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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래시장
- 재래시장/ 윤창현-
어둠은 반기고 얼기설기 얹혀져 있는 좌판 위에는
각양각색의 맛이 난다는 고래고기 두어 접시 썰어 담고
'총각요 고래고기 사소' 사방으로 흩어지는 소리…
잡담 나누며 기다리는 아줌마, 할머니,
천막 아래 늘어놓고 지나가는 길손 불러 세운다.
실직한 사내 그늘진 얼굴엔 하루의 취기가 느껴지고
걸쭉한 입 답의 꼼장어집 아줌마, 꿈틀대듯 쏟아 붓는 외침,
눈먼 이와 곱사가 앞장서 노래하고 때묻은 바구니에 누운
꼬깃꼬깃한 지폐 몇 장 동전 몇 닢 아스라이 하루의 끝을 잡고 있다.
희미한 불빛 등에 업고 갯기 잃은 고등어 서너 마리, 숱하게 많은
빗장을 따고 민민한 뱃속을 드러내고, 젊어서 청상과부가 됐다던
언 챙이 돼지국밥 집 할머니의 30년째 밥그릇은 아직도 사랑을 넘치도록
채우고 손 마디마디엔 관절의 아픔만 고스란히 앉아있다.
오랜 불황의 늪을 헤매던 세상은 야바위꾼의 팽이처럼 돌아가도
향수 냄새 나는 지나친 인사와 친절은 없어도 덤으로 얹어주는 곳
수수한 인심이 뒹굴고 묵은 사랑이 흐르는 재래시장의 한 잔은 그래서 건강하다.
댓글 2개
아마 지금 이 나이도 덤인지 모르겠다. 그러기에 하나하나 받아 이렇게 많이 쌓아놓고도 내일이란 덤을 기다리는 것 아닌가. 사는 것을 가난한 것을 덤이라고 생각하면 될 터인데 가끔은 가난 따위가 행복을 좀먹는 것 같아 지난 세월 마디마디가 절여온다. 오늘은 재래시장의 건강한 술 한잔으로 취해도 좋을 듯합니다.
캬... 좋은 글에 달린 덧글이, 연초에 듣는 덕담같네요. 마음이 꽉 차오르는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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