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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하루 / 박얼서

박얼서 2025. 03. 16. 오전 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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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하루 / 박얼서


땅끝에 내려

다시 또 작은 섬에 내려


일출이 하루해 스위치를 켜는 일이라면

일몰은 이를 잠시 꺼 두는 일이다


빈둥빈둥

지루하지 않게


역사를 만든 건 영웅들이지만

신화의 탄생은 동네 사랑방이었다


생각 숲에 들어

깊숙이 빠져들어


잠깐 아침을 뽐내는 나팔꽃이 있는가 하면

어둠을 갈망하는 달맞이꽃도 있다


분함도 미움도 없는

광야를 헤매다


겨우겨우

골목길 출구를 빠져나와


아직도 잠 못 이루는 시인이 있다

깊은 밤 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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