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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탁기
이동호 2005. 03. 29. 오전 12:00
8222
이동호 2005. 03. 29. 오전 12:00
8222
세탁기
이동호
아침부터 주인여자가 내게 빨래감을 쏟아 붓는다
그 중에 하얀 양말은 하루가 멀다하고 나를 찾는
VIP 고객이고 아이들 옷과 주인 남자의 속옷도
내 오랜 단골 손님이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주인 여자는 자신의 속옷을 내게 맡기지 않는다
(여자는 내가 손이 없다는 사실을 미심쩍어 하는 것이 분명하다)
어쨌든 나는 그들의 땀과 때를 꾸역꾸역 삼키며
몇 번의 헹굼을 지나 마지막 탈수를 시작한다
꼬이고 뒤틀려서 파김치가 되어버린
빨래의 눈물을 퍼 마시다 보면
문득 나는 이 집 주인을 빨고 싶어진다
주인 남자와 여자 그리고 아들 둘
그들을 한꺼번에 빨 수는 없겠지만
한 사람씩 내 안에 구겨 넣고
쉼 없이 드나드는 저 빨래 보다
마음이 얼마나 깨끗한지 확인하고 싶다
댓글 3개
♣초선이
2005. 03. 29. 오전 12:00
재밌네요..^^
은비녀
2005. 03. 30. 오전 12:00
저야말로 그런 세탁기와 만나고 싶어요......^^*
운영자
2005. 03. 30. 오전 12:00
설마.....우리집 세탁기는 아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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