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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뼘소설] 어느 멋진 날.

화성인 2005. 05. 11. 오전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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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멋진 날

5월의 햇살은 지독하게 눈이 부셔서,
요즘 저는 밖에 나갈 때면 눈을 제대로 뜨지 못합니다.
나이가 들어서 더 그런가 봐요. 눈이 자주 시립니다.
그래도 좋아요. 얼마나 좋습니까.
눈을 감고 그 밝은 햇빛을 얼굴 한가득 담고 있노라면
꼭 제가 식물이 되어 광합성을 하는듯한 기분이거든요.


당신, 잘 지내고 있습니까.
천지가 생동하는 듯, 이렇게 맑은 날이면 더 당신 생각이 나요.
당신 계신 그 곳도 여기처럼 따뜻할까,
아니면 너무 좋은 곳에 계시기에
혹여 저를 잊지는 않으셨을런지.
후훗,  나이 예순에 참 소녀같은 말만 하고 있네요.
그래도 저, 당신을 처음 만난 순간의 그 순정
그대로 간직하고 있답니다.
어떻게 그러지 않을 수가 있겠어요.
당신, 참 다정하신 분이었지요.
당신이 처음 제게 선물로 주셨던 작은 시집,
책장 사이마다 꽃여있던 고운 들꽃들을
저는 잊지 못합니다.
밤마다 저를 품에 안고 '사랑한다, 사랑한다' 속삭여주던
그 숨결, 딸아이를 뱄을 때 기쁨으로 글썽거리던 당신의 그 눈빛을
제가 어떻게 잊을 수 있겠습니까.
그런데, 그 딸아이가 태어나기도 전에 먼저 가버리시다니요.
야속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심장이 터지도록 당신이 그립습니다...


아이고, 제가 왜 이러는지요.
오늘은 참 기쁜 날입니다. 당신과 내가 할아버지, 할머니가
된 날이니까요. 우리 딸 아이가 글쎄 딸을 낳았답니다.
예쁜 우리 손녀가 태어났어요.
당신도 아시겠지만, 우리 애가 그 녀석을 보자고 얼마나
애를 썼는지요. 나이 마흔이 다 되어서야 비로소 그 애도
엄마가 되었네요. 내가 가서 손이라도 잡아줬어야 했는데...
등이라도 토닥여줬어야 했는데...
아, 그러질 못했어요.
통화를 하는데 눈물이 나더이다.
딸아이가 그러더군요.
 '엄마, 나 엄마됐어. 고마워, 정말 고마워요 엄마.'
애를 낳은 건 저인데 왜 날더러 고맙다고 하는지요.
저도 그냥 고맙다, 했습니다.
수고 많았다, 했습니다.

...
저, 잘 했지요?
오늘 검사 결과가 나왔어요.
저, 조금 일찍 당신을 만날 수 있을 듯 합니다.
하루빨리 입원수속을 밟으라는 의사선생님의 말씀을 뒤로 하고
병원문을 나서는데 5월의 쨍한 햇빛이 아찔하여
그만 눈을 감아버리고 말았습니다.
그 빛이 꼭 제 얼굴을 어루만지는 당신의 손길인 듯하여
나도 모르게, 눈물이...

오늘은 참,
멋진 날입니다.

댓글 3개

정윤진 2005. 05. 12. 오전 12:00

날마다 멋진날 되소서... Have a goodday~

선달 2005. 05. 13. 오전 12:00

삶의 진솔한 내면을 보게되어서 왜인지 가슴이 따뜻해지는군요 늘 행복한 삶이 되시길 바랍니다

최인구 2005. 06. 13. 오전 12:00

짧은 글에서 반전을 모색 하시다니... 글 쓰는 재주가 보통이 아니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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