로 삼아야겠다고 생각하였습니다. 보통 조심하면서 면도하지만 이젠 사상적 무장(?)을 해야 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박종영 2018. 06. 12. 오전 11:17

위엄있는 수염의 명예를 위해서 옛 어른들은 그토록 긴 수염을 하고 의관을 정제하였던것 같습니다. 그래서 면도는 수염의 다스리는 아름다운 칼인가 봅니다. 앵두가 붉게 익어가는 유월입니다. 함께한 시간 감사드리며 늘 즐거운 시간 되십시오. //

김민재 2018. 06. 12. 오후 01:40

얻는 것도 힘들지만 유지하고 관리하는 것을 게을리 하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을 들게 하는거 같습니다.

박종영 2018. 06. 13. 오전 08:34

얼굴의 위엄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수염의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말에 공감을 갖습니다. 함께한 시간 감사드리며, 즐거운 시간 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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