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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The Autumn)

백원순 2021. 05. 20. 오후 0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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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The Autumn)

                                                    백 원 순

 


 


 


시 복지회관에서

어르신들에게 영어를

강의하던 중에

시간이 남아

친척집 땅을 빌려

취나물 농사를 짓던 중

머물 곳이 마땅찮아

컨테이너를 놓고

강의를 마치거나

강의 없는 날에

아랫 시장에서 산 강아지 한 마리하고

지냈었다

 


그 강아지 이름은

그 해 가을

도토리를 줍다가 생각이 나

토리라고 이름을 지어주었고

한 3년 지난 후

토리가 어느 정도 큰

가을 어느 날 아침에

컨테이너에 갔을 때

컨테이너 앞 취나물 잎들 속에

어린 강아지 한 마리가

웅크리고 신음을 하며 떨고 있었다

털에는 더러운 때가 끼어 있었고

진드기도 달라붙어 있었다

급한 대로 커피포트에 물을 끓여

씻기고 나서 말린 후 자세히 보니

피부병 같은 습진이 두 발에 빨갛게 나 있었다

주인이 이 병 때문에

이 강아지를 내 거쳐 저 아래 어딘가 버렸는데

이 강아지는 토리 냄새를 맡고

어미인 줄 알고

수풀을 얼마나 헤매이다

내 숙소 앞까지 온 것 같았다

 


상처 부위를 사진으로 찍어

동물병원에 가서 보이고

약을 타다 바른 몇 달 후에

상처가 나았다

 


그 강아지 이름을

가을에 만났다 해서

가을이라 이름을 지었고

그 후 농사를 짓지 않아

그 컨테이너에서

토리하고 가을이 두 마리 개를 데리고

아버지께서 일구시던 땅에 데려다 놓았다

토리는 집을 지어 주었는 데

가을이는 얼마 전에 늦게

토리 집 옆에 집을 지어 주었다

그런데

가을이가 그 집에 절대 들어가지 않고

비가 와도 비를 그냥 맞고 밖에 서 있고

간식과 밥을 그 집 안에 넣어 주어도

몇 칠 동안 절대 그 집안에 들어가 먹지도 않는다

오늘도 비가 오는 데

비를 밖에서 그냥 흠뻑 맞고 떨고 서있었다

마음이 상해 화를 내다

간식을 내 손에 두고 먹이며

“가을아,

아빠가 가을이를 떠나지 않아

토리 형아 하고 가을이 너하고

오래토록 같이 살거야,

비 맞지 말고 집에 들어가고

밤에도 집에 들어가”

말했지만

마음이 씁쓸한 것은 무엇 때문인지 모르겠다

 


피치 못할 상황에서

동물이고 사람이고 버림 받을 수 있으나

버림받은 동물이나 사람의 마음에 상처가

가장 오래 남아 있는 것 같다

이 시간과 공간의 알 수 없는 현상 속에서

이해할 수 없는 많은 일이 일어나고

여러 가지 아픔을 격지만

그 중에 가장 큰 아픔은

버림받는다는 아픔인 것 같다

시, 공간 역학 작용의 지배에

물리적으로 남아있지 않다면

차라리 고통이 남아 있지 않을 텐데

버림받음의 아픈 마음의 상처가

시, 공간을 떠나지 않고

그 존재가 시. 공간에 남아 있는 동안

그 세월이 얼마나 될지 모르지만

외로운 밤마다 불쑥 나타나는

마음의 흉터처럼

그 존재에게

나타나지 않나 싶어

마음이 아프다

 


아픈 마음의 상처에는

어느 성인이 말했던 것처럼

시, 공간내의 존재와 존재로서

개체와 개체로서

이기적인 동정이 아닌

사랑이 최고의

치료약이 아닌가 싶다

 


 


 


 


 


 


 


 


댓글 2개

정채균 2021. 05. 20. 오후 08:29

저도 버림 받은 과거가 있습지요 지지리 못난 남자에게 동정을 느껴 사랑으로 바뀌었지만 결국 실연당했지요 이국만리에서 6개월 동안 못 먹고, 못 자고, 속을 썩히다보니 체중이 15kg 정도 빠졌는데 지금도 회복되지 않았답니다 환갑을 넘겼지만 아직도 사랑이란 치료약이 필요합니다 '가을이'에 어울리지 않는 개만도 못한 소설을 쓰는 것 같아 황송합니다.

백원순 2021. 05. 21. 오전 06:11

언제나 좋은 말씀 고맙습니다. 저는 시 복지회관에서 6 여년 가까이 어르신들에게 영어를 강의 한 적 있습니다. 건강하시고 행복한 나날 되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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