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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장(輓章)
만장(輓章)
백 원 순(白 元 淳)
아버지께서 돌아가신지
2여년이
되어 간다
내가 섬에서
중학교까지 다니면서
살 동안
한 밤 중에
소변이 마려워 마루 끝에 설 때
어느 집 지붕에서
혼불이 하늘로 올라가는 것을 보고
기겁하여
방으로 들어오면
다음날 아침
아버지께서는 아무런 말씀도 없이
벼루와 먹 그리고
크고 작은 붓들을 준비하셨다
동네 아이들은
연장자 순으로
붉은 천에
아버지께서 쓰신
검은 먹물에 하얀 밀가루를 뿌린
만장((輓章)을 앞세우고
크고 작은 조기(弔旗)들을 들고
상여 뒤를
아무것도 모른 채
뒤 따라갔었고
붉은 천의 큰 만장이
관에 덮여 흙으로 메워지면
조기의 크기에 따라
용돈을 받았었다
지금 생각하여 보면
아버지의 한자 서체는
그렇게 뛰어난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조그마한 섬마을에서는
뛰어나셨던 것 같다
아버지께서 쓰셨던 만장의 한자들은
지금도 알 수는 없지만,
그 한자 서체의 만장을 관에 덮고
땅에 묻힌 섬 사람들이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는 것을
기억한다
댓글 1개
좋으면서 아름다운 언어는 사람의 마음과 몸을 위로하고 치유하여 주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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