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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눈 오는 날의 여백

박종영 2021. 12. 20. 오후 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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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눈 오는 날의 여백

 
-박종영-

북국의 나라에서 이 겨울
첫 손님으로 찾아와 내리는 눈발,

초설이다 그래서 첫눈은,
초경 치른 소녀같이 상큼하고
새침해서 흩날리는 기품도 상냥하고 수줍다

경계가 없는 하늘아래
스스로 녹아내려 깃대없는 이정표를 꽂으며
메말라 푸석한 잡풀이거나 덤불 속이든
사그락대며 마른 잎에 부딪히는 둔탁한 아픔을 듣는다

지난 밤  방탕한 내 명정(酩酊)의
여백 사이를 헤집어 파고드는 첫눈의 속삭임,
아픔을 참으라는 다그침의 소리다

지금, 그 아픔을 치유하는 방법을
찾아내는 일이 시급한데
그리움 같은 첫눈의 순정이
몸을 녹이며 눈물되어 흩날린다.

 
 

댓글 6개

김민재 2021. 12. 21. 오전 11:53

눈내리는날은 왠지 모를 경건함과 고요함이 괜시리 느껴지는거 같아요.

정채균 2021. 12. 21. 오후 02:01

방탕한 마음들은 아픔을 느끼지 못하고 속절 없이 눈싸움이나 하고 있으니... 첫눈에서 순정을 찾는 사유함이 아름답습니다.

박종영 2021. 12. 21. 오후 02:38

눈이 안오는 겨울이 과연 아름다운가 싶습니다. 계절의 조화가 사람을 다스리고 있습니다. 첫눈은 더욱 눈부시어서 아름답고, 괜한 분망함이 옛날로 돌아가지요. 고운 말씀 주시어 감사합니다. 건승하십시오.//

박종영 2021. 12. 21. 오후 02:41

사그락 되며 내리는 첫눈은 사랑입니다. 깊은 겨울밤 봉창문을 스치는 눈발의 여운도 곧 낭만입니다. 사계절을 사유하다 보면 모든것이 버릴것이 없어서 우리가 자연에 의지하며 성장하고 있음을 자백합니다. 정겨운 글 주시어 감사드리며, 저무는 한 해, 12월의 시간, 소중한 보람이 있으시길 빕니다.

박동수 2021. 12. 21. 오후 09:21

세월의 마지막 달 사그락거리는 눈의 소리에 아픔을 느끼는 순정이 그래도 남아 있음이 아름다운 사랑임을 알게 하는 글 잘 읽고 느낍니다. 12월 어떤 모양이라도 보내는 마음은 슬프기도 하는 게절입니다. 한 해를 또 보내며 항상 같이 하여 주신 박시인님께 감사 드립니다.

박종영 2021. 12. 22. 오전 11:30

오늘은 冬至날입니다.기나긴 동지의 밤이라고 했습니다. 동지 팥죽을 먹으면 한살을 먹는다고 합니다. 그리고 2021년도 이제 9일밖에 안남았습니다. 지나온 일년을 어떻게 살아왔는지 분간하기 어려운 시기에 마음의 지혜가 혼돈으로 버겁습니다. 올 한 해, 박시인님의 큰 배려가 희망을 주었습니다 거듭 감사드리며 건승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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