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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숨비소리 - ( 여름향기 ) *
숨비소리
바다가 나를 오라한다. 안개 낀 땅 밑 세상이 나를 보고 쉬러 오라 한다. 곧은 길보다는 조금은 돌고 돌아 세상을 보라한다. 물결치는 하얀 포말마다 상큼한 물 향기가 난다. 갈매기의 날개 짓에서 시원한 바람이 인다. 바람에 묻어 여름향기가 내게로 온다. 바다 물결마다 그리움의 끝자락이 아른거린다. 누군가 기억 속의 사람들이 나를 향해 고개를 든다. 나는 지금 바다 속으로 내려간다. 잠수함 속에 있다. 그러나 마음이 더 이상 가라앉을 잠수함을 타고 있지는 않다. 나를 태운 잠수함이 가슴에 마음고요를 풍선처럼 채운 채로 서귀포 바다 안으로 출발 신호음을 울린다.
바닷속의 길을 더듬어 따라 가려한다. 바다 밭이 땅 밭보다 편안하다는 생각을 한다. 작은 몸짓 하나에 평화로움이 묻어나는 제주도 문 섬의 바닷속까지 밀려들어간다. 잠수함에 탄 주인공은 아무런 생각이 없이 바보가 된 듯 아름다운 물 속 정경만을 본다. 자연의 황홀경인 물속은 아름다운 행렬만이 나를 유혹하며 땅위 세상을 잊게 만들어 준다. 문섬의 깊은 바다속 세상은 은빛 전갱이 떼도 이름을 알수없는 물고기들과 꼬리를 함께 흔들며 나를 반긴다.
물고기 꼬리에 흰점 있는 자리돔 물고기 떼가 보인다. 자리돔에 있는 꼬리의 반점은 누군가의 어망에 걸려 지상에 다달으면 일시에 사라진다고 한다. 나도 보내고 싶은 사랑의 마음들을 뒤집어 꼬리의 흰 점 따라 지상에 올라 몽땅 도망을 갔으면 하는 소망하나 지리 돔 물고기 꼬리에 매달아본다. 오늘이 흐르는 물결 따라 바다물결에 출렁인다. 물결의 흔들림이 나를 태우며 놀자고 달려든다.
영상/ 김상부님 -대화
숨비소리는 바다 속 해녀들이 바다 속에서 작업을 마친 뒤 수면에 올라와 참았던 숨을 한번에 내쉴 때 나오는 숨소리로 제주가 간직한 고요한 슬픔이라 한다. 휘파람 같은 숨쉬는 숨비소리가 모여 바다합창 되어 생명소리 들리는듯 하다. 마치 신비한 가녀린 새소리처럼 마음속 떨림 되어 퍼진다. 아름다운 소리들을 마음속으로 간직하고 싶다. 강인한 여성이자 어머니 그리고 제주의 딸의 상징인 해녀들도 보인다. 일렁이는 푸르른 파도를 물질하는 진짜 인어인 해녀가 사는 곳에 평화의 물결이 모여든다. 검은 인어들을 향해 기념물처럼 바라보는 세상 사람들의 시선을 느낀다. 연약한 여인인 해녀들은 삶에 항거하는 몸짓 되어 바다물질로 여름향기를 만들어낸다.
제주의 해녀들은 동해안의 가장 북쪽에 위치한 대진항의 해녀들보다는 많이도 행복하다. 분단의 아픔이 자리맺임을 한 우리나라의 특성상 대진항의 해녀는 자유를 잃는다. 아마도 대진항에는 북으로 향하는 간첩 위장을 염려한다고 하지만 경찰의 눈이 삼업하여 물질을 하려 배에 타면 인원확인부터 시작해 꼭 돌아와야한다는 시간자유도 잃는다고 한다.
제주해녀는 편한 자유가 느껴지는 행복으로 대진항의 해녀보다 자유를 사랑할까? 우리는 내자리에 편히 놓인 행복을 자주 느끼지 못한채 지나친다. 아마도 해녀는 힘든 물질만으로 아픔이 우선하리라. 해녀의 흥얼거림이 정성을 다 쏟은 후의 알수없는 허탈감으로 부르는 음률인 듯 내게로 들려온다.
이어도 사리 이여도 사리 너른마당
저승길 왓닷갓 닥 저승길 왔다 갔다 저승길 왓닷 갓닷...
마음의 답을 구할수 있으려나? 나도 한번쯤 구경하고 나오고 싶다. 노래 속의 저승길을... 짙은 바다의 신비에 싸인 낭만이 내게로 오는 듯 하다. 해녀들의 수확의 기쁨이 또 하나의 민요가 물질의 고통으로 승화되어 들려온다. 난산을 겪어낸 한숨이 뒤엉킨 듯 산모의 아픔으로 느껴져 온다.
이야홍 야아옹 그렇고 말고요
이야홍 야아옹 다 을 말인가,
둥그대당실 둥그대당실 여도당실
연자리고 달도 밝고 냇가머리로 갈거나,
이여도싸나 아하 이여싸 어허
이여싸나 어허 이여도싸나 어허
어여도싸나 에에 이여도싸나,
어하야아두 아야도 하나로 놀자
어하아어하양 어허양어어어요
뜻있는 말이 드문 드믄 섞인 여음이 제주민요의 멋스러움을 간직한다. 짝을 이룬 여음인 “이히/오호, 오호/아하, 힛/힛, 오호/에헤, 히/하아, 헤/으흐, 으흐/오호, 아하/이히, 오호/으흐, 아하/아하, 으흐/힛 따위처럼 짝을 이룬 두 여음이 번갈아 달라지는 것은 육지의 민요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 한다.
