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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게로 / 박얼서

박얼서 2025. 05. 01. 오전 0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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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게로 / 박얼서 


우리 고장엔 견훤로나 태조로만 있는 게 아니다

온다는 '옹게로'

간다는 '강게로'

본다는 '봉게로'

 

언뜻 듣다 보면

어렴풋이 스쳐지난 이정표 같기도 하고

낯익은 도로명 같기도 하다

 

모르니까 '모릉게로'

그러니까 '긍게로'

 

옛 고향집 고삿길에서

문득 긍게로 할머니를 만난 것 같은

육자배기 가락 같은

디아스포라 모국어 같은

 

화들짝 반가움에 예스러움까지 더해져

내겐 그냥 편안함이다

 

아무튼

님께선 그날이 초행길였다니

혼란스러움에 은근스레 당황했을 터이다

 

그렇지만

뜻밖의 행운이었던 셈이다

 

쉽지 않은 사투리 진본을 만났던 거다

말이란 서로를 잇는 가교로서

의사전달의 발 빠른 소통로 아니던가!


그렇다, 삶이란 소통인 셈이다 

언어는 곧 국경과 인종을 뛰어넘는

수구지심 같은 애향심이다


방언이야말로

그 오랜 세월 동안 고향을 지켜온

자존심이자

심지 굳은 말의 색깔이었다


시(詩)도 문학도

토속어로부터 줄기차게 진화해 왔음을

되새겨 보는 오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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