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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입술

백원순 2024. 09. 13. 오후 0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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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입술

                                            백 원 순

 


 


 


가을이 시작되어

찬 바람이 저 멀리

서쪽 바다에서

불기 시작하면

 


섬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었던

우리집 밭들 중에 하나에는

밭가에는

수수대와 잎이 붉게 변하고

꽉찬 하이얀 수수는 고개를 숙였다

고구마는 붉은 황토 흙 속에서 살찌고

고구마 밭 이랑 사이로

푸른 콩들은

서로 다투어 가을를 반기었다

 


그 밭 아래

크나큰 소나무 숲이 있었고

밭일을 끝내고 그 송림 아래 길에서

휴식을 가지곤 했다

 


어머님과 나는

밭일을 끝내고 그 소나무 숲 아래 길에서

쉬는 동안

어머님께서는 가을이면

그 뻣뻣해진 진한 푸른 솔잎을 따다

위 아래 입술을 막 찌르시곤 하셨다

선홍빛 핏물이

뚝뚝 떨어져 황톳길에

붉게 물들곤 하면은

 


나는 그만 하시라 하곤

소리치면은

어머님께서는

썩은 피를 뽑아 내야된다고,,,

 


어머님께서는

그 섬의

추운 겨우내내

하이얀 창호지를

그 붉은 입술에

항상

붙이고 다니시곤 하셨다

 


지금도

나는 잘 모르겠다

어머님의 그 입술의

붉은 피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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