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글

게시물 상세보기

청보리밭 비밀

정채균 2024. 06. 26. 오전 09:11
298



청보리밭 비밀

 


해거름 읍내 외가 다녀온 누나가

하얀 윗도리 풀물 들었다며 빨래하는데 눈이 퉁퉁 부었다

 


오전 수업 마친 막내가 오릿길 걸어 집에 오다가

싹쓸바람 지나지 않았는데 청보리 짓눌린

둥그런 자리가 눈에 띄어 엄마에게 말했더니

누가 숨바꼭질했나 보다 하며 아리송한 웃음 짓고

밭고랑 수풀 사이 숨을 수는 있지만

뒹굴어 망치면 안 되는 걸 아이들도 아는데

 


풀리지 않는 궁금증에 이튿날 그 자리 누워보니

하늘은 푸르고 풀 향기 가득하여 보리피리 부는데

장단 맞추는 뻐꾸기가 귀띔해 주지만 알 수 없다.

 


겨울 되어 배불러온 누이의 이상한 낌새에

자식 인연 끊겠노라 한바탕 소동 벌인 아빠는

아랫말 이장 아들과 혼사 치르려면 황소 팔아야 한단다.

댓글 4개

박종영 2024. 06. 27. 오후 02:38

60년대 시절, 시골에서는 순회 영화사가 소재지에 와서 영화 상영을 하면 어김 없이 근방에 사는 청춘 남녀가 모여 들었지요 그리고 다음날 부근 보리밭 한 가운데가 동그랗게 눕혀져 있었습니다. 그 자리 사랑을 속삭이던 청춘 남녀가 숨가쁜 시간을 보내고 간 자리입니다. 청 보리밭 비밀의 시 잘 읽었습니다. 옛날의 추억을 소환해주어 감사합니다.//

박동수 2024. 06. 28. 오후 07:32

해방되기 바로 전 어지럽고 가난한 시절 내 몇 촌 형님이 그 시절 드문 하모니카를 구해서 신 나게 돌아다니며 여자 아이를 꼬시던 그 때 보리밭이 그의 무대 였는데 마침 권부자 집 따님을 꼬셔서 보리밭의 정을 들였다가 마을에서 쫓겨 나게 된 사연이 있다 그 여자를 대리고 만주로 도망가서 고생하며 대형 보일러 기술을 배워 해방 이후 귀국 어느 의과 대학 보일러실 과장을 할 때 내가 그 형님 댁에서 학교를 다녔지요. 얼마나 아름다운 스토리인가 우리 나리의 독특한 환경의 역사입니다.. 이런 이야기를 하면 꼰대가 됩니다. 정시인님이 꼰대의 이야기를 쓰고 있는 것이 되지요.ㅎㅎㅎㅎㅎ 잘 읽고 갑니다. 늘 건강 하시기를

정채균 2024. 07. 03. 오후 08:39

마을에서 오릿길 떨어진 우수영 시장 공터에 가설극장이 들어서고 영화비 없는 악동들은 차량 밑으로 몰래 침투 했는데 지붕 없이 천으로 둘러 쌓인 영화관은 밤하늘에 별이 총총 하고요 야심한 밤길 청춘남녀가 가다보면 보리밭 사건이 일어났습지요.

정채균 2024. 07. 03. 오후 08:45

키타도 귀했지만 일본 다녀온 어르신이 선물한 하모니카가 보물이었지요 저희 누나도 자전거 타고 막걸리 배달 오며 하모니카 불던 주조장 집 아들하고 연분이 났더랍니다 물론 보리밭이 아방궁 이었겠지요 과거의 추억을 먹고 사는 어찌할 수 없는 꼰대올시다.

댓글을 작성하려면 로그인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