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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키지 못한 약속

사색의향기 2013. 08. 27. 오후 0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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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의 끝자락에서 만나는
순백의 옥잠화(玉簪花)는 이름처럼
선녀의 눈부신 옥비녀를 닮은 꽃입니다.
피기 전의 모습이 비녀를 쏙 빼닮은 옥잠화를 볼 때면
아련한 어린 날의 풍경 하나 떠오릅니다.
나의 어머니는 이른 아침마다
거울 앞에 앉아 정성스레 머리 손질을 하셨습니다.
긴 머리를 곱게 빗어 쪽을 찐 뒤
값 싼 양은 비녀를 단정히 꽂아 마무리를 하신 뒤에야
식구들 아침밥을 지으러 부엌으로 나가곤 하셨지요.
어린 마음에도
어머니의 머리에 꽂힌 낡은 양은 비녀가 안 되어 보였었는지
어느 날 나는 어머니께
이담에 크서 돈 벌면 금비녀를 사드리겠는 허튼 약속을 했습니다.
어머니는 그런 내가 이뻐보였던지
당신은 금비녀 보다 옥비녀가 더 좋다며
나중에 커서 돈 많이 벌면 꼭 옥비녀를 사 달라시며
어린 제 머리를 오래도록 쓰다듬어 주셨습니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 군에입대하여 첫 휴가를 나왔을 때
어머니의 머리를 보고 나는 가슴이 철렁 내려 앉았습니다.
내가 군대 간 사이,
어머니는 긴 머리를 자르고 뽀글이 파마를 하신겁니다.
그렇게 해서 옥비녀를 사 드리겠다던 나의 약속은
영영 지키지 못할 약속이 되고 말았습니다.
옥잠화를 볼 때마다
추억 속의 옥비녀가 제 가슴을 콕콕 찔러옵니다.
혹시 그대에겐
아직 지키지 못한 약속은 없으신가요?
 
 
글.사진 - 백승훈

 

댓글 40개

백성동 2013. 08. 28. 오전 04:02

순결과 지조 ..위엄이 서려 있습니다

박소연 2013. 08. 28. 오전 05:50

좋은글 감사합니다.

김성근 2013. 08. 28. 오전 08:21

뜰에 핀 옥잠화..선녀의 눈부신 귀한 옥비녀를 다시 보고 또 보겠습니다...

김인숙 2013. 08. 28. 오전 08:36

글이 조금 간략했으면 더욱 빛날 것 같은 아쉬움! 사진 한 장 만으로도 함축한 멋이 있어야...

정낙민 2013. 08. 28. 오전 08:37

지키지 못한 약속이라고요? 허허허~~ 언듯 언듯 생각날 때 마다 가슴이 저려서 홀로 눈을 감곤 하지요. 이제는 모두 가버린 세월~~~ 자연은..조물주는 너무 완전하시어,때로는 잔인하게 느껴지는 건 ...저만 그런가요?

백승진 2013. 08. 28. 오전 09:21

우리는 살아 가면서 수많은 약속에 묻혀 살아가고 있습니다. 속도와 변화의 현대를 살아 가다보면 간혹 자신이 한 말이나, 약속을 잊고 지나칠 때를 종종 만나게 됩니다. 우리의 언행을 돌보고 세우려 할때 지난 일들에 내가 한 약속중 지키지 못한 것은 없는 지 돌아보는 반성과 회고를 곁들인 서서히 움직이는 움추림의 시간도 필요합니다. 내가 할 수 있는 선택은 언제든 내가 결정하기만 한다면 당장 가능하지만 상대방이 나의 선택을 언제까지나 기다려 줄지는 아무도 알수 없습니다. 현재, 지금, 옆에 있는 바로 그 사람에게 자신의 사랑과 아끼는 마음을 전하는 것이 그 약속을 지키기에 가장 쉬운 접근의 길입니다. 주위와 주변을 둘러보아 나의 위로와 위안이 필요한 사람이 있다면, 혹은 내가 한 희미한 기억속의 실오라기 같은 약속만을 희망삼아 살아가는 사람이 있다면 그들이 실망하여 포기하지 않도록 바로 오늘 그 약속을 실천하는 선택도 해 봅시다.

윤병천 2013. 08. 28. 오전 09:30

가슴이 뭉클한 글 참 감사합니다.

김창호 2013. 08. 28. 오전 09:54

저의 옛이야기 같아 잠시나마 어머님을 생각하는데 가슴과 코는 찡하고 눈시울이 뜨거워지네요.

남기원 2013. 08. 28. 오전 10:04

환갑의 나이에도... 어머니가 아닌 엄마 얘기만 나오면 가슴이 뭉클합니다. 우리가 아버지,아버지 하는 모습을 보면 부럽다고 말씀하시던 엄마... 지금은 누가 아버지, 엄마... 그런 얘기만해도 가슴이 아려옵니다.

허만옥 2013. 08. 28. 오전 10:08

옥잠화꽃님 참으로 곱고 예쁩니다~^.~ 백시인님의 향긋한 이야기에, 저의 가슴도 향기로와 집니다, 감사합니다~♬박수박수박수♬~ 오늘, 긴 생머리 나에게 옥비녀꽃님으로 우와하게 치장하면서 자연천사로 놀고 싶습니다♬~

장백 2013. 08. 28. 오전 10:29

허망하게 없어져 버린 약속이 되어 버렸군군요 그러나 작은 약속 일지라도 꼭 지키는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이정광 2013. 08. 28. 오전 11:15

옥비녀꽃(옥잠화)_ 가슴이 뭉쿨하여지네요. 나도 어렸을때의 어머니 모습이 아련하게 ........ 좋은글 감사합니다.

