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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맛 *

유민자 2005. 04. 19. 오전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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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 맛

   가슴 안에 숨어드는 봄 소리들이 꾸밈이 없이 선량하다. 신생아 첫울음을 닮아 신선하다. 봄볕이 인생의 참맛처럼 감미롭게 내 등을 포근하게 감싸 안긴다.  


봄날인 오늘, 우리 집 작은 뜰에는 제비꽃이 깔려있고 보랏빛 라일락은 꽃향을 뿜어낸다. 벚꽃과 산자두나무는 열매를 기다리는 동안 하얀 꽃 분홍 꽃들로 자신의 자리를 채워간다. 꽃이 지면 좁은 뜰을 비집고 앵두 산 자두 모과가 나무 가지 끝에 작은 열매들이 자랑스럽게 매어단다.
단장된 뜰은 축제의 신호탄을 올려 꽃향기와 빛깔들로 사람들의 눈길을 끌어들인다.
나는 잘 익은 자두가 툭툭 소리 내어 땅에 떨어질 때쯤 열매를 나누어 즐긴다.  내 앞뜰을 지나치는 행인에게도 주고 한바가지를 채워서 이웃에게도 나누어 준다 . 모두가 한 마음으로 웃는 낯빛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땅에 떨어져 껍질을 벌린 자두 그리고 이미 제 구실을 못하는 자두들은 아무도 치우려하지 않는다.  자주 빛으로 물들인 땅바닥에 인상만을 찡그린다. 눈짓이 나뭇가지를 올려보며 내 옷깃을 더럽힐까 내 머리위로 떨러질까 걱정한다. 행인들은 우는 낯빛으로 자신의 모습을 바꾼다. 피하는 몸짓들이 달지 않고 쓴맛이 난다.


가을 낙엽을 애송하던 감성은 어디로 사라졌을까? 자연에 대한 인간의 이기심이 열매단맛의 감사함을 쉽게도 잊는다. 갑자기 못난 모과 하나가 땅에 뒹구는 몸짓으로 쿵 소리를 낸다. 마음대로 일그러진 모과를 집어 겨울감기를 준비하며 채를 친다. 켜켜 꿀에 재운 모과 향으로 단맛을 키워나간다. 희망의 모습이 겨울날 모과차 한 잔 마시는 여유로 그려진다.  모가 난 마음들이 내 안에 성큼 들어와 기쁨으로 자리를 바꾼다.


  햇살이 우리 집 거실을 탐하는 봄날 오후, 시어른의 점심상을 보면서 즐겨하시는 반주로 앵두 술을 자랑스럽게 내어놓았다. '아버님 색이 곱지요? 집에서 담근 술이라서 정성의 단맛이 나요.' 술은 둘이 먹는다고 했던가?  너도 한잔 마셔보라는 말씀이  말속에 강요가 아닌 함께 하자는 술 문화의 재미가 묻어왔다. '그래 나도 한번 먹어보자' 예쁜 빛의 술이 나를 유혹했다. 첫 시작은 참신했다. 단맛을 느낀 반주는 행복감으로 손을 잡았다.


매년 붉은 꽃처럼 빼곡히 앉을 앵두 빛을 또다시 기대 한다 . 많이 매어 달린 앵두는 작은 나뭇가지에서 봄바람에 휘청거린다. 나는 가지마다 붉은 앵두 빛을 자랑하며 손을 타면 긴장을 하곤 한다. 잘 익은 앵두가 소나기의 굵은 빗방울에 떨어지기 전에 순간포착을 한다. 길들여진 손길은 씻은 앵두를 병에 담고 맑간 소주를 부어 효를 행하려는 숨은 사랑으로 술을 담근다. 앵두 술 빛이 일주일이 지나면서 붉은 빛으로 물들어 간다. 한 달여 지나면 신기하리만큼 앵두의 색을 몽땅 흡수한다. 앵두가 술 속에서 목욕을 물씬 한 듯 붉은 빛을 자랑한다.


작은 앵두는 스스로의 무게를 이겨내지 못해 가지 채로 꺾이기도 한다. 하룻밤 소나기로 온몸이 멍이 들어 자기 몫의 삶을 마무리하기도 한다.  1년을 지켜낸  슬픔이 땅에 떨어진 앵두에서 전해졌었다. 앵두는 하나의 실수로 많은 것을 잃는 세상 빛을 닮아 있었다.


뜰에 내가  숨어있는 듯 하다. 나는 마음을 열지 못한 꽃봉오리처럼  빈 마음으로 외로움을 타기도 한다. 작은 행복들이 주변을 서성인다. 새봄은 겨울 끝자락 외로운 빈 가지를 위로하듯 봄 소리들로 단비를 뿌린다. 부슬부슬 내려 천천히 땅을 적시는 이슬비가 기다려지는 오늘의 마음이다. 내일은좋은 생각의 열매가 주렁주렁 매달린 채 나의 실천을 기다린다. 새벽의 희망이 계절의 결실을 노래한다.


나는 얼음을 띄운 찬 맹물을 좋아한다. 어느새 맥주는 너무 시원하다며 운동 후 마시고 앵두 술은 색이 고와 마신다. 칵테일이 들어간 피나콜라다는 이름이 신기해 마셔보고 커피가 희석된 칵테일은 커피 향을 사랑해 마신다고 다른 이에게도 권해보기도 한다.


이제는 나도 인간관계의 술자리에서 사교라는 핑계로 옷을 입히고 마음의 변화에 한 잔의 술을 거든다. 혀 안의 감촉만으로 단맛 짠맛 쓴맛 신맛의 입안의 다양한 맛이 있다. 혀끝의 달콤함은 쓰디쓴 깊은 맛인 좌충우돌 넓은 시야 속의 쓴맛을 지나치고 싶어 한다.

봄나물인 씀바귀는 입맛을 돋우는 쓴맛인 단맛을 낸다. 특산품의 상징인 홍삼은 오묘한  쓴 맛의 조화로 기억 속의 추억을 많이도 닮아있다.


  나날 살이는 맛의 부드러움을 그리워한다. 주변의 흥청거림에 나를 방치하며 변화의 바람을 탄다. 평상심이 다양한 맛이 아닌 단맛만을 힐끔거리며 즐긴다. 한번도 안 먹던 술맛인 첫맛을 기억한다. 잠시 새롭게 길들여진 내 모습은 무심결에 나무 뒤로 숨바꼭질하는 동심일 뿐이다. 새봄이 생활인으로 검정 물 든 나의 모습에 화려한 단청을 입힌다. 세상살이에 멀미가 난 마음들을 거멀못 하나 꽉! 박아 중심을 잡는다. 


나는 미래를 향한 삶을 대비하며 신선한 공기를 가슴 안으로 빗질한다.




*참고 우리말 해석
  나날 살이- 한자어인 일상생활을 대체한  고운 우리말

  거멀못- 나무그릇 따위의 벌어진 곳에 박는 ㄷ자 모양의 못을 말한다. 
* 새 봄이 나를 이끄는 오늘 하루.  
  작은 나의 뜰을 바라보며 써내려 간 글입니다. 
  '새봄인 단맛'을 함께 느끼시기를  희망하는 마음으로 ...올렸습니다. 
  글/유민자


댓글 1개

은비녀 2005. 04. 20. 오전 12:00

봄 햇살아래서의 고운 단상이 오밀조밀 행복해 보이네요. 고운 우리말도 잘 익히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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