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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이야기(The Story of Movie)
영화 이야기(The Story of Movie)
백 원 순
내가 태어난 섬마을은 하늘과 넓은 바다 그리고 철 따라 찾아오는 새들이 사람들처럼 옹기종기 모여 사는 곳이어서 문화적 혜택이 많지 않은 고향이었다.
내가 어릴 적 받은 학교교육 외 문화적 혜택이란 할아버지 집에 가서 라디오를 듣는 것 하고 아버지께서 어촌계장을 하셨기 때문에 매주 우체국 아저씨가 배달하는 ‘서울신문’이었다.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신문에는 많은 기사거리가 있었지만 나는 그 중 ‘연재소설’란을 자주 읽곤 하였다. 여자 주인공이 피치 못할 사정으로 탐욕스러운 남자에게 순정을 내어 주는 장면에서는 홀로 분개하여 한탄을 하곤 하였다. 세상을 모를 때의 섬 소년의 생각이었던 것 같다.
섬에서 문화적 생활에 또 하나 빼놓지 못할 부분은 가끔 영화를 보는 것이었다. 이탈리아 영화 ‘시네마 천국(Cinema Paradiso)’에서처럼 고정된 극장이 있는 것이 아니라 영화를 상연하는 사람들은 말뚝과 천막을 가지고 와서 제방으로 인해 생긴 마른 간척지(뻘 바닥)에 말뚝을 박고 천막을 두르고 준비한 다음 각 마을로 다니면서 영화가 들어왔으니 보러오라고 확성기를 외치고 다녔다.
밤이면 마을 사람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영화를 보기위해 돈을 지불하고 천막 안으로 들어가 자리를 깔고 앉아 하늘엔 별이 보이고 바람에 흔들거리는 스크린의 주인공들의 이야기를 보곤 하였다.
여러 편의 영화 이야기가 있었는데 그 중에 기억에 남는 것은 무사들의 사랑이야기가 생각난다. 주인공 무사가 사랑하는 여인이 있었는데 주인공이 알고 있는 질투에 눈이 먼 다른 무사가 이들의 사랑을 방해하는 이야기였다. 할 수 없이 주인공과 사랑하는 여자는 이 다른 무사를 피해 깊은 산 속으로 들어가 농사를 짓기로 하고 행복하게 살아가는 데 이 질투에 눈이 먼 권력가 무사가 거기까지 찾아와 괭이로 밭을 일구고 있는 주인공을 칼로서 급습을 하는 데 주인공은 괭이를 들고 맞서고 사랑하는 여인은 안타까워 어쩔 줄 모르는 찰나에 필름이 끊겨버려 복구가 되지 않아 영화를 그만 볼 수 없게 되었다. 사람들은 돈 돌려주라고 불만을 터트리고 소리를 치니까 내일 두 편을 연속해서 상연하겠다고 공연하는 사람들이 약속을 하면서 애써 달래 보냈던 기억이 생각난다.
부모님에게 영화 비를 못 받은 아이들은 가끔 헐렁한 천막 밑으로 끼어 들어오다 잡혀 벌을 섰지만 영화 상연이 중반 쯤 넘어가면 들어 보내 보여 주곤 하였다.
바람에 일렁이는 스크린 때문에 가끔 신성일의 얼굴이 길어 보이고 코가 유난이 커 보인 게
일렁이는 스크린처럼 기억에 남는다.
댓글 2개
정말 영화같은 이야기군요. 빠른 변화에 우리의 사회, 문화, 사고 모두가 변했습니다.
삶이 다 영화 같고 소설 같은 데 관점(the point of view)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삶에 대한 평가가 여러 모습으로 이루어지는 것 같습니다. 문제는 삶에 대한 관점이 계속해서 한 소설의 장(chapter)이나 여러 형태의 소설 처럼 아니면 영화의 장르처럼 계속해서 변한다는 데 있는 것 같습니다. 좋은 말씀 고맙습니다. 즐거운 하루 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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