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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미난 언약 *

유민자 2005. 06. 16. 오전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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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바람에 재미난 언약 *


  빗소리가 후두득 후두득 툭! 툭! 땅을 친다.
그는 정겨운 소리를 내며 ‘마음 한모금 달라’한다.
바람소리도 휘이휘이  내 마음안을 돌고 돌아  바람을 일으키며 '마음 한모금 덤으로 달라'한다 .
바람 솔솔 소나무가지에 낯선 바람이 분다. 낮은 소나무사이 새벽바람 맞으며 서성대는 낮익은 내가 있다.
작은 나무기둥을 닮은 나의 두 다리가 지금은 한 다리로 기대어 홀로 서 있다.
교통사고로 골절상 당한 채로 목발을 딛고 선 나의 다리의 숫자는 몇인가?
                                                         영상/1998년 마당의 소나무 강봉규님
가는 체격에 비해 굵은 평소의 다리 하나. 절름거리는 다친 다리 하나. 나를 지탱해주는 임시다리 목발 두개. 내 다리가 모두 하나되어 자랑스런 버팀목을 이룬다.  갑작스런 교통사고는 노을진 저녁만을 바라보던 시선에서 새벽기운으로 방향전환을 만들어 주었다. 나는 힘껏 버티고 선 내 다리를 사랑한다.우연한 사고는 잠시의 고통과 아픔을 주었지만 쉼터로 안내 했다. 
 우리네 삶의 흐름속에는 인연의 많은 모습들이 숨어있다. 난 옆사람에게 이렇게 방금 전 이야기 했었다. “어딘가에 가서 호젓이 쉬고 싶어”..지금의 소망을 말했었다. 드라마같은 이야기처럼 교통사고가 나의 것이 되었다. 우리차가 집 가까운 삼거리에서 빨간 신호등에 서있는데 뒤에서 “꽝 ! 퍽!”'소리를 내며 차 전체가 움직거렸다. 대형버스가 초록불빛인줄 착각한 채 달린듯 했다. 버스기사는 왜?라고 반문하기도 전에  뒷머리를 긋적거리며 무안한지 웃고 서 있었다. 당황하는 기사에게 인연이 있던 학원행 버스였기에 “괜찮다”고 먼저 말을 했다. 
우리 차는 사고가 날 상황이 아닌 장소에서 이미 많이도 찌그러져 있었다. 갑작스런 사고에서 발목이 손목이 허리가 아니 온몸이 멍하기만 했다. 하늘이 아픔을 지닌 모습으로 나에게 주신 휴가기간을 준 것일까? 하늘이 나의 말을 귀담아 들은 것일까? 
병원에서 지리한 시간을 함께한 책들과 뒹구는 신문기사가 있었다. 나는 '병상을 즐기자! 쉬자! 웃자! 아픔을 줄이자!' 새로운 구호를 내어 걸었다. 나는 이렇게 난생처음 병상과 만남을 이루어냈다. 비록 머리는 띵하고,절름거리는 기부스한 다리와 손목기부스로 온 몸이 불편했지만 학 다리처럼 나의 삶을 세운채 새로운 인연을 사랑하기로 한 것이다. 글안의 삶속은 나의 과거 그림자와  미래의 얼굴을 성형시킬 올바른 기회를 마구 던져 주었다. 내게는 새로운 선물이었다. 입원실 창가에서 겨울햇살을 마음껏 받고있는 큰 키의 소나무 한그루를 보며 우리집 앞에 위치한 작은 구릉의 행복한 숲속을 기억해 내며 내가 거닐었던 하루를 기억해 낸다.  
  작은 구릉은  봄 여름 가을 겨울 다른 색채의  한폭의 산수화를 변함없이 보여준다.  지금,집앞 야산은 가지마다 새싹을 비밀스래 감춘채  봄을 준비하는 어여쁜 마음들이 있다. 아직은 가지마다 흰옷을 미련스러이 걸친듯 보이지만, 연초록 새 싹들은 눈속에 숨어 인내하며 숨을 내어쉰다. 햇볕을 받아 가지마다 쌓인 눈들이 녹으며  프리즘의 반사경을 비추듯 아롱이며 무지개빛으로 바뀌어 눈이 부시다. 눈이 부셔 실눈을 뜨고 세상을 보았다.
                                                                                           영상/ 새벽바람
자연속에 성장하는 나무속에 나를 두고 싶어 앞산의 흙을 한번 더 강조하듯 밟는다. 나무그늘에 들어서며 생각한다. 아름다운 선을 이룬  큰 나무들은 무슨 나무인가?    전통놀이인 말놀이인 나무민요를 읊조려본다.
'가자 가자 감나무/ 오자오자 옻나무/ 너하고 나하고 살구나무/ 거짓말못해 참나무/ 엎어졌다 엄나무/ 십리절반 오리나무/ 깔고 앉자 구기자나무/ 방귀 뽕뽕 뽕나무/ 대끼 이놈 대나무/ 오다보니 오동나무/ 양반 동네 삼나무/ 낮에봐도 밤나무/ 바람 솔솔 소나무....'
우리 옛 선조들의 전통놀이는 정신문화의 소중한 자산인 듯하다. 아름다운 음율도 살아있고 교육적이 감성적인 효과음도 느껴진다. 어린아이의 동요마냥 흥얼거리며 나무이름을 쉽게 익힐수 있다. 놀이노래는 옛조상의 지혜로움이 묻어난다.
푸루름이 좋아 하늘을 올려본다. 하늘로 오르는 사잇길에  청정한 소나무들이 눈안에 들어왔다. 집앞의 예쁜 선으로 단장된 소나무도 좋지만 야산에 우뚝선 소나무는 자연미가 어우러져 참 보기좋다. 그는 다른 나무가 두려운듯 떠는 겨울 추위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푸르고 싱싱한 잎을 간직한다. 그는 산중에 홀로 피어 우리 선인들이 어떠한 고난과 변화에도 굽히지 않는 숨결을 닮아있다. 나는 군자의 모습인양 소나무의 위풍당당한 힘에 눌리고 은은햔 솔향에 마음을 내어준다.
순간적으로 세상을 덮고 현혹시키는 불의의 세력들중에 으뜸은 남이 아닌 나 자신의 참 얼굴이리라. 소나무의 절개는 변화의 바람만을  선호하는 지금의 현실을 상징하리라. 다시 무심코 걷었다.  솔잎이 누렇게 뜬 소나무 한 그루를 마주했다.  사람 손길을 기대하는 소나무의 솔잎은 잠시전 쭉쭉 뻗친 소나무와 비교가 되어 풀기죽은 나를 닮아있어 '왜 너도 어디가 아픈가' 물어보았다.
소나무는 막걸리를 좋아한다. 막걸리는 오래된 소나무의 기력을 회복시키기 위한 민간요법으로 소나무의 고고한 자태를 지켜준다고했다. 다음에 오를때 막걸리를 사와서 '한사발 네게 줄께' '기다려 꼭 사올께'하며 재미난 언약 으로 솔잎 가지마다  내 손바닥을 올려놓았다. 나무에게 누군가의 작은 손길로 큰 힘을 발휘하는 우리네의 삶의 모습처럼  막걸리 한사발을 아니 두 사발을  부어주고 싶었다. 소나무와 정겹게 친구도 하고 덕분에  마음건강으로 나도 함께  막걸리 한사발 들이킨 후 취한듯 앞산을 내려갈 작은 꿈하나 키웠다.
  