제주도 문섬 신양리 해녀 영상/김상부님
문섬 너른 마당인 깊은 바닷 길 속을 잠수함이 이끄는대로 수심이 이삼십미터로 내려가 보았다. 물고기 떼들이 스쿠버 다이버인 잠수부의 손놀림의 먹이 따라 친구처럼 함께 몰려다닌다. 10년에 1cm 자란다는 산호 밭이 형형색색의 아름다운 색깔로 내 마음을 흔들어댄다. 부채골산호 진총산홍산호류들이 오랜지 빛을 마구 반사시키면서 함께 놀자고 마음껏 자신의 몸매를 흔들어대며 자신을 보라며 뻐긴다. 바위에 붙어 함께 사는 맨드라미류 산호는 홑몸인 풀립들이 몸의 윗부분에만 모여 있어 버섯이나 맨드라미처럼 자유로이 노닌다.
해삼 멍개 미역 소라도 해초류와 함께 휘저으며 자유롭게 흔들어낸다. 내 마음들이 그들을 훔쳐내어 땅밭으로 '가져내오고 싶다'고 요란을 떨지만 과욕을 버리는척 한다. 나는 작은 소라 두개를 해녀들에게 보낸 가벼운 눈인사로 건내 받고 바다에서 땅밭으로 따온다. 소라 두 개를 맛나게 먹고 소라를 귀에 가져가 자연의 소리를 들어본다. 선한 마음하나가 악한 마음하나를 밀어내며 잔을 기울인다. 신비한 명경속 바다와의 교감으로 나도 내것 하나 던져주고 싶어졌다.
다시 찾은 예쁜 마음인 소망 따라 소라 잔에 단풍나무 수액을 마신 소주 물을 들어 붓는다. 세상을 황홀경에 비추며 취한 듯 다시 바라본다. 다시 내딛는 땅 밭은 탐스럽게 익어 가는 감귤의 건강함으로 남국의 특별한 매력을 발한다. 시원한 바람이 부는 한적한 바다 위의 해안정경을 기억해 낸다. 문섬의 확트인 시야의 일상은 무한의 세상인 자연이 주는 빛의 예술인 듯 늘 빤짝거린다. 해초류 하나, 바위틈에 공존하는 산호류 그리고 해녀들의 물질이 바다 물결 흐름에 모두 하나가 되어 여름향기를 내뿜는다.
때묻지 않은 자연의 생생함에 채우려던 욕심을 버린다. 나는 바다향기에 취해 일상의 찌꺼기를 토해 낸다. 잠잠한 바다 한가운데 서성이던 마음뿌리에 여름향기가 물씬 난다. 이제는 채우려하지 않아도 삶의 향기가 저절로 난다. 그 따스한 온기는 나를 지키고 사랑을 부른다. 세상을 황홀경에 비추며 취한 듯 다시 바라보게 한다. 내일의 얼굴과 자연 빛을 주고받으며 환히 웃는 자신의 얼굴을 마주한다. 우리의 삶을 연초록의 풋풋함이나 진초록의 무성함의 그리움으로, 예쁜 그대로의 기억으로 사랑하자. 그리고 이 여름 향기로 사랑하자.
글/ 유민자
한국수필 2005년 7월 8월호 특집 『여름향기』실린 글입니다.
댓글 5개
아름다운 글입니다. 제주도 해녀들의 정서가 어떠한 것인지 어렴풋이나마 알 것 같아요.
유민자님의 관찰력과 그리고 글에 동화를 담아내시는 능력 정말 대단하세요! 많이 배울께요! 앞으로 좋은 글 많이 부탁드립니다.
작년 11월경에 '제주도 컨벤션센타' 곁에 있는 '주상절리'에 갔다가 문섬에서 잠수함을 탔었지요. 이글은 기행문형식으로 쓰려다 이렇게 부족한 무형식의 수필이어서 아마도 명료하지 못한 느낌..맞아요. 사실은.. 저는 의상학을 공부했었지만, 지금은 디지털대학에서 문예창작학과 공부를 하고 있어요.뒤늦은 글의 시작 앞에 감성은 앞선 채,글에 주어 서술어도 못 찾는다고 늘 핀잔을 듣곤 하지요. 마음은 '아름다운 글'을 쓰고 싶고 '좋은 동화'를 쓰고 싶은 것이 저의 작은 꿈인걸요. 오늘 아침은 님들 덕분에, '사랑의 날개 옷'을 입은듯 밝은 하루가 될 듯 한걸요. 따뜻한 관심은 사랑이기에 정말 진심으로 감사드려요.
^^* 글속에 동화를 담기가 상당히 어렵다고 하네요! 마음을 훈훈하게 해주는 글귀를 만들기가 힘든데, 정말 잘쓰셔서 감동을 했걸랑요!
오늘 아침 여름바다를 떠올렸지요. xodix님의 충언에 정신통일(?)을 하고 '숨비소리'를 다시 바라보았지요. 처음과 끝부분을 매만지며... 진심으로 해주는 마음을 느끼며 수정을 해 보았는데... 저의 글에서 스스로도 여름향기를 느끼고 싶었지요. 아,꿈꾸는님 부족한 글에 감동이라는 말씀에 감사언어로 받아들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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