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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상(The burn face)

백원순 2021. 10. 11. 오후 0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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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상(The burn face)

                                        백 원 순

 


 

 


삶을 살아 갈 때

옆에 있는 가족이나 사람이

지지리 못날 때

“이 화상아”

말하면서

너 가

이 세상에 태어나서

나를 힘들게 하느냐 하는 말을

자주 한다

 


나의 고향은

광양만에 있는 자그마한 섬

금호도이었다

내가 초등학교 때까지

전기가 들어오지 않았다

섬에서

그 누구보다 성실하신 아버지께서는

살아가려고

항상 부지런하게 삶을 사셨다

 


그 해

내가 초등학교 3학년 때 겨울

그 해에

우리 집의 김이 풍작을 이루어

동네 아버지 친구 분들이 모두

우리 집에 와서

김 작업을 도와 주셨다

 


어둠침침한 호롱불에서

마른 김을 셀 수가 없어

아버지께서는

휘발유로 타는

미국 제품인 불이 엄청 밝은 버너(등불)을

이웃 큰 섬마을에서 구입하여 오셨다

 


아버지 친구 분들과 밤샘 김 작업을 하시는 동안

아버지께서는 기분이 너무 좋으셔서

친구 분들과 술을 적당히 드신 것 같았다

그 버너에 휘발유가 떨어지자

나는 그때

초등학교에서 콜레라 예방 주사를 맞고 지쳐

그 김 작업을 하시는 어른들 틈에

그 것도

그 버너 옆에서 잠이 들었다

아버지께서는

그 버너의 주의 사항이 영어로 되어 있기 때문에

“Caution”

알 수 없었기에

그 버너를 완전히 불을 끄고

기름을 보충해야하는 데

불이 조금 타고 있는 데

휘발유를 그 버너에 보충하시다

불이 확 퍼져 버려

그 버너 옆에 있는

소주병으로 큰 병의 휘발유 세병까지

인화가 같이 되어

순식간에

그 조그마한 방이 불바다가 되어버렸다

 


나는

바로 그 옆에서 자다가

그대로 그 화마에 기절해버렸고

나의 큰집 동갑내기 누나는

그 안방 뒷문에 멀찍이 자고 있었다

그 방안에서 김 작업을 하시던 어른들은

불이 나자

모두 방을 급히 빠져 나갔고

나와 사촌 누나만

그 방에 남았었다

 


어머님이 몸을 피한 후

아버지께

“아들”하고 외치자

아버지께서는 그 때

그 불구덩이 방에 들어가시어

나와 그 사촌 누나를 양 옆구리에 끼고

데리고 나오셨다

 


마루에

나를 세워 놓았을 때

나는

의식이 거의 없었다

눈도 떠지지 않았고

어둠 속에

사람들의 웅성거리는 소리만 듣다

기절하였다

다시 깨어 보니

익숙한 냄새가 느껴져 보니

큰 집 할아버지 할머니 안방이었다

또 기절하여

한 참 후

얼굴에 차가운 바람이 느껴져

의식을 좀 차려보니

섬진강하구 나룻배 안이었다

다시 기절하고

시간이 많이 흘러

 


나는

어느 병원 수술실 침대에

사지가 묶여 있었고

의사들은

마취도 없이

나의 얼굴에 그을린 피부를

마구 뜯어내어

너무 고통스러워

수술실 조그만 창문으로

울면서 바라보는 사람이

어머니라고 알고

어머니 이름만 부르다

그대로 기절하여 버렸다

 


오랜 시간이 지나

깨어 보니

어스름한 저녁이었고

할머니께서

내 옆에 고통스러운 모습으로

나를 지켜보고 계셨다

그 때

성당인가 교회에서

저녁 예배 종소리가 울렸다

내가 깨어나자

할머니께서는 안도의 숨을 내시고서는

성당에

기도드리러 가신고 하셨다

할머니는 전통적으로

가문 있는 유교 집안 출신의 사람이신데

그 때

처음

성당에 기도드리신다고

가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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