임미화 2013. 08. 28. 오전 11:19

찡~~ 합니다.

이은숙 2013. 08. 28. 오전 11:31

저의 생각과 같은 댓글에 공감을 표합니다. 그냥 하는 말이라도 지키지 못할 약속은 하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작은 것이라도 그 누군가는 희망을 가질 테니까요.

김덕식 2013. 08. 28. 오후 01:28

고맙습니다

김남희 2013. 08. 28. 오후 01:29

당신께 하고 싶던 많은 약속들이 공허한 울림으로 맴돌기만 하는 날입니다. 당신의 희생과 양보심은 어디에서 오는 것인지요? 좋은 것만 보여주고 싶은 당신..그립고 그립습니다. 오늘 더욱 더...

김현배 2013. 08. 28. 오후 03:08

지키지 못한 약속들이 우리를 이어주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유은주 2013. 08. 28. 오후 04:58

지키지 못한 약속들 많지요. 사연처럼 가슴 뭉클한 약속도 있지요 감사합니다

정남동 2013. 08. 28. 오후 08:03

좋은 글 감명깊게 읽었습니다. 약솟을 지키지는 못했어도 단정하게 보인 어머님의 머리가 더욱더 정겨웠을 것입니다.

김재창 2013. 08. 28. 오후 09:57

아름다운글에 옛추억이 뇌리를... 저 하늘에 계신 어무이... 죄송합니다..저도 약속을 못지켜 드려서요. 가슴 뭉쿨한 사연에 불효자는 웁니다

지월 2013. 08. 29. 오전 11:29

추억을 기억해 내며 피식 웃게하는 글입니다. 아직도 지키지 못한 약속은 아마도 죽을때까지 못지키지 않을까 싶습니다.

김정근 2013. 08. 29. 오후 01:22

눈물 머금은 추억입니다...

박진태 2013. 08. 29. 오후 05:34

어머님에 대한 따뜻한 추억을 되살리게한 글에 잠시 머믈다가 갑니다.

서용칠 2013. 08. 30. 오후 09:08

너무도 일찍돌아가신 어머니 그립습니다 내 어머니도 새벽과 밤에는 장독대에서 정한수 앞에서 합장하고는 절을하였지요 뒷모습을보면 휘어진 어께곡선하고 비녀가 눈에들어오던 어머니가 이제는 먼엣날 사람이되였습니다

김 인수 2013. 08. 30. 오후 11:42

좋은 글 감사 합니다

이석하 2013. 08. 31. 오전 12:04

옥잠화! 저의 집 정원에도 옥잠화 꽃이 있어 저도 좋아 하는 꽃인데 백승훈님의 글을 읽고 보니 옥잠화가 정말 옥비녀을 닮았군요.

유발레리아 2013. 08. 31. 오전 07:03

이른 아침 선생님의 글을 읽고 깊은 여운을 남기게 하는군요 하루 묵상 시간으로도 충분하구요 글과 그림이 주는 교훈이 얼마나 위대함을 다시 맘에 담습니다

김병철 2013. 09. 01. 오후 01:26

좋은글 감사합니다.. 특히 어머니이야기이니까 많은 생각이 나네요.. 효도해야죠..

이춘자 2013. 09. 07. 오전 09:36

사연이너무안타깝습니다 세월이편하게살도록 해주니 어머니께서도 편하게 사실려고 파마를하셨으니 좋은일이라 생각하시면 마음편하실것 같습니다.

황수용 2013. 09. 13. 오전 01:48

뽀글이 빠마가 우리의 많은 추억을 가져 갔지만, 그로 인한 또 다른 추억이 우리를 기억하게 합니다.

김성근 2013. 09. 16. 오후 03:32

오늘도 옥잠화를 보며 옥비녀를 생각 하였습니다...

전수랑 2013. 12. 13. 오후 12:58

슬픈이야기를 담고 있는 꽃이로군요..

송지오 2014. 01. 04. 오후 10:32

글 사진 감사합니다^^*~

서윤 2018. 03. 25. 오전 11:04

옥잠화를 볼 때마다 추억 속의 옥비녀가 제 가슴을 콕콕 찔러옵니다

림 2018. 03. 27. 오전 11:37

그렇게 해서 옥비녀를 사 드리겠다던 나의 약속은 영영 지키지 못할 약속이 되고 말았습니다

김산우 2018. 07. 02. 오전 11:45

거울 앞에 앉아 정성스레 머리 손질을 하셨습니다. 긴 머리를 곱게 빗어 쪽을 찐 뒤

자영 2018. 11. 14. 오전 09:18

나중에 커서 돈 많이 벌면 꼭 옥비녀를 사 달라시며 어린 제 머리를 오래도록 쓰다듬어 주셨습니다.

국 2018. 11. 14. 오전 09:28

내가 군대 간 사이, 어머니는 긴 머리를 자르고 뽀글이 파마를 하신겁니다

종 2018. 11. 23. 오전 08:13

그리고 세월이 흘러 군에입대하여 첫 휴가를 나왔을 때 어머니의 머리를 보고 나는 가슴이 철렁 내려 앉았습니다

김국환 2019. 01. 20. 오후 09:58

피기 전의 모습이 비녀를 쏙 빼닮은 옥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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