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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오래된 꽃의 궁전

박종영 2021. 08. 03. 오후 0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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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오래된 꽃의 궁전


-박종영-


팔월의 부드러운 햇볕은 연꽃과 눈웃음을 치고
물안개 분홍색으로 퍼지는 짙은 여름날,
흘러가는 바람도 사뭇 잔잔하게 환한 연꽃의 숲
물의 가장자리는 구름의 큰 거울이 된다.


연잎 그늘 아래 명쾌한 진흙의 손놀림이
뿌리에 혈관을 내고 숨소리를 고르느라 안간힘이다.


넓고 우람한 연잎 그늘은 사색의 보금자리,
피어오르는 백련의 호방한 향기를 탐하려는가?
바람은 한가한 시간으로 연꽃 가슴을 만지며 스쳐 가고,


아픈 기억을 묻어 굵은 매듭의 뿌리를 보듬으며
빛의 증거로 피워낸 신비의 꽃,
꽃잎 위에 떨어지는 비를 수정으로 토해내는 푸른 연잎들,
젖지 않게 품어 붉은 사랑으로 자비를 베푸는 관음의 꽃인가.


뿌리는 혼돈과 더러움의 상징이나 꽃의 몸은 정갈하여 으뜸이고,
향기 멀리 있어도 맑게 퍼지는 군자의 품행이거니
우뚝하고 깨끗해서 바라볼 수 있으나 희롱할 수 없는 꽃,
어찌 너를 두고 하늘 아래 옥황의 꽃이라 아니하랴.


팔월의 더운 바람은 향기의 기운으로 맑아지고,
소담한 연꽃에 입 맞추고 떠나가는
바람의 걸음걸이가 가볍게 휘청거리는 풍경의 나라,
가장 오래된 꽃의 궁전 회산백련지.



8월에 다시 읽는 시 / photo by 이화 사진가


댓글 8개

김민재 2021. 08. 03. 오후 02:22

꽃에도 이름이 있다면 그 이름을 더해 더욱 아름다워지는 것이 꽃의 매력인듯 합니다.

박종영 2021. 08. 03. 오후 02:27

8월에 피는 천상의 꽃, 白蓮과 紅蓮입니다. 가장 훈훈한 입김으로 불러모으는 진흙속의 천사 연꽃입니다. 감사합니다. 건승하십시오.

박동수 2021. 08. 04. 오전 10:41

뿌리의 환경이 추하다해도 그속에 살아있는 정결함은 어쩜 우리의 민초들의 마음일지 모릅니다. 아름다움과 순진함을 간직한 마음들에게 오늘의 곤혹은 정말 슬픔을 자아주는 것 같습니다. 무안은 무안 박씨의 종택이 있는 곳인데 후손으로 한 번도 못가 봤습니다 백련지의 폭넓고 화려함도 생각뿐이었네요. 수고 하셨습니다. 건강하시고 코로나의 변을 잘 이기시기 바랍니다.

문희 2021. 08. 04. 오전 11:08

연꽃과 대화를 하고 싶은 생각이 나는군요. 말 없는 가르침을 줄 것임을 기대합니다만 모두와 대화를 하고자 할까 조심스럽습니다.

박종영 2021. 08. 04. 오후 03:53

묵주같은 진흙속의 진주, 연꽃입니다. 이토록 절정인 8월에 너울대는 잎이며 곱게 하늘을 아우르는 꽃들의 궁전이 열리고 있습니다. 함께한 시간 감사드리며 무더운 여름 건승하십시오. 시인님.

박종영 2021. 08. 04. 오후 03:55

진흙속의 화려한 꽃, 연꽃입니다. 그 화려한 꽃봉오리처럼 세상이 둥글게 돌아갔으면 하는 바랩입니다. 8월이면 회산백련지의 축제가 거창하게 열리는데 지금은 코로나19로 열리지 않아 아쉬운 심정입니다. 감사합니다.

정채균 2021. 08. 05. 오후 12:01

가까운 시흥 관곡지에 가면 연꽃테마파크가 있답니다 연꽃은 더러운 물을 정화하여 어여쁜 꽃을 피워 낸다고 합니다 버릴 것이 하나도 없는 식물이라 귀하게 여긴다지요. 개화시기를 잘 맞춰가면 사진 촬영하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박종영 2021. 08. 05. 오후 02:55

검은 진흙탕에서 피어나는 정갈한 연꽃의 숭고함이 더위를 물리칩니다. 고고한 관음의 꽃으로도 숭배되는 꽃입니다. 무어둔 8월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더위에 건승하십시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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