                                                                            영상/1998년 조상의 숨결
단조로운 병원생활이지만 마음빛깔은 변화무쌍 했다. 하루는 허허로운 마음에 병원 문밖을 걷다 꽃바구니 하나를 만났다. 병문 온 사람이 시들었다고 버린듯 했지만 힘없던 소나무가 떠올려져서 내방인 입원실로 들고 왔다. 진분홍 장미는 이미 마른풀이 되어 있었지만 작은 소국과 분홍빛 카네이션은  '난 괜찮은데 버렸어'하며 항변하는 듯 했다. 난 서둘러 꽃들을 선별했다. 다시 하나 하나 꽃을 다듬어 꽂아 창가에 꽃바구니를 두었더니 꽃들은  감사한 시선으로 나를 보며 웃는 듯했다. 누군가가 지나가다가 새로이 꽂은 작은 꽃바구니를 보더니 '잠시전  내가 버린 꽃인데...아..예쁘네요.' 겸연쩍어 한다.
무심히 지나치지 못하는 작은 시선으로 좋은 일 하나를 보태면서 생각이 맑아진다. 젊음을 지닌 열정은 연초록 싹인 새잎이다. 살아내온 연륜이 묻어난 열정은 지혜를 담아낼수 있고 짙푸른 삶의 숲을 완성시킨다. 쉼없이 자기연마를 계속하라는 소나무의 목청도 들리는 듯하다.  닮고싶은 좋은 모습의 소나무 표상하나 마음에 심고 삶의 귀한 인연들을 생각한다.  이제는 병원안의 학 다리가 아닌 평형을 다시찾은 두 다리에 힘을 준다. 병상생활의 낯설은 바람은 낯익은 삶의 잔바람을 사랑할 수 있는 힘을 주었다. 평범한 지금의 내 모습이 예전보다 많이도 예뻐 보인다. 
나도 자연산이 되어간다. 낯선 바람이었던 병상생활 50일은 내 삶에 '재미난 언약'을 해 주었다.  종교적인 수양을 하지 않아도 자신에 대한 확신으로 자라는 나무가 보였다. 나도 누군가가 내게 주곤하는 자양분인 막걸리 한잔을 받아 마신다. 
좋은 글을 보면 기분좋게 마음이 취한다. 좋은 사람과 술을 마시면 즐겁게 취한다. 하지만 내 언행이 적힌 글은 부끄러워 취한다. 나는 취한 마음으로 재미나지 않지만 재미난 언약이라 했다. 그것은 늘 나를 보며 외치는 새로운 품성을 넣고싶은  다짐의 언약이다. 숲이 자연산인 빗물  바람 그리고 새벽의 맑은 공기와 더불어 늘 푸른 자리이다. 짙푸른 삶의 숲에 붕붕 나를 태우고 추켜세운다. 작은 시선들을 모아 아름다운 시선으로 변화를 일으키고싶다.
나는 문학에 그리고 아름다운 인격에 새로운 품성을 넣어보려 했다. 
혹,우리는 사랑덩이인 공기청정기 하나 발명할수 있을까?  
영상/강봉규 사진전 [마당깊은집-달과 나무와 바람]중

2005년 1월 병상의 글/ 유민자
 

댓글 1개

운영자 2005. 06. 17. 오전 12:00

'무심히 지나치지 못하는 작은 시선으로 좋은 일 하나를 보태면서 생각이 맑아진다.' 세상을 다르게 볼 수 있는 시간이 있다면 자신에게도 다름 하나를 넣을 수 있겠죠...